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투자자들의 미국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여러 이슈로 글로벌 증시가 흔들리는 가운데서도 미국 주식 보유량은 성장세를 이어나고 있어서다. 뉴욕 증시도 단기적으로 반등에 성공하며 서학 개미들의 시름을 덜고 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아직 인내가 필요한 시기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하반기 이후 유의미한 반전을 기대해 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2분기 투자처에 대한 관심이 확대되고 있다. 그간 과도한 낙폭을 보이면서 리오프닝 모멘텀을 기대할 수 있는 소비재 관련주 등이 후보군으로 오르고 있다.
준수한 회복력에 서학개미 안도
2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보관 규모는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2020년 1분기 88억달러(한화 약 10조6664억원)에 불과했던 보유 규모는 1년 만에 5배 이상 급증해 464억달러(56조2414억원) 수준까지 몸집을 불렸고, 올들어 지난달 30일까지는 707억달러(86조800억원)로 50% 넘게 늘었다.
지난 2019년 전체 보관 규모가 84억달러(10조1850억원) 규모였던 점을 고려하면 가파른 성장세를 시현한 셈이다. 특히 올해 1분기 중반부까지 뉴욕 증시의 변동성이 크게 확대되는 상황 속에서도 서학개미들의 투자 열기는 이어졌다.
이 기간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매수한 종목은 나스닥지수 수익률의 3배를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품인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QQQ(PROSHARES ULTRAPRO QQQ·TQQQ) 상장지수펀드(ETF)로 순매수 규모만 12억달러(약 1조4544억원)에 달한다.
이와 함께 테슬라(1조3332억원)를 비롯해 또 다른 레버리지 상품인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X(DIREXION DAILY SEMICONDUCTORS BULL 3X SHS) ETF(6897억4200만원), 애플(6312억3515만원) 등도 구매 리스트 상단에 이름을 올렸다.
투자 성과는 냉탕과 온탕을 번갈아 거쳤을 것으로 추정된다. ETF를 제외한 개별 종목 모두 지수 조정과 함께 1분기 하순까지 부진한 주가 흐름을 보였다가 이후 반등세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테슬라의 경우 종가 기준으로 지난달 14일 주당 766달러(92만7600원) 수준까지 밀렸다가 현재는 1000달러(121만1000원) 수준을 회복했다. 비슷한 기간 애플 또한 150달러(18만1650원) 선이 위태롭기도 했지만 170달러(20만7000원) 선에 안착한 상태다.
2분기 소비재 관련주 주목
이런 가운데 증권가에서는 뉴욕 증시가 유의미하게 반등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하반기 이후에야 기술주들이 주도하는 시장 변화를 관찰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민병규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미국 증시의 반전 시기는 하반기를 기본 시나리오로 상정하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며 "이 시기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누적된 긴축으로 인해 시장의 관심이 '통화긴축'에서 '경기둔화'로 변화할 것을 고려하면 고성장 기술주가 주도권을 회복하는 양상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종 중에서는 재개방 모멘텀을 기대해 볼 수 있는 소비재 관련주들이 후보군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미 일부 의류 및 유통, 이커머스 기업들을 중심으로 눈여겨볼만한 주가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의류업체중에서는 룰루레몬의 주가가 지난달 말일부터 이달 30일까지 종가 기준으로 17% 넘게 올랐고, 유통에서는 미국판 다이소로 유명한 '달러제너럴'이 같은 기간 15% 가량의 상승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따라서 의류나 유통, 이커머스 관련주 가운데 피크 아웃(고점 이탈)과 같은 우려로 주가가 과도하게 하락한 상장기업에서 투자 기회를 엿볼 수 있을 것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심지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리오프닝 모멘텀에는 여전히 일부 재화 소비재가 포함된다고 할 수 있다"며 "수요는 아직도 이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무엇보다 미국의 소비 강도가 현 시점에서는 인플레이션 우려를 누르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점도 주목할만하다"며 "이에 따라 기존 견조한 실적을 자랑하던 재화 소비재중 피크아웃 우려로 매력적인 밸류에이션 레벨로 내려온 업체의 진입 시점을 고민해봐도 좋을 시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