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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싸는 개미 잡아라'…특판상품 쏟아내는 증권사

  • 2022.03.16(수) 07:25

증시 조정 장기화에 거래대금 '급감'
고수익 매력 앞세운 특판 상품 '봇물'
가입조건 등 꼼꼼히 따져봐야

국내 주식시장의 조정 국면이 장기화되면서 투자 열기가 식어가고 있다. 증시 상황을 보여주는 대부분의 지표가 악화되는 등 녹록지 않은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동학개미운동에 대한 온기도 사라진지 오래다.

이런 가운데 투자자들의 발길이 뚝 끊긴 증권가에서는 고수익 특판 상품을 앞세워 개인투자자 붙잡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다만, 일부 상품의 경우 가입 대상을 제한하거나 조건을 두고 있어 과도한 마케팅 아니냐는 지적도 일고 있다.

​ /그래픽=비즈니스워치 ​

싸늘하게 식은 K-증시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첫 거래일이후 이달 14일까지 집계된 유가증권시장 일평균 거래대금은 11조원 수준. 지난해 1분기 기록한 20조원과 비교하면 9조원 가량 감소했다. 코스닥시장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같은 기간 나타난 거래 대금은 8조4000억원으로 13조원을 웃돌던 수준에서 크게 축소됐다.

지난해 하반기이후 시작된 증시 조정 국면이 장기화하면서 투자 활력을 저하시키는 모습이다. 실제 양대 지수 모두 전 고점과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코스피의 경우 작년 한 때 3300포인트 위로 지수가 형성되기도 했지만 현재는 2600선 마저 위태로운 상태다. '천스닥' 시대를 맞이했던 코스닥 또한 870선 부근에서 힘겨운 공방을 이어나가고 있다.

향후 전망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증시 반등세를 견인할 만한 재료들이 아직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준비위원회(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충격이 선반영됐다고 해도 지정학적 리스크를 해소할 만한 소식은 아직까지 없는 상황이다.

빈기범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개인들의 투자 여력이 소진됐다고 보기보다는 관망세로 돌아선 게 거래대금 감소로 이어진 것 같다"며 "지정학적 리스크, 공급망 병목 현상, 금리인상 기조 등이 동시에 겹치면서 투자 의욕을 떨어뜨렸다"고 분석했다.  

특명 '개미 붙잡아라'

코로나19 이후 국내 증시를 이끌던 개인투자자들의 발길이 끊기면서 증권가도 이들을 붙잡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여러 고수익 특판 상품을 등판시키며 은행 등 안전상품으로 이동하려는 개인투자자 유치에 나서고 있다.

출발을 알린 증권사는 한국투자증권이다. 지난 1월 하순 연 3.2%의 수익률을 제공하는 발행어음 상품을 제공하면서다. 가장 최근에는 NH투자증권이 세전 10%의 이자를 지급하는 발행어음 특판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발행어음이란 종합금융회사가 자금 조달을 위해 발행하는 어음을 뜻한다. 대부분 1년 미만의 단기형 상품인데다 시중 금리 대비 높은 이율을 제공하는 장점이 있다. 예·적금처럼 일정 금액을 적립하고 만기에 투자 원금과 함께 이자를 받는 상품이다.

발행어음뿐 아니라 높은 수준의 확정 이자를 주는 환매조건부채권(RP) 특판 상품도 나오고 있다. RP는 주로 국공채나 우량 등급 회사채 등을 담보로 발행되는 단기금융 상품이다.

증권사는 투자자들로부터 돈을 받아 채권에 투자하고 만기에 투자자들로부터 해당 채권을 되 사는 구조로 거래가 된다. 만기에는 투자 원금과 약정 이율이 함께 제공된다.

지난 14일 하나금융투자는 가입후 첫 3개월 동안은 세전 연 3%의 수익률을, 이후 7개월은 세전 연 5%의 이율을 제공하는 RP를 선보였다. 매월 납입할 수 있는 금액은 20만원까지다. 10개월 동안 최대 200만원을 모을 수 있다.

이에 앞서 NH투자증권도 'QV 마이데이터 출시 기념 이벤트 시즌2'를 진행하면서 세전 연 5%의 수익률을 제공하는 RP를 내놓기도 했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가입조건 등 제한…꼼꼼히 따져봐야

이런 가운데 일부에서는 미끼 상품을 활용한 마케팅으로 비칠 수 있어 조심스럽다는 입장이 관찰되고 있다. 대부분의 상품이 가입 조건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NH투자증권이 내놓은 발행어음의 경우 세전 10%의 고정 수익을 보장하지만 추첨을 통해 1000명에게만 가입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했다. RP 특판 또한 현금 또는 금융상품 등 자산 1억원 이상을 QV 계좌로 이전하는 선착순 고객 1000명을 대상으로 가입 조건을 정했다. 

하나금융투자의 RP 특판도 첫 거래 고객이나 휴면 고객을 대상으로 이벤트를 진행했다. 이와 관련해 한 증권사 관계자는 모든 고객에게 혜택을 주는 것처럼 착시효과를 불러일으킬까 조심스러운 입장도 있다고 전했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증시 거래대금이 줄고 있는 상황에서 리테일 부문의 수익성 유지를 위해 증권사들이 높은 수준의 쿠폰 금리를 제공하는 안전 상품을 내놓고 있는 것 같다"며 "고객들이 인지할 수 있도록 가입 조건에 대해 설명은 하고 있지만 각종 혜택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는 터라 정확한 상품 정보가 전달되지 않을까 우려스러운 부분은 있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다른 쪽에서는 고객 확보를 위해 회사 재량껏 실시하는 영업 행위일 뿐이라는 입장도 나오고 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최근 나온 '청년희망적금'만 봐도 연령, 소득 수준 등 가입 조건을 까다롭게 정하고 있다"며 "이는 각 회사별 일반적인 판촉 활동일 뿐이지 가입 조건을 따로 둔다고 해서 미끼 상품으로 보는 것은 지나친 해석인 것 같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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