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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人워치]이름 내건 금융상품, 신뢰를 더하다

  • 2020.09.16(수) 15:03

유동원 유안타증권 GI 본부장 인터뷰
본인 이름 딴 랩어카운트…1년 만에 세분화해 추가 출시
"고객들이 평생 찾고 자식에게도 물려주는 상품 목표"

마트에서 사는 농수산물 포장에는 품목명과 함께 생산자 이름이 의무적으로 기재돼 있다. 하지만 도입 초기만 해도 생산자 표시제는 상당히 센세이셔널했다. 믿고 살 수 있도록 책임지겠다는 것인데 그만큼 생산자 이름을 공개하는 의미는 크다.

금융상품은 어떨까. 상품 투자설명서에는 갖가지 정보가 가득 차 있다. 상품을 운용하는 매니저 이름도 당연히 기재돼 있다. 하지만 상품명에 제작자 이름을 아예 넣고 꾸준히 출시에 나선다면? 해외에선 왕왕 있는 일이지만 국내 금융투자업계 정서 상으로는 흔치 않다. 

지난해 가을 유안타증권은 이색적으로 운용자 이름을 상품명에 박은 랩 어카운트 금융상품을 내놨다. 유동원 글로벌인베스트먼트(GI) 본부장이 들어간 유동원 글로벌 자산배분 랩이다. 그리고 1년이 된 시점에서 최근 라인업을 새롭게 추가했다. 이번엔 유동원 글로벌 홈런 랩과 안타 랩이다. 

유동원 본부장은 지난 15일 비즈니스워치와의 인터뷰에서 "이름을 직접 내건 상품은 그만큼 믿고 맡겨 달라는 자신감의 표현인 동시에 우후죽순 생겨났다 사라지는 금융상품 문화를 바꿔보고 싶은 포부도 담겨 있다"라고 말했다. 

유동원 유안타증권 GI본부장(사진 제공 유안타증권)

◇ 자식에게 물려줄 정도로 평생 가는 상품

유동원 본부장의 경력은 상당히 화려하다. 미국 펜실베니아대 와튼스쿨을 졸업한 그가 시장과 기업 분석부터 직접 운용까지 금투업계에 발을 담근 기간은 28년에 달한다. CLSA 애널리스트 부장과 모건스탠리딘위터 애널리스트 이사, 씨티그룹 글로벌마켓증권 상무, 우리앱솔루트파트너스 싱가포르 연구책임자, 우리환아투자 자문 북경 리서치센터장 등 상당 기간을 외국계 금융사에서 지냈다.  

그러다 2013년 말 한국으로 돌아와 키움증권에서 글로벌리서치팀 팀장을 맡아 일하다 유안타증권이 GI 본부를 설립하면서 본부장으로 영입됐다. 유 본부장은 적을 옮기는 조건으로 자신의 이름을 단 랩 상품 런칭을 제안했고 유안타증권은 이를 흔쾌히 수락했다.

한국에서는 금융상품에 담당자 이름을 달기가 쉽지 않다. 그나마 랩 상품 정도다. 미국의 경우 펀드나 헤지펀드에 운용자의 이름을 달면서 시그니처 상품이 되는 경우가 많다. 투자자들도 운용자를 따라 움직인다. 

한국의 경우는 회사 이름을 걸고 고객이 오다 보니 가입은 마케팅 위주로 흘러간다. 지점에서 단순히 미는 상품을 추천하고 사라지는 식이다. 유 본부장은 상품이 쉽게 만들어지고 없어지고를 반복하는 것이 안타까웠다. 단순히 조언을 하는 것이 아닌 운용자의 이름을 달고 제대로 된 상품을 통해 고객 신뢰를 쌓고 싶었다. 

"처음 고객은 100분의 1만큼의 자산을 맡기지만 신뢰가 쌓이면 더 많은 금액을 맡기고 투자합니다. 그 고객을 붙잡으려면 목표를 달성했다고 끝이 아니라 평생 갈 수 있는 상품을 제시해야 합니다."

유동원 본부장의 논리는 명확했다. 금융상품 서비스 등에 만족하면 고객은 본인 계좌를 열고 부모님 계좌를 열고 그다음엔 자식 세대에 물려준다. 이를 위해서는 믿음이 필요하다. 그래서 이름을 내걸어 매니저에 대한 신뢰가 묻어날 수 있는 제대로 된 상품을 만들고 싶었다. 그렇게 유동원 랩이 만들어졌다.

