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배분 차원에서 펀드는 중요한 투자 상품이다. 요즘처럼 증시가 횡보를 거듭하거나 고점 부담이 확대될 때 상대적으로 안정감 있게 투자 자산을 방어해 줄 피난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펀드만 가진 절대적인 장점이 분명한 데도 최근 상황을 보면 공모주 펀드와 같은 일부 상품을 제외하면 시장의 냉대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서울 여의도 한화자산운용 본사에서 만난 김민관 한화자산운용 상품전략실장은 "펀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자들이 원하는 목적지까지 여정을 함께할 수 있는 확실한 투자 수단"이라고 자신했다. 자산운용업계에서만 20년 넘게 몸담고 있는 김 실장은 "펀드의 탄생부터 출시까지 전반적인 과정을 알고 한순간의 등락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마음가짐을 갖고 있으면 분명 성공적인 투자 경험을 쌓을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 펀드 설계에 있어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 기술의 발달로 투자 수단이 다각화되면서 펀드만 하는 시대는 갔다. 따라서 기존 상품과 전략에 차별성을 둔다든지, 자산 특성 등을 잘 부각시킨 선별적인 펀드만이 어느 정도 시장의 관심을 받을 수 있다. 펀드를 만들어내고 운용하는 자산운용사 입장에서는 투자 대상 자산에 대한 연구가 중요해졌다. 펀드 시장이 좋지 않음에도 깊은 연구과정을 거쳐 얻은 결과물에 퀀트적인 기법들을 적용한 상품들이 투자자들의 선택을 많이 받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프로세스적인 면도 중요해졌다. 요새는 일반 투자자들도 고급 정보들을 빠르게 입수할 수 있어 비대칭성은 사라졌다고 볼 수 있다. 시장의 니즈에 부합한 상품들을 얼마나 신속하게 내놓는지가 펀드의 성패를 가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좋은 아이디어가 나왔을 때 빠르게 펀드를 만들어 출시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 최근 몇 년 간 이 두 가지 요소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 펀드가 출시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는가
- 펀드를 낼 때는 일단 아이디어가 나와야 한다. 우리 회사는 우선 상품 실무 협의체를 구성해 펀드 매니저와 세일즈, 상품 개발 전문가 등 여러 관계자들이 다양한 아이디어를 공유한다. 여기서 펀드로 연결할 수 있겠다는 판단이 서면 점차 각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방식으로 확장해 나간다. 다음으로 펀드 출시를 위한 구체적인 조각을 만들어 내고 최종적으로 내부 및 금융감독원 승인을 거쳐 펀드가 탄생한다.
▲ 펀드가 나오기까지의 기간은
- 펀드 유형에 따라 다르다. 공모펀드는 공식적으로 관련 서류들을 제출해야 하고 이후 승인이 나도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다트·DART)에서 효력이 발생되기까지는 영업일 기준 약 15일 정도가 걸린다. 대략적으로 아이디어 발굴에 최소 1~2주, 이후 각종 내부 승인 절차에 1~2주 정도가 소요된다. 금감원 승인까지 감안했을 때 약 6~8주 정도, 통상 3개월 정도 걸린다고 보면 된다.
반면 사모펀드는 공모펀드에 비해 상대적으로 절차가 간소해 펀드 출시가 빠르다. 다만 최근 벌어진 환매중단 사태 등으로 사모펀드 규제가 강화되면서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하는 사모펀드의 경우 공모펀드에 준하게 제도가 강화되는 추세다.
▲ 매니저 선정 기준은 어떻게 되나
- 이 부분도 상황에 따라 다르다. 최근에 우리 회사에서 전략적으로 밀고 있는 '그린히어로 펀드'는 펀드매니저 한 명이 제안해 탄생한 케이스다. 원래 국내 주식형 펀드 매니저인데 글로벌까지 아울러 투자하겠다며 회사를 설득했다. 이처럼 특정 매니저가 아이디어를 제시해 펀드가 출시되면 거의 확정적으로 본인이 펀드 운용역을 맡게 된다. 작년에 출시한 '글로벌 언택트 펀드'는 여러 명의 운용역 후보군을 정해놓고 관련 부서 간 논의 과정을 거쳐 선정한 케이스라고 볼 수 있다.
