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증권이 4년여의 고배 끝에 드디어 국내 증권사 가운데 네 번째 발행어음 사업자가 됐다.
자기자본 1위의 압도적인 자본력을 바탕으로 20조원에 육박하는 발행어음을 조달·운용할 수 있게 된 데다 자금 조달이 무한대로 가능한 종합금융투자계좌(IMA) 사업자 자격까지 갖추면서 국내 최대 증권사로서 독주체제를 갖추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 3년10개월 만에 발행어음업 인가
금융위원회는 12일 오후 열린 정례회의에서 미래에셋증권의 발행어음업 인가 안건을 통과시켰다. 지난 2017년 7월 미래에셋증권이 금융당국에 발행어음업 인가를 신청한 지 약 3년10개월 만이다.
발행어음업은 자체 신용을 바탕으로 만기 1년 이내인 단기 어음을 발행·매매·인수하는 금융 업무로 초대형 투자은행(IB)의 핵심 업무 중 하나다. 자기자본 4조원 이상 등의 요건을 갖춰 초대형 IB가 되면 자기자본의 최대 2배에 달하는 자금까지 발행어음을 조달·운용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이점이 제공되는 만큼 인가 문턱을 넘는 게 쉽진 않다. 현재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증권사는 8개사에 달하지만 발행어음 제도 도입 이후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 KB증권 등 3곳만 발행어음업 인가를 받아서 운용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도 이번 인가가 나기까지의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지난 2017년 공정거래위원회의 '일감 몰아주기' 조사에 이어 지난해 검찰의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 혐의 조사 등 사업 인가에 발목을 잡는 일들이 잇따랐다. 하지만 이 같은 의혹이 모두 해소되면서 이번에는 순탄하게 인가를 받았다.
◇ 최대 18조까지 발행…새 사업 동력 기대
증권사 입장에서 발행어음 인가를 받는 것은 천군만마를 얻는 셈이다. 발행어음 발행을 통해 조성한 자금을▲부동산 금융 ▲중소·중견기업 대출 ▲비상장사 지분 매입 ▲해외 사업 등 다양한 사업에 투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인가로 미래에셋증권은 자기자본(9조3463억원)의 2배인 18조6926억원까지 발행어음을 발행할 수 있게 됐다.
증권가는 미래에셋증권의 사업 분야 확장 가능성이 커졌다고 보고 있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기업금융 여신 비중이 높지 않고 투자 목적 자산에서 스타트업 등 프리-IPO(Pre-IPO·상장 전 지분투자) 비중이 높은 점을 감안하면 발행어음은 미래에셋증권의 비즈니스 모델에 부합하는 사업"이라며 "신 사업 진출로 자본 효율성 제고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도 "미래에셋증권이 올해부터 발행어음 사업을 개시하면 내년부터는 의미있는 수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며 "발행어음 잔고를 올해 말 2조원, 내년 말 6조원으로 두고 150베이시스포인트(bp)의 마진을 가정할 때 내년에 미래에셋증권이 거둬들일 수 있는 수익은 600억원 정도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한편 미래에셋증권이 이번 발행어음 사업 인가를 통해 IMA 사업에도 진출할 수 있게 됐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IMA는 자기자본이 8조원을 넘는 종합금융투자사업자가 발행어음업 인가를 얻게 되면 영위할 수 있는 사업이다. 이 조건을 충족하는 증권사는 현재로선 미래에셋증권밖에 없다. IMA는 고객에게 원금을 보장하며 일정 금리를 제공한다는 점에서는 발행어음과 같지만 발행 한도가 없어 증권사로선 자금 조달을 더욱 용이하게 할 수 있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발행어음 사업을 통해 무리하게 자금 조달을 추진하진 않을 예정"이라며 "고객에게 양질의 상품을 공급하고 조달된 자금은 정부 정책 취지에 맞게 안정적인 운용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