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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개미 중간결산]①-1진격의 개미…수익률 '플렉스~'

  • 2020.06.04(목) 11:01

동학개미운동에 일평균 거래대금·예탁금 사상 최대
개미 삼전 몰빵⋯저가 매수 나선 스마트 개미 '위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맹위를 떨치기 시작한 올해 1분기 중순, 국내에서는 개인 투자자들(개미)의 유례없는 증시 진입이 이어졌다. 이른바 '동학개미운동'이다. 전통적으로 개미들은 '큰 손'인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들에 비해 자금 동원력, 투자 지식, 관련 정보 등이 취약해 증시에서는 '필패자'로 통했다. 그러나 코로나 폭락장에서는 양대 투자 세력 없이도 코스피를 2000선 위로 끌어 올리는 괴력을 발휘했다. 신드롬에 가까운 동학개미운동의 배경과 지난달 말까지 그들의 투자 행적을 쫓으며 중간 결산을 해봤다.[편집자]

올초 국내 주식시장에 나타난 특징적인 현상 중 하나는 풍부해진 유동성이다. 개미들이 시장에 진입하면서 유동성을 응집시켰기 때문이다.

개미들이 주식시장 진입이 늘어난 배경에는 지속되는 초저금리 기조, 부동산에 대한 기대 수익률 하락, 투자처 부족 등을 대표적인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여기에 코로나로 증시가 급락하면서 저가매수 기회를 마련해준 것이 결정적인 촉매제가 됐다. 공교롭게 동학개미운동 이후 시장은 가파르게 반등했다.

시장에 뛰어든 모든 개미들이 수익을 봤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 장이 본격적으로 폭락하기 직전에 접근했거나, 어느 정도 회복한 시점에서 시장에 참여한 개미들의 수익률은 저조할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폭락장 한복판에 뛰어들어 저가 매수에 성공한 '스마트' 개미들의 수익률은 그동안 국내 주식시장에서 빼어난 성과를 올린 기관이나 외국인 투자자 못지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동학개미운동 승패의 결말을 떠나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는 근거다.

◇ 진격의 개미⋯증시주변자금 폭발 

개미들의 본격적인 증시 입성은 코로나 공포가 증시를 본격적으로 뒤덮기 시작한 2월 하순부터 시작됐다. 특히,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대형주, 우량주를 중심으로 한 접근이 크게 늘었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가 2200선을 유지하던 2월17일부터 개미들의 시장 진입이 본격화돼 5월 말까지 총 61거래일동안 12거래일을 제외하고 순매수세를 나타냈다. 이 기간 개미들이 기록한 누적 순매수 규모는 28조1200억원 수준이다.

개미들의 시장 진입이 크게 늘면서 시장에 유입되는 유동성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증시주변자금으로 볼 수 있는 머니마켓펀드(MMF) 설정액은 올해 1월 말까지 120조원 남짓했지만, 5월 말 기준 150조원을 돌파했다.

활동 계좌수도 급증했다. 연초 290만좌 였던 활동 계좌수는 3월 중순에 접어들면서 300만좌를 넘어섰다. 지난 2010년 상반기까지 200만좌 남짓했던 것을 감안 하면 10년 만에 150% 이상 증가한 셈이다.

올해 1월까지 평균 20조원 후반대를 유지하던 예탁금은 2월 말 30조원을 넘어선데 이어 3월 하순에는 40조원을 돌파하며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지난해 내내 10조원 안팎을 맴돌던 일평균 거래대금(코스피·코스닥·코넥스 합산)도 올해 4월 사상 최초로 20조원 대에 진입한 이후 지난달까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 고점 부근 진입 개미, 수익률은 '글쎄'

지난 2월17일을 기점으로 개미들의 매수세가 추세적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코스피 2000선이 깨진 지난 3월6일까지 단 하루를 제외하고 연속 수매수세를 기록했다.

