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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설익은 ESG 펀드…선택 기준은

  • 2021.06.14(월) 08:08

[ESG 감별사③] 
ESG 열풍 타고 상품 '우후죽순' 난립
운용 전략·장기적 접근 등 참고해야

ESG(환경·사회·지배구조)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투자 척도다. 그러나 자본시장에 안착하기 위해선 등급 평가 체계와 상품 인증 기준 등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ESG 시대를 맞아 산적한 과제들을 정리하고 그 해결책에 대해 고민해 보고자 한다.[편집자]

ESG가 하나의 트렌드를 넘어 투자 문화로 자리 잡으면서 국내에서도 ESG 상품이 대세가 되고 있다. ESG를 내세운 펀드가 쏟아지면서 이 펀드들로 유입되는 자금의 규모도 급격히 늘고 있다.

ESG 시장의 덩치가 커지는 만큼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ESG 상품이 난립하면서 선택이 어려워지고 무늬만 ESG 상품에 잘못 투자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우선적으로 해당 상품의 운용 목표와 전략을 파악한 후에 자신의 투자 스타일에 맞는 상품에 투자해야 실패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모은다. 또 ESG 트렌드가 이제 막 개화한 만큼 단기 성과보다는 중장기적인 안목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도 조언한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ESG 펀드 고공 성장

14일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재까지 출시된 주식형 ESG 공모펀드 수는 38개, 채권형은 7개다. 각 상품에 소속된 클래스 펀드까지 합치면 260여 개나 된다. 

투자자들이 펀드에 가입한 금액을 가늠할 수 있는 설정액은 더 빠르게 늘고 있다. 주식과 채권형을 합해 3조원 가까이 된다. 특히 최근 1년간 1조원에 달하는 투자금이 ESG 펀드로 유입됐는데, 이 가운데 8000억원이 최근 6개월 새 집중됐다. 

순자산 증가 추세는 더 가파르다. 2018년 3200억원 수준에 불과하던 ESG 펀드의 순자산은 3년 새 5배 이상 많은 1조5000억원으로 늘었다.  

개별 펀드별로 보면 최근 1년 새 가장 많이 주목받은 상품은 마이다스자산운용이 12년 전 출시한 '마이다스책임투자증권투자신탁(주식)'이다. 작년 이맘 때 292억원을 갓 넘었던 펀드 규모는 이달 9일 1320억원대로 늘면서 7배 가까이 덩치를 불렸다. 

투자자들은 운용 기간이 채 1년이 되지 않는 신규 펀드에도 투자자들은 주목했다. 'NH아문디100년기업그린코리아증권투자신탁[주식]'이 대표적이다. 설정 직후인 작년 9월 초 407억원에 불과하던 펀드 규모는 9개월 사이 2000억원이 넘는 자금이 들어오면서 지금은 2600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주식시장에서 거래되는 상장지수펀드(ETF)의 경우 KB자산운용이 2018년 초 내놓은  'KBKBSTARESG사회책임투자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주식)'이 선택을 많이 받았다. 일반 펀드의 설정액과 같은 개념인 수탁고는 같은 기간 71억원에서 2572억원으로 급증했다.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아직 설익은 ESG…투자 결정 신중히

펀드를 비롯해 ESG 상품들이 우후죽순 선보이면서 옥석가리기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비슷한 유형의 상품이 한꺼번에 쏟아지다 보니 투자자 입장에서는 상품 선택이 더 고민스러워질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ESG 상품도 기존 상품을 선택할 때처럼 정량적인 조건을 확인하는 게 기본이라고 조언한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기존에 일정 수준 이상의 운용기간과 규모, 성과, 운용사, 운용역 등 정량적인 요건을 토대로 상품을 선택하듯 ESG 펀드도 같은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여기에다 해당 상품이 추구하는 운용 목표와 투자자 개인의 투자 목표가 어느 정도 일치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오 연구원은 "중요한 것은 시장이 가고 있는 방향"이라며 "투자자 개인이 가진 ESG 철학에 일정부분 부합하는 상품을 선택해야 투자 효과를 낼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펀드 유형을 미리 결정한 후 상품을 선택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과거에는 일반 주식형밖에 없었지만 지금은 액티브 주식형을 비롯해 해외 주식형, 채권형, ETF까지 다양한 상품들이 존재한다"며 "사회책임 투자에 대한 전략 자체가 광범위하기 때문에 미리 유형을 정해 투자할 필요가 있다"라고 조언했다. 

ESG 시장이 아직 초기 단계임을 고려할 때 투자 성과를 극대화하려면 중장기적인 안목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연구원은 "국내 ESG 시장은 이제 막 걸음마를 뗀 것과 다름없다"면서 "10년 전만 해도 ESG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사업 영역으로 연결해 이익을 내는 기업은 드물었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LG화학이나 SK이노베이션처럼 2차전지 등 환경 쪽을 차기 성장 동력으로 삼아 이익을 내는 기업이 늘고 있는 반면 남양유업처럼 지배구조 상 약점을 드러내면서 주인이 바뀌는 현상도 관찰되고 있다"면서 "이를 미래의 관점에 대입하면 ESG 전략을 취하는 국내 기업이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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