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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경징계로 한숨돌린 미래에셋, 발행어음 시동

  • 2020.05.27(수) 15:39

박회장 검찰고발 조치 피해, 발행어음 허들 넘어
호텔·골프장 적자, 사익편취 결정적 증거 못잡아

미래에셋금융그룹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검찰 고발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면했다. 대신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해 시정명령, 과징금 수준의 경징계를 받았다.

이로써 2017년 12월 공정위 조사로 중단되었던 증권 계열사 미래에셋대우의 발행어음 사업 진출 심사가 재개될 수 있게 됐다.

미래에셋대우는 공정위의 최종 결정인 의결서가 나와야 뚜렷한 입장을 낼 수 있겠지만 우선은 발행어음 심사 재개에 협조하고 관련 신사업을 통해 모험자본 활성화에 앞장선다는 방침이다. 

◇ 박 회장 고발 조치 없이 과징금·시정명령

공정위는 27일 계열사간 일감 몰아주기로 총수 일가가 부당한 이익을 취한 미래에셋에 대해 과징금 43억9000만원과 함께 시정명령을 내린다고 밝혔다. 그룹 총수인 박현주 회장에 대한 고발 조치는 없었다.

공정위는 미래에셋이 박 회장 개인 소유 회사인 미래에셋컨설팅을 위해 계열사들의 일감을 몰아준 것을 문제 삼았다.

미래에셋컨설팅은 박 회장이 최대주주로서 작년말 기준 지분 48.63%를, 부인 김미경 씨가 10.24%를 보유하고 있다. 자녀와 여동생, 조카 등도 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어 친족까지 합하면 지분율이 92%에 달해 박 회장의 개인회사나 다름없다.

미래에셋컨설팅은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과 강원도 홍천 블루마운틴 컨트리클럽(CC) 골프장 운영을 맡고 있는 와이케이디벨롭먼트를 자회사(보유 지분 66.67%)로 두고 있다.

호텔과 골프장의 소유주는 계열사들이 출자한 사모펀드(맵스18·27호)이다. 미래에셋컨설팅은 이들 사모펀드로부터 호텔과 골프장을 임차해 임대료를 지급하고 운영 수익을 가져갔다.

즉 금산분리 원칙(금융과 산업자본이 상대 업종을 소유·지배하는 것을 금지)에 따라 호텔·골프장의 소유는 펀드가, 운영은 비금융계열사인 미래에셋컨설팅이 각각 맡은 것이다.

공정위는 미래에셋 11개 계열사들이 그룹 차원에서 임직원 법인카드를 호텔·골프장에서 사용하는 등의 방법으로 미래에셋컨설팅을 지원했으며 이는 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아울러 계열사들이 고객 접대를 할 때 다른 호텔·골프장 사용을 제한하는 대신 자사 시설을 이용하게끔 선불카드나 바우처를 할당하는 방식으로 지원했다고 지적했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와 관련해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행위 중 상당한 규모에 의한 지원행위를 단독으로 적용한 최초 사례"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공시대상기업집단(자산총액 5조원 이상) 소속회사가 특수관계인 지분이 높은 회사와 거래할 때 다른 사업자와의 비교 없이 무조건적인 거래를 하는 것은 법 위반이 된다는 것을 명확히 했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 호텔·골프장 적자, 사익편취 적용은 무리

관련 업계에선 해당 호텔과 골프장이 수년째 적자를 내고 있어 사익 편취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는 반응이다.

실제로 미래에셋컨설팅은 호텔·골프장 사업을 본격화한 지난 2015년에 별도 기준 120억원의 영업손실을 시작으로 2017년 한해 13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것을 제외하곤 2018년까지 매년 적자를 냈다.

호텔·골프장 소유주인 펀드에게 매년 지급하는 임차료 비용 부담이 적지 않다보니 영업비용이 불어나 이익은 커녕 적자를 거두고 있어서다.

공정위가 내놓은 자료에서도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미래에셋컨설팅은 골프장 소유주인 사모펀드에 2015년부터 2017년까지 매년 50억원을 고정 임대료로 지급했다.

그럼에도 골프장은 첫해 1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으며 이듬에 17억원의 영업이익 흑자로 돌아섰으나 2017년에 4억원의 영업손실로 적자전환했다. 투자한 금액에 비해 이렇다 할 재무적 성과는 거두지 못한 것이다.

호텔도 마찬가지다. 미래에셋컨설팅은 2015년과 2016년에 각각 237억, 2017년에 150억원 고정 임대료를 냈으나 이 기간 호텔은 매년 적자를 이어갔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공정위가 검찰 고발을 하지 못한 이유가 박 회장의 사익편취 행위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가 없기 때문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지배구조상 박 회장의 사익편취를 의심해 볼 수 있으나 계열사들이 미래에셋컨설팅에 일감을 맡기는 과정에서 박 회장의 구체적인 개입 소지 등은 포착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 미래에셋대우, 발행어음 시장 진출 

미래에셋은 공정위의 검찰 고발을 피하면서 그간 발이 묶였던 발행어음 시장에 진출할 수 있게 됐다. 금융 당국이 더 이상 박 회장의 대주주 적격성 논란을 이유로 발행어음 사업에 대한 인가를 내주지 않을 명분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2016년 8월 초대형 투자은행(IB) 육성방안을 발표하고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증권사에 대해 발행어음 제도를 허용하기로 했다. 이에 2017년 11월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인 5개 증권사(미래에셋대우, NH, 한국투자, 삼성, KB)가 초대형 IB로 지정됐다.

이 가운데 한국투자증권을 필두로 NH투자증권과 KB증권이 발행어음 인가를 얻어 관련 시장에 진출했으나 미래에셋대우는 공정위 검사 진행 등의 이유로 심사가 보류된 바 있다.

현재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인가를 받으려는 금융기관의 대주주를 상대로 형사소송이 진행되거나 금융 당국이나 공정위 조사가 진행되고 그 내용이 심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경우 심사를 보류하게 돼 있다.

이날 미래에셋대우는 공정위 결과와 관련해 입장문을 내고 "심사 재개와 관련해 필요한 작업에 적극 협조할 것이며, 발행어음 인가를 받으면 자본시장 성장과 경제 재도약에 핵심 요소인 모험자본 활성화에 앞장 설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현재 공정위의 보도자료 내용을 접했을 뿐 아직 의결서를 받지 못해 전체 내용을 숙지하지 못하고 있는 만큼 구체적인 말씀을 드리는데 한계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공정위가 이번 사안과 관련해 일종의 판결문이라 할 의결문을 올 8월에나 내놓을 예정인데 그때 추가로 시행할 사항이 있는지 점검해 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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