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주식시장이 올해의 끝을 향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외화증권 1000억 달러 시대를 연 서학개미(해외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개인투자자)들의 성과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의 3대 지수 모두 일시적인 부침은 있었지만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는 등 투자자들의 기대 수익률을 충족시켰을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개별종목외에 상장지수펀드(ETF) 등에도 투자자들의 손길이 이어졌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이 가속화된다고 해도 신흥국 대비 선진국 증시가 상대적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수익률 왕은 '알파벳'
9일 야후 파이낸스에 따르면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를 비롯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나스닥지수는 종가 기준으로 연초 이후 이달 7일까지 각각 18.1%, 24.8%, 23.5% 가량 상승했다.
돌발 변수로 인한 부침은 있었지만 미국의 3대 지수는 꾸준한 오름세를 보인 셈이다. 미국 월가에서는 코로나19 리스크에도 미국 증시가 강세장을 연출한 배경으로 우량주들의 선전을 꼽고 있다. 특히 대형 기술주들의 성과가 좋았다.
올해 국내 투자자들이 순매수한 상위 10개 종목중 가장 높은 상승률은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이었다. 이 기간 알파벳 주가는 주당 1726달러에서 2940달러를 돌파했다. 만일 올해 첫 거래일에 알파벳 주식을 종가 부근에서 매수한 투자자라면 현재 70% 넘는 수익률을 기록중인 셈이다.
테슬라도 같은 기간 45%에 가까운 상승률로 알파벳의 뒤를 이었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은 이들 두 종목의 순매수 금액은 각각 6억8600만달러(약 8059억1300만원)과 20억9300만달러(약 2조4600억원)에 달했다.
이밖에 최근 사명을 바꾼 메타 플랫폼스(구 페이스북)와 애플 등도 6억2400만달러(약 7330억7500만원), 5억3700만달러(약 6308억6800만원) 순매수를 기록했다.
빈기범 명지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난 20년을 되돌아보면 미국 기업들은 사업의 창의성, 확장성, 초연결 기술 등을 앞세워 세계 경제를 주도해 왔다"며 "오랜 기간 미국 상장사들이 입증한 성장 잠재력 등이 해외주식 투자에 대한 참여도를 높였다"고 진단했다.
투자 채널도 다각화
해외 주식에 대한 국내 투자자들의 접근 방식도 다양화되고 있다. 미국 증시에 투자하는 ETF와 같은 상품에 보다 집중하면서 투자 규모도 과거에 비해 늘어나는 모습이다.
세이브로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주식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가운데 3개 종목이 미국 우량주에 상당한 노출도를 가지고 있는 'PROSHARES ULTRAPRO QQQ(티커 TQQQ)' 'INVESCO QQQ TRUST SRS 1(QQQ)' 'SPDR SP 500 ETF TRUST(SPY)'와 같은 ETF다.
특히 올해에는 TQQQ처럼 나스닥100지수를 3배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품에만 7000억원 가까운 국내 자금이 몰렸다. QQQ나 SPY와 같은 ETF에도 6000억~6500억원에 육박하는 자금이 유입되는 등 국내 투자자들은 3개 ETF를 2조원 가량 사들였다.
세 상품 모두 공통적으로 'FAANG(페이스북·아마존·애플·넷플릭스·구글)' 'MAGA(마이크로소프트·애플·구글·아마존)'로 대변되는 대형 기술주들을 일정비율 이상 들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재확산,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등 변수들이 존재하지만 한동안 미국 증시 개별 종목 및 ETF에 대한 순매수세는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진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올해만 보더라도 미국 증시는 30% 가량 올랐지만 우리 시장은 보합세를 보이는 등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며 "내년부터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본격적으로 테이퍼링을 시작하고 금리 인상 국면에 들어간다고 해도 신흥국 대비 상대적 성과가 우수할 것으로 전망되는 미국 증시에 대한 투자 수요는 증가할 전망"이라고 예상했다.
내년에도 미국 증시 순항할까
투자자들의 시선은 이미 내년을 향하고 있다. 미국 월가의 대형 투자은행(IB)들은 대체로 올해에 이어 2022년에도 미국 증시의 강세장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상승 추세가 꺾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야후 파이낸스에 따르면 크레딧스위스를 비롯해 JP모건, 골드만삭스 등은 내년 S&P500지수가 5000포인트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크레딧스위스는 최근 예상 지수를 5000에서 5200포인트로 상향 조정했고, JP모건은 내년 연말쯤 S&P500지수가 5050선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골드만삭스도 같은 시점에 5100선까지 오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나단 골럽 크레딧스위스 최고주식전략가는 최근 보고서에서 "연준의 긴축정책에도 불구하고 경제성장에 대한 강한 믿음, 경기민감주들의 수익성 개선, 상장기업들의 자사주 매입 환경 회복, 여전히 매력적인 주가 할인율 등이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뱅크오브아메리카와 모건스탠리는 S&P500지수가 각각 4600, 4400선으로 후퇴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지난 8일 종가인 4701.21포인트 대비 약 2.2%, 6.4% 떨어진 수치다.
지난달 일찌감치 예상치를 내놓은 사비타 수브라마니안 뱅크오브아메리카 수석투자전략가는 "내년 S&P 500의 EPS(주당순이익)은 6.5% 상승하는데 그쳐 이익 성장률이 둔화할 것"이라며 "금리 인상 기조는 주식 가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되고, 더 높은 배당을 제공하는 다른 투자 자산들과 경쟁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내년에는 현금, 주식, 채권 순으로 투자 우선순위를 정했다"며 "주식 중에서도 대형주보다는 소형주, 성장주보다는 가치주를 더 선호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