사실 운용은 영역을 구분하기 어려운 회색지대에 있는 경우가 많다. 자산배분형 펀드를 예로 들면 운용을 퀀트에서 맡을 수도 있고, 멀티에셋 팀에서 맡을 수도 있다. 이렇게 구분이 애매할 경우 기본적으로 매니저들의 운용 역량과 경험, 철학 등을 고려해 상품전략팀에서 제안하고 최종적으로 결정한다.
▲ 벤치마크 선정 기준에 대해서도 설명해달라
- 일반적으로는 국내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라고 하면 코스피 지수와 비교하는 게 맞다. 해당 지수보다 성과가 좋으면 퍼포먼스가 좋다고 평가할 수 있고 반대의 경우 저조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활용 가능한 지수가 있으면 벤치마크로 삼으면 된다. 우선 적정성에 대해 리스크 관리부서로부터 판단을 얻고 금감원으로부터 승인받아 최종적으로 벤치마크를 선정한다.
벤치마크가 없는 경우 '레퍼런스 인덱스(Reference Index)' 즉, '참고 지수'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직접적으로 펀드 퍼포먼스가 해당 지수와 비교되지 않지만 적어도 참고 정도는 할 수 있다는 개념이다.
다만 트렌드는 변하고 있다. 벤치마크는 펀드의 운용전략을 평가하기 위한 비교 지수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연관성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최근 여러 자산에 투자하는 상품들이 등장해 이를 적절히 평가할 수 있는 지수를 찾기 힘든 경우가 잦아지다 보니 비교 지수 자체가 없는 상품들의 출시도 이어지고 있다.
비용적인 문제도 생각해 봐야 한다. 적정 비교 지수가 없는 상황에서 벤치마크를 선정하려고 하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사 같은 곳에 지수 개발을 요청할 수 있다. 이 경우 발생하는 비용이 운용 보수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 환매 시 펀드 유형에 따라 기준가 적용일, 결제일이 다른 이유는
- 가장 큰 차이는 자산의 성격이다. 보통 구분할 수 있는 자산으로 주식형과 채권형을 꼽을 수 있다. 주식과 채권은 사고파는 결제일이 다르다. 채권은 다음 날 가격이 확정되기 때문에 더 기다릴 필요가 없지만 주식은 확정되려면 3일이 걸리고, 해외 펀드는 시간이 더 필요한 경우도 있다. 그래서 3영업일, 7영업일 기준가 등 결제일에 따라 각기 달리 결정된다고 보면 된다.
▲ 일각에선 펀드 설계과 제작을 종합예술에 비교하는데 유사점은
- 아무리 뛰어난 작품이라도 시대의 흐름을 유연하게 담아낼 수 있어야 예술로 평가받을 수 있다. 그렇지 못하면 단순 창작활동에 그치게 된다. 펀드 하나를 만들 때 운용, 리스크, 컴플라이언스, 지원 등의 발행단계와 마케팅, 세일즈 등의 유통단계 등 여러 유관 부서와 정교한 팀워크를 발휘해야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최초 설계부터 마지막 제작까지 각 단계, 단계마다 소비자와 시장의 트렌드를 녹여내야 하는 세밀한 작업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종합예술에 비견되는 것 같다.
▲ 펀드 투자자들에게 조언이 있다면
- 단기적으로 투자를 하는 성격의 자금은 펀드 투자에 적합하지 않다. 현 상황에서 가장 자신 있게 권하는 펀드 투자 방법은 명확한 목표 수익을 설정하고 투자 기간을 최소 3년 이상 갖고 가야 한다. 이런 점에서 퇴직연금이나 연금저축에 적합하다.
자산시장은 등락을 거듭하기 때문에 성과를 올릴 수도 있고 손해를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경험에 비춰 보면 대부분의 자산들은 3년을 기준으로 대체적으로 우상향했다는 것을 확인했다. 원하는 만큼의 수익은 물론 리스크 감내 수준에 따라 성과가 더 좋은 경우도 있었다. 결국 장기적으로 봤을 때 펀드는 목표 수익률을 충족시킬 수 있다. 한 달, 석 달 등 짧은 기간 등락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목표액에 도달하겠다는 의지로 투자를 지속할 경우 펀드를 통해 분명 좋은 투자 경험을 쌓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