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현 국회의원실이 국내 상위 자산운용사의 연봉 정보를 요청해 논란이 되고 있다. 운용사들은 공기업도 아니고 상장사도 아니어서 공개 의무가 없지만 자료 제출을 거부할 수도 없어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금융감독원을 통해 자산운용사 상위 10개사에 연봉 정보를 제출하라는 공문을 발송했다.
윤 의원실을 대신해 공문을 보낸 금감원은 "윤창현 의원실로부터 붙임과 같이 자료 요청이 있어 이를 귀 기관에 이첩하오니 '제출 가능 여부'를 자체 판단 후 해당 의원실에 직접 제출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명시했다. 아울러 자료 제출이 어려울 경우 의원실에 미제출 사유를 직접 소명해야 한다고 전달했다.
공문에는 운용사 상위 10개사가 지난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연도별(지급연도 기준) 임원과 직원의 ▲평균연봉 ▲연봉 중윗값 ▲각각 전년 대비 증감률을 제출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순자산총액(AUM)기준 상위 10개사는 삼성자산운용(286조2336억원), 미래에셋자산운용(137조7542억원), KB자산운용(104조9571억원), 한화자산운용(103조7890억원), 신한자산운용(72조3626억원), 한국투자신탁운용(65조2213억원), NH-아문디자산운용(50조2096억원), 키움투자자산운용(49조5015억원), 교보악사자산운용(46조9551억원), 흥국자산운용(36조2233억원) 등이다.
운용업계는 윤 의원실의 요구가 과도하다고 지적한다. 운용사 중 상장사가 한 군데도 없는 데다 공기업도 아니어서 연봉을 공시할 의무가 없다는 의견이다. 실제 그간 운용사의 연봉은 공개된 적이 없다.
현재 금융사 재직 고액 연봉자(▲보수총액 5억원 이상 임원 ▲보수총액 상위 5인(5억원 이상)인 임직원 ▲당해 연도 성과보수 총액 2억원 이상인 임직원)에 대한 개별보수 공시는 의무화돼 있지만 전체 임직원의 보수는 공시 대상이 아니다.
제출 기한은 당장 이달 2일까지로 현재까지 자료 제출을 한 곳은 2개사뿐이다. 대부분 자료를 제출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입장이긴 하지만 일부 운용사들은 여전히 고민 중이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운용사는 상장사가 아니어서 연봉 정보를 공개할 의무도 없고, 자료를 공개하려면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며 "그러나 자료를 제출하지 않으려면 의원실에 직접 소명해야 하는 상황이라 사실상 제출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운용사 관계자도 "금감원이 연봉 정보에 대해 전체 업권을 대상으로 요청한 적은 있으나 특정 대형 운용사를 한정해 요청한 사례는 극히 드문 경우"라며 "매우 난감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윤창현 의원실 관계자는 "금융정책과 일자리에 대한 연계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측면에서 운용사를 포함한 전 금융권 대상 자료를 수집하고 있다"면서 "규제를 풀면 일자리가 늘어나고 급여 수준이 늘어난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확인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운용사들의 연봉자료 제출 부담에 대해선 "운용사 측이 건전경영 감독과 무관하게 통상적인 감독에서 벗어난다고 여겨지면 금감원과 협의해 미제출 사유를 제출하면 된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