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상장지수펀드(ETF) 시장 지형에 큰 변화가 생길 전망이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상품 구성 종목이 대폭 축소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 같은 슬림화 과정에 따라 금융투자상품 간 정체성은 모호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여기에 거대 테마를 세분화한 서브 테마형과 내후년부터 부과되는 금융투자소득세에 대비한 절세 상품 출시도 점쳐지고 있다.
압축 포트폴리오, 상품 간 경계 허문다
9일 한국거래소는 서울 여의도 사옥에서 '2021 글로벌 ETP(상장지수상품) 콘퍼런스 서울'을 개최했다. 이번 행사에는 국내외 자산운용사를 비롯한 글로벌 지수산출 회사 관계자들이 참석해 국내외 ETP 시장 트렌드, ETF 투자에 대한 접근방식, ETP 시장의 발전 방향 등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내년 신상품 전망과 관련한 주제 발표자로 나선 최창규 삼성자산운용 ETF컨설팅본부장은 내년 신상품을 전망하기에 앞서 올 한 해를 대표하는 키워드로 △글로벌 △메가트렌드 △스마트 개인투자자 △퇴직연금을 제시했다.
최 본부장은 "2021년을 아우르는 네 가지 키워드로 '똑똑한 개인들이 연금계좌를 통해 글로벌 메가 트렌드를 담은 ETF에 투자했다'고 요약했다"며 "그 연장선상에서 내년에는 어떤 신상품이 선보일지 그려보겠다"고 말했다.
우선 올해 운용자산(AUM)이 급등한 ETF를 보면 '테크 톱텐' '톱 플러스' 등과 같이 소수 정예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상품들이 양호한 성과를 거두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지속됐다고 판단했다.
그는 "거래소가 지수 방법론에 변화를 주면서 포트폴리오 구성 측면에서 이보다 슬림화된 상품의 출시도 가능해졌다"며 거래소가 기존에는 주식, 채권 등 10개 이상의 자산이 모여야 지수로 인정했지만 현재는 이를 10개 증권으로 변경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최 본부장은 "자본시장법에서 주식은 지분증권, 채권은 수익증권으로 정의돼 있다"며 "이 문구의 뜻을 더 자세히 따져 보면 개별 종목 1개, 채권 9개 등으로 구성된 ETF도 등장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투자자들에게 개별 종목으로 삼성전자나 테슬라만 포트폴리오에 포함시키고 나머지는 채권으로 대체한 상품도 소개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대해 그는 "ETF와 상장지수증권(ETN), 개별 종목 간 형태가 모호한 슬림화된 상품이 나올 가능성이 커졌다"고 판단했다.
서브 테마형 상품도 선보일 듯
빅테마를 세분화한 서브테마 상품도 출시가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 본부장은 이와 관련해 최근 금융투자업계의 주요 화두인 메타버스를 5마리의 사자가 합체해서 거대 로봇으로 변신하는 '볼트론'에 비교했다.
그는 "메타버스를 크게 구분하면 콘텐츠, 플랫폼, 인프라 등으로 분해할 수 있다"며 "메타버스에 데이터를 전송하기 위한 5G, 6G, 그리고 클라우드, 양자컴퓨팅 등이 메타버스라는 이름을 달지는 않겠지만 서브테마 형태의 상품으로 상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클린 이코노미도 마찬가지라는 의견이다. 수소경제와 관련된 클린 에너지, 클린 인더스트리, 그린 팩토리 등으로 세분화해 각각의 상품으로 나올 수 있다고 봤다.
"절세 상품, 큰 무기 될 것"
최 본부장은 절세 목적의 상품도 내년에 기대해 볼 만하다는 전망도 내놨다. 그는 "아시다시피 2023년부터 주식, 채권 등에서 발생하는 손실, 수익 등을 계상해 세금이 책정된다"며 "세금을 줄여주는 게 고객들에게 10~30%의 수익을 안겨주는 것보다는 훨씬 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에서 많은 수익이 났다고 가정하면 현물 종목을 매도하고 선물로 바꿔주는 형태의 상품이 내년 하반기 투자절세 ETP로 출시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최 본부장은 "당장 2023년부터 세법이 바뀌는 만큼 내년 하반기쯤에는 절세 목적의 상품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