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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대체투자 확 늘렸더니…증권사 리스크 '부메랑'

  • 2021.08.12(목) 13:56

8사 위험노출 19조…하나·메리츠·신한 '부담'
부실인식 8400억…한신평 "위험 흡수 가능"

동학개미운동으로 대표되는 개인투자자들의 주식투자 열풍에 힘입어 국내 증권사들이 사상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이들에도 아픈 손가락은 있기 마련이다.

미래 핵심 수익원으로 점찍고 그간 아낌없이 공을 들여온 해외 대체투자가 대표적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예상보다 장기화하면서 해외에 뿌려놓은 씨앗들이 결실을 맺기 전에 오히려 회사 신용도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서울 여의도 증권가 전경./사진=김기훈 기자 core81@

8개사 익스포저 19조…하나·메리츠·신한 부담 커

최근 한국신용평가가 내놓은 '대형 증권사의 해외대체투자 리스크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삼성증권, 하나금융투자, 메리츠증권, 신한금융투자(자기자본 순) 등 8개 대형 증권사의 해외 대체투자 위험노출(익스포저) 규모는 19조원에 이른다. 이는 8개사 자기자본 합계 43조7000억원의 43.5%에 달한다.

2017년 말 신한금투를 제외한 7개사의 해외 대체투자 익스포저가 3조3000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코로나19 유행이 본격화하기 시작한 작년 초까지 2년 남짓한 기간에 해외 대체투자가 급격히 늘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증권사별 익스포저를 살펴보면 하나금투가 4조5000억원으로 가장 크고 미래에셋(3조9000억원), 메리츠(3조2000억원)도 3조~4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중 자기자본이 10조원에 이르는 미래에셋증권을 빼고 하나금투(103%)와 메리츠(70%), 신한금투(57%) 등의 자기자본 대비 해외 대체투자 익스포저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다. 

해외 대체투자는 상당 부분 부동산에 집중돼 있다. 전체의 58%에 이르는 11조원이 해외 부동산 자산으로, 8조1000억원(42%)의 해외 특별자산을 훨씬 웃돈다. 근래 들어선 보험사와 연기금 등 국내 기관투자자들의 수요를 고려해 사회간접자본(SOC) 등의 특별자산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부동산 투자에 적극적인 미래에셋과 메리츠는 해외 부동산 익스포저 비중이 각각 83%, 65%에 이르고, 신한금투와 한투의 경우 특별자산 비중이 각각 64%, 60%%로 높다. 

한신평이 추산한 증권사들의 중위험 자산(오피스와 상업·복합 자산) 합산 익스포저는 5조6000억원으로 전체의 30% 수준이며, 고위험 자산(항공기·호텔·석탄 등) 합산 익스포저의 경우 전체의 18%인 3조5000억원에 이른다.

부실 인식은 8400억…호텔 등 대부분 부동산

해외 대체투자는 증권사들의 주요 수익원 중 하나로 급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는 만큼 규모의 증가는 불가피하다. 다만 글로벌 환경 변화에 따라 변동성이 크고 국내 투자자산에 비해 상대적으로 정보도 제한적인 만큼 구조적으로 내재한 위험 수준이 높아 부실 여부는 늘 세심하게 관찰해야 한다.

한신평은 8개사의 해외 대체투자 관련 부실 인식 규모를 총 8400억원으로 추정했다.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호텔과 복합시설, 항공기 투자 등의 부실 인식 규모가 큰 편이다. 이에 해외 호텔 투자 비중이 큰 미래에셋의 부실 인식 금액이 전체의 8.6%에 이르는 3328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메리츠(1662억원·5.2%), 신한금투(1304억원·5.3%) 등의 규모도 상대적으로 컸다.

손실을 인식했거나 손실 인식은 하지 않았지만 연체되거나 요주의 이하로 분류된 점검 대상 익스포저 규모는 약 3조6000억원이다. 손상을 인식한 8400억원을 제외하면 지난해 말 기준 순 점검 대상 익스포저 규모는 약 2조7000억원에 달한다. 미래에셋과 메리츠, 신한금투의 위험 노출 비중이 큰 편이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증권사 위험 흡수 가능…투자 계속 늘 것"

물론 해외 대체투자 관련 부실 익스포저가 당장 증권사들의 경영이나 신용도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낮다. 전체 투자 규모 대비 실제 자산가치 손상 규모가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한신평은 "코로나19 사태에도 필수 경제활동이 이뤄지면서 인프라 등 특별자산 가치는 크게 하락하지 않았다"며 "시장 내 풍부한 유동성에 힘입어 주식과 부동산 가격이 전반적으로 상승한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코로나19 영향이 가장 극심했던 지난해에도 증권사들의 해외 대체투자 관련 부실 인식 규모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었던 만큼 단기적으로 코로나19로 인해 추가로 인식할 해외 대체투자 손상 규모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아울러 코로나19 이후 주식투자 열풍으로 증권사들이 앞다퉈 역대급 실적을 달성하면서 이익창출력과 자본완충력이 과거보다 훨씬 좋아진 점을 감안하면 해외 대체투자와 관련한 추가 손상은 개별 증권사들이 충분히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따라서 해외 대체투자 관련 손상 위험이 당장 증권사들의 신용도에 영향을 주진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이재우 한신평 수석연구원은 "증권사들은 늘어난 자본을 활용하기 위해 해외 투자가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국내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는 점은 증권사들의 향후 해외 투자 확대를 부추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해외 실사가 원활해지고 코로나19의 불확실성이 완화되면 해외 대체투자는 다시 활발하게 재개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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