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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 CEO '투 톱' 시대…각자대표 이유 있는 확산

  • 2020.02.07(금) 10:51

미래·KB·KTB·신영 이어 교보도 전환
사업 영역 확대와 전문성 강화 목적

증권업계가 기존 브로커리지 위주의 단편적인 비즈니스에서 투자은행(IB)으로 영역을 넓히면서 증권회사 대표이사(CEO) 체제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한명의 단독 CEO 체제보다 영역별 전문성을 지닌 각자 대표 CEO 체제가 적합하다는 판단에서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재 각자 대표 체제를 구축한 증권회사는 미래에셋대우, KB증권, KTB투자증권, 신영증권 등이다. 여기에 교보증권이 다음달 주주총회에서 각자 대표 체제로의 전환을 안건으로 올릴 것으로 알려지면서 트랜드 변화가 이어질 전망이다.

최근 교보증권은 신임 경영 임원으로 박봉권 사장을 선임했다. 기존 김해준 대표이사 체제하에서 우선 사장 인사로 업무 영역을 나눈 후 3월 주주총회에서 김해준, 박봉권 각자 대표 체제로의 전환을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자산운용 업무 경험이 두터운 박 사장이 경영총괄로 경영지원 및 자산관리(WM) 부문을 담당하고, 김해준 대표이사는 회사를 총괄하면서도 투자은행(IB) 부문에 집중하기로 했다.

미래에셋대우는 2016년 12월 말 최현만 수석부회장, 조웅기 부회장, 마득락 사장 3인 대표 체제로 통합 법인을 출범했다. 하지만 이듬해 3월 주주총회에서 마 사장 사내이사 선임 안건이 철회되면서 최현만 수석부회장과 조웅기 부회장의 2인 대표 체제로 바뀌었다.

최 수석부회장은 박현주 회장을 대신해 경영 전반을 챙기는 동시에 글로벌 투자와 국내 대외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조 부회장은 IB·트레이딩·홀세일 부문 등 영업을 총괄하고 있다. 두 대표이사 임기는 올해 3월이지만, 지난해 6600억원대 역대 최대 순익을 달성하며 재신임 가능성이 커졌다.

KB증권도 2017년 합병 법인 출범부터 각자 대표 체제를 유지해왔다. 출범 당시엔 전병조 KB투자증권 대표와 윤경은 현대증권 대표를 각자 대표로 선임해 두 회사의 안정적인 통합을 이끄는 데 주력했다.

이후 KB증권은 박정림, 김성현 대표이사 사장을 각각 선임해 각자 대표 체제를 유지했다. 박 사장은 국민은행부터 자산관리(WM) 부문을 주로 맡아온 WM 전문가로 WM 부문을 총괄하고, 김 사장은 IB 총괄 부사장을 역임한 만큼 IB 부문에서 강점을 발휘할 수 있도록 부문을 나눴다.

KTB투자증권은 미래와 KB보다 더 앞선 2016년 7월부터 3인 각자 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하지만 2018년 권성문 회장이 사임서를 제출하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이병철 부회장, 최석종 사장 체제로 전환했다.

이 부회장은 그룹 전반을 챙기면서 증권과 그룹 계열사 간 시너지 제고와 해외사업 강화에 주력하고, 최석종 사장은 증권업 본연의 업무를 총괄하는 시스템이다.

신영증권도 2017년 기존 원종석 대표 체제에서 신요환 사장을 신임 대표로 선임하며 각자 대표 체제로 바뀌었다. 신 사장은 30년 넘게 신영증권에서만 재직한 정통 증권맨이자 신영맨으로서 증권업 전반에 대해 업무를 총괄하고,  원 부회장은 그룹 중장기 비즈니스를 챙긴다.

업계에서는 1인 대표가 그룹 경영 전반과 중장기 비즈니스를 챙기면서 증권업 고유의 영업 환경까지 챙기는 것이 어려운 환경이기 때문에 각자 대표 체제의 확산이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IB를 표방하며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어 물리적으로 한 사람이 총괄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전통적인 증권업 영역과 IB 영역의 전문가를 각각 배치해 신속하고 빠른 사업 추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다수의 대표가 각자 전문화된 영역을 맡아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에 시작됐고, 최근엔 실제 수익 증가 등 성공적인 결과물로 입증되면서 증권업계가 각자 대표 체제에 대해 긍정적 인식이 퍼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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