◇ 공격적 성향 따라 2가지로 진화

1년 전 처음 내놓은 자산배분랩은 GI본부 자체적인 자산배분모델에 기반해 글로벌 상장 주식과 상장지수펀드(ETF)에 분산투자한다. 시장상황과 관계없이 자산배분을 통해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상품으로 환헤지 없이 달러 자산으로 운용된다.

유 본부장은 헤지펀드 매니저를 하면서 롱숏 전략으로 접근했는데 기존 주식만으로 승부를 보긴 어려웠다. 그래서 숏 포지션을  싣지 않은 자산배분을 겸비한 전략을 택했다. 

성과는 어땠을까. 지난해 9월 이후 코로나 직전까지는 수익률이 35% 선에 달했다. 최근 코로나 여파로 변동성이 커지며 27% 선까지 낮아졌지만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그리고 1년 간 신뢰를 쌓은 후 좀더 세분화된 자산배분랩을 출시했다. 홈런 랩의 경우 세계 경제와 산업 패러다임의 변화를 주도하는 10~12개 정도의 기업에 집중 투자해 고수익을 추구한다. 기존 자산배분랩보다 훨씬 더 공격적으로 운용하면서 종목에 보다 집중하면서 헤지펀드처럼 일정 수익률을 웃돌 경우 성과보수를 책정했다. 

안타 랩은 높아진 변동성을 감안해 안전자산 비중을 높여 좀 더 안정적으로 운용해 투자자들의 선택의 폭을 넓혔다. 전체 자산의 50% 정도를 채권과 금과 같은 저변동성 자산에 투자해 장기적 안정성을 확보하는 게 목표다. 

◇ 해외투자는 전문가에…직접 한다면 묻어둘 종목

유동원 랩의 운용 방식에서 엿볼 수 있듯이 해외투자는 이제 필수가 됐다. 일반투자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 유 본부장은 먼저 유행을 타는 상품에 대한 '몰빵'에 대해서는 경계했다. 

"2007~2008년 당시 너도 나도 중국 투자를 했습니다. 한동안 브라질 채권에 올인했죠. 결과는 제대로 된 수익을 창출하지 못했습니다."
 
그런 면에서 요즘 직접투자가 유행하지만 해외투자 상품을 통해 전문가에게 맡길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가수가 직접 투자를 한다면 투자에 에너지를 아무리 쏟아도 본업인 노래를 부르는데 더 많은 시간을 쏟아붓는 것이 정석이다. 오랜 경험이 중요하고 더 많은 시간을 고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 본부장만 해도 헤지펀드 매니저부터 리서치, 투자전략 담당을 거치며 국내외에서 일반 투자자가 접해보지 못한 것을 접했다. 성공과 실패 사례를 직접 목도했고 그래서 어떻게 포트폴리오를 짜는지 잘 알고 있다.

그래도 직접투자를 고집한다면? 유 본부장은 해외주식 등을 단타로 매매하기보다는 애플이든 테슬라든 유망한 기업을 사서 긴 시간 동안 묻어두거나 꾸준한 적립식 개념의 투자를 추천했다. 국내 주식처럼 해외 주식을 단기에 사고 팔아서 수익을 내는 것이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 테슬라 급락, 닷컴 버블 때와 달라

요즘 해외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단연 테슬라 급등락이 핫이슈다. 워낙 급등락이 심하다 보니 닷컴 버블 재현 논란도 인다. 유 본부장은 그러나 현재 나스닥이 닷컴 버블 수준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제 막 적정가치 수준에 도달했고 버블 수준이 되려면 모둔 IT 종목이 테슬라처럼 올라야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패러다임의 변화가 일어날 때 큰 투자 아이디어가 만들어집니다. 과거 인터넷, 그 이후 4차 산업혁명 이후 사물인터넷, 셰일가스 혁명, 그리고 최근의 전기차입니다."

그에 따르면 테슬라의 경우 두 가지 측면에서 큰 변화를 주고 있다. 자동차 연료가 원유에서 전기로 전환되면서 원유 수요 감소를 유발할 수 있다. 또한 테슬라가 단순히 전기차를 만들어 파는 것이 아니라 플랫폼화를 겨냥한다. 테슬라를 사용하면 데이터가 쌓이고 이것이 자율 주행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유 본부장은 "애플이 한 것을 테슬라가 해낼지는 나중 이야기지만 지금까지는 해오고 있고 장기적으로 매력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면서 "당장 급등락에 따른 매매보다는 미래 가치를 보고 투자할 필요는 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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