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와 올해 자본시장의 가장 큰 화두는 단연 ESG(환경·사회·지배구조)다. 기후 변화로 환경문제가 인류 생존에 절대적인 변수로 자리매김하면서 각국 정부와 기관투자자들이 ESG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다.
특히 최근 북미의 이상고온과 서유럽의 폭우 등으로 전 세계가 기후 재앙에 직면하면서 ESG 투자가 더욱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유럽 홍수가 ESG 투자 확대 모멘텀
증권가에선 지난주 유럽에서 발생한 홍수 피해가 ESG 투자를 더 확대하는 모멘텀이 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유럽 내 ESG 채권의 수요를 높이는 요인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난주 서유럽에서는 100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로 독일과 벨기에에서만 200명 가까이 사망했다. 경제적 피해도 막심하다. 독일 보험업계는 이번 홍수로 인한 보험금 지급액이 역대 최대 규모를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메르켈 독일 총리는 "홍수 피해에 대한 신속한 재정 지원과 기후변화를 억제하는데 지금보다 두 배 더 정치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지난달 유로존에서 2050년까지 온실가스 순배출을 '제로(0)'로 만드는 내용을 법제화한 데 이어 향후 더 강력한 기후변화 억제책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특히 유럽중앙은행(ECB)이 기후변화 대응을 통화정책 목표로 공식화한 데다 2023년부터 회사채 매입 과정에서 기후 관련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는 점은 ESG 채권의 가치를 높이는 요인이다. 이에 따라 지속가능채권은 대출 담보로써 가치가 더 높아지고, ESG에 반하는 기업 채권들은 외면당할 가능성이 커졌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유럽에서 발생한 홍수 피해로 유럽 내 ESG 채권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지면서 수혜가 예상된다"면서 "반면 '기후 악당' 기업의 채권은 ECB가 매입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미국도 ESG 투자 본격화…밀물 들어올까
미국도 ESG 투자를 본격화하면서 ESG 시장에 본격적인 자금 유입이 예상된다.
미국은 그간 유럽에 비해 ESG 투자에 소극적이었는데, 최근엔 상장지수펀드(ETF)를 중심으로 ESG 펀드 투자가 활발하다.
실제로 미국의 ESG 투자 비중은 꾸준히 증가 추세다. GSIA(Global Sustainable Investment Alliance)에 따르면 미국의 총 투자자산 중 ESG 관련 투자 비중은 2014년 18%에서 지난해 33%로 껑충 뛰었다.
미국의 뱅가드(Vanguard), 아이쉐어즈(iShares) 등 ETF 운용사들도 다양한 ESG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아이쉐어즈의 'iShares ESG Aware MSCI USA ETF'는 비교적 늦은 시기인 2016년 설정됐음에도 현재 운용 규모가 거의 2조원(17억달러)에 이른다.
뱅가드의 ESG 펀드운용 규모는 31조원(270억 달러) 수준이다. 전체 뱅가드 펀드 7조1749억달러와 비교하면 0.4%에 불과하지만 그만큼 앞으로 시장 확대 가능성이 더 크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미국이 ESG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ESG 투자는 큰 기회를 맞고 있다"면서 "ESG 펀드로 자금 유입 규모가 커지면서 ESG 평가가 우수한 기업은 갈수록 유리한 위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