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는 명실상부한 세계 최대 주식시장이다. 애플과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테슬라, 페이스북 등 이름만 대면 알만한 글로벌 기업들이 서로 자기 가치를 뽐내는 꿈의 무대이기도 하다. 이 거대한 시장에 최근 'K-머니' 바람이 거세다. 서학개미들의 투자 러시에 이어 국내 최대 이커머스 기업 쿠팡을 필두로 국내 비상장 기업들의 본격적 진출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열풍을 넘어 대세가 된 미국 증시. 어떤 점이 한국 투자자와 기업들의 마음을 사로잡는지 조명해보고자 한다. [편집자]
쿠팡에 이어 마켓컬리가 연내 뉴욕증시 상장을 목표로 주관사를 선정했다. 국내 기업들의 뉴욕행 수요가 갈수록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현실화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면서 국내 자본시장을 새롭게 정비하고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유망기업들의 선진국 선호도가 높아질수록 국내 시장은 그만큼 성장세가 꺾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선진국 대비 신흥국 시장의 디스카운트 요인은 구조적인 문제여서 완벽히 해소할 수는 없다고 입을 모은다. 다만 배당 확대와 글로벌 추종 자금 유치, 일관성 있는 경제정책 등을 통해 국내 시장의 투자 매력을 높여 디스카운트 요인을 줄이는 방향으로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투자 매력 높여라…배당 확대가 '대안'
국회예산정책처가 지난 2019년 발간한 자료를 보면 2008년부터 2018년까지 10년동안 국내 평균 배당성향은 24.8%에 그쳤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이 포함된 G7의 평균인 41.9%과 비교하면 무려 17%포인트 넘게 차이가 났다.
같은 기간 브라질과 러시아, 인도 등 브릭스(BRICS) 국가들의 평균 배당성향은 35.7%로 국내 증시보다 역시나 10%포인트 이상 높았다.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필리핀으로 구성된 VIP국가들의 평균인 41.2%와도 격차가 컸다. 특히 베트남은 2015년부터 2017년까지 평균 배당성향이 60%를 웃돌면서 오히려 금융 선진국들보다 더 높았다.
그만큼 국내 기업들은 배당에 인색했다. 쥐꼬리 배당은 전반적인 시장의 투자 매력을 반감시킨다. 지난해 이후 동학개미운동과 함께 개인들의 자금이 국내 증시로 대거 유입되긴 했지만 외국인 자금 없이는 디스카운트 해소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배당 확대는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구조적으로 선진국 대비 신흥국 시장의 디스카운트 요인은 해소가 어렵다"면서 "적극적인 배당 확대 등의 방법을 통해 시장 메리트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디스카운트 요인을 꾸준히 해소할 수 있을 것이란 긍정적인 전망도 나온다. 과거와 달리 배당을 중요시하는 기업들이 많아지고 있고, 산업 구조도 중후장대 산업에서 탈피해 지식재산권 등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다양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연구원은 "한국의 경우 예전에는 조선, 건설 등 재투자가 필요한 굴뚝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컸지만, 2000년대 이후 산업분포도를 보면 지식재산과 사업 노하우 등을 수반하는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이런 추세는 계속 이어지면 디스카운트를 해소할 수 있는 궤도에 올라설 것으로 본다"라고 진단했다.
◇ 정책 일관성 통해 시장 안정성 확보 '절실'
정부 정책의 일관성도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오락가락 정책은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워 투자를 꺼리는 요소로 작용할 수밖에 없어서다.
실제로 정부는 지난해 자본시장 세법 논의 과정에서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부는 작년 6월 주식 양도소득세 도입을 발표하면서 한해 기본 공제액을 2000만원으로 정했다가 개인 투자자들이 반발하자 결국 기준금액을 5000만원으로 상향 조정한 바 있다.
주식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대주주의 기준도 부랴부랴 바꿨다. 2017년 개정한 소득세법 시행령에 따라 올해부터 현행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낮춘다고 발표하자 재차 여론의 거센 저항에 부딪혔고 결국 10억원 기준을 그대로 유지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여론에 따라 중심을 잡지 못하는 정책도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저해하는 여러 요인들 중 하나"라며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나 대주주 기준 변경 등과 같은 이슈가 눈치보기식 제도 개선의 대표적인 예"라고 지적했다.
◇ 제도 정비 통해 시장 건전성 확보 필요
시장의 전반적인 수준을 높이려면 투명하고 성숙한 투자문화 정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들린다. 특히 사모펀드 사태로 부각된 법의 맹점을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증권업계 다른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자본시장 법 체계는 금융 선진국 대비 허술한 점이 많다"면서 "과도한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려면 외국인 자금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만큼 제도적 보완을 통해 법적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는 라임사태를 수습하면서 '민법 제109조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를 근거로 투자금 전액 환불을 판매사에 권고했다. 다만 분조위의 권고는 말 그대로 제안 수준이어서 판매사가 이를 거부할 수 있고, 투자자들도 수용하지 않을 수 있다.
여기에다 특정 사모펀드의 부실을 발견했을 때 금융당국이 적극 개입해 사태를 정리할 수 있는 법률적 근거도 미흡하다. 옵티머스 사태를 예로 들면 금융위원회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416조 '금융위원회의 조치명령권'에 따라 관리인을 파견한 바 있는데, 이 조문의 적용 가능 여부는 아직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다른 한편으론 금융사고가 날 경우 그때마다 제대로 된 방향성 없이 이리저리 제도를 뜯어고치고, 피해보상이 용이한 대형 판매사에 독박 책임을 지우려는 정부의 행태도 개선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국내 시장에 남아 있는 이런 허점들을 우선적으로 개선해야 외국인 자금의 추세적인 유입을 기대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외국인 자금이 유입되더라도 디스카운트를 완전히 극복할 수는 없지만 격차 해소엔 도움이 된다"면서 "합리적인 경제정책 결정과 성숙한 투자문화 정착 등을 통해 글로벌 자금이 추종하는 모건스탠리인터내셔널(MSCI) 선진국(DM) 지수 편입 등을 노려볼 필요가 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