다만, 코스피지수가 2200~2000선을 유지하던 이 시기 시장에 들어온 개미들은 수익률이 저조할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코스피지수는 연저점 대비 아직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기간 동학 개미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인 삼성전자를 예를 들어보면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다.

2월17일 삼성전자 주가는 종가 기준 6만1500원을 나타냈다. 이는 지난 1월20일 기록한 52주 최고가인 6만2800원(종가 기준)과 주당 1300원밖에 차이가 나지 않을 만큼 고점 부근에 위치해 있었다.

폭락장을 걷던 3월 말 삼성전자 주가는 52주 최저가인 4만2300원까지 떨어진 이후 완만한 반등세를 탔지만 6만원 선과는 상당한 거리감을 보이고 있었다.

유동성 장세가 펼쳐지기 시작한 이달 들어서야 5만원선 중반에 올라섰다. 개미들은 2월17일부터 3월6일까지 삼성전자 주식을 2조6000억원 어치 넘게 순매수했다.

당시 개미들이 기록한 전체 순매수액은 코스피 기준 총 6조4600억원, 코스닥시장을 합칠 경우 1조원 가량이 추가된다. 즉, 7조원이 넘는 순매수액 중 40% 육박한 금액을 삼성전자를 사들이는데 쓴 셈이다.

이 기간 코스피와 코스닥시장을 합친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안에 포진한 SK하이닉스, 현대차 주가도 마찬가지다. SK하이닉스 주가는 2월 말 10만원 초반 선을 유지했지만 현재 8만원 후반대에서 움직이고 있고, 13만원 선의 현대차 주가는 6월 들어 10만원 선을 회복했다.

◇ 저가 사냥 나선 개미⋯수익률 '플렉스~'

고점 부근에서 증시에 입성한 개미와 달리 코스피 1600선이 깨진 3월17일부터 1700선 회복 전인 4월1일 사이 진입한 투자자들은 상당한 수익률을 올렸을 것으로 추산된다.

'폭락장 이후 주가 회복'라는 학습효과가 발동하면서 개미들의 시장 진입이 더욱 늘었고, 삼성전자를 매수 선두에 세웠다.

이 시기 삼성전자 주가는 52주 최저인 4만2300원까지 떨어졌다. 개미들은 이번에도 삼성전자 주식을 사는데 2조원이 넘는 자금을 썼다. 이는 당시 전체 순매수 규모(7조5000억원, 코스피·코스닥 합산)의 30%에 해당하는 수치다.

즉, 4만3000원 부근에서 삼성전자 주식을 매수한 투자자가 지난달 말 종가(5만700원) 부근인 5만원에 갖고 있던 주식을 팔았을 경우 주당 약 16.3%의 차익을 남길 수 있었고, 5만4000원 선을 돌파한 이달 3일 팔았을 경우 수익률은 더욱 확대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만큼은 아니지만 개미들 구매 리스트에 포함된 SK하이닉스, 삼성SDI, 카카오도 개미들에게 상당한 수익률을 선사했을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의 주가는 올해 3월19일 52주 최저가인 6만5800원까지 밀렸지만 이내 8만원선을 회복했고 이달 3일 기준 8만8900원까지 올랐다.

비슷한 시기 18만원 대까지 밀렸던 삼성SDI 주가도 지난달 마지막 장을 36만원 부근에서 마감했다. 삼성SDI의 52주 최고가는 39만3500원이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인해 언택트(비대면) 수혜를 받은 카카오도 저점이었던 13만원 선에서 5월 말 한 때 27만원까지 쾌속질주하는 등 2배 넘는 주가 상승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ETP(상장지수상품) 상품을 제외하고 급락기에 대형주 우량주 중심으로 저가 매수에 들어갔던 투자자들은 현재 유의미한 수익률을 올리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며 "외국인들의 강력한 매도세에도 불구하고 개미들이 지수회복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만큼 이번에는 힘 싸움에서 우위를 점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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