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러스톤자산운용이 BYC에 대해 주주행동에 나서겠다고 공개 선언했다. 보유 부동산 가치만 1조원이 넘을 정도로 풍부한 자산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고질적인 특수관계인 간 내부거래와 자산의 비효율적 운용이 실적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가치 제고를 내세워 신개념 행동주의를 표방하고 나선 트러스톤자산운용이 본격적인 행보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23일 보유 중인 BYC 주식의 투자 목적을 일반투자에서 경영참여로 변경 공시했다며 향후 BYC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본격적인 주주활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트러스톤운용은 지난 22일 현재 BYC 주식 8.13%(의결권 행사가능주식 8.06%)를 보유하고 있다.
투자 목적 변경에 따라 트러스톤운용은 주주명부 및 이사회의사록, 회계장부 열람등사청구, 임시주총 소집청구, 이사해임요구, 주주제안권 행사는 물론 회사와 위법·부당행위에 관련된 경영진에 대한 제반 법적 조치 등 더 적극적인 주주활동을 펼쳐나갈 수 있게 됐다.
트러스톤운용은 "BYC는 지난해 말 기준 연결 자산총액이 6791억원에 달하고 최근 3년간 약 20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내고 있지만 시가총액은 2600억원에 불과하다"며 "보유 부동산 가치만 현 시세로 1조원이 훌쩍 넘어갈 정도로 자산가치가 큼에도 고질적인 특수관계인 간의 내부거래와 자산의 비효율적 운용이 실적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재무제표 등 공개자료를 검토한 결과 △특수관계인 간 내부거래 등 사익편취행위 존재의혹 △대주주일가 중심의 패쇄적인 사업운용 △다수의 무수익 부동산 보유 및 보유부동산 가치의 저평가 △하도급법 위반행위로 인한 회사 이미지 추락이 기업가치 저평가의 주된 요인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트러스톤운용에 따르면 BYC 창업주 한영대 전 회장의 손녀인 한지원 씨가 100% 지분을 보유한 제원기업의 경우 BYC 보유 부동산의 관리와 용역을 통해서만 지난해 연 4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2019년 대비 1.5배 이상 증가한 규모다.
또 한 전 회장의 손자인 한승우 씨가 최대주주로 있는 신한에디피스도 BYC로부터 상품을 매입하고 2세 보유기업 신한방에 판매하는 방식으로 내부거래를 진행하면서 축적된 자금으로 BYC 지분을 매입하고 있다. 신한에디피스의 BYC 지분은 2018년 말 기준 5.5%에 불과했으나 3년 만에 18.4%로 지분이 늘어나면서 최대주주 자리를 꿰찼다.
의결권자문회사인 서스틴베스트에 따르면 BYC가 지난해 비상장계열사에서 매입한 금액은 매출원가 대비 30% 이상으로 평가대상기업 평균인 15%의 2배에 달한다. 아울러 BYC 사외이사의 이사회 참석률은 지난해 66%를 기록, 평가대상기업 평균인 89%에 한참 못 미친 것으로 파악됐다.
트러스톤운용은 "이 같은 문제들을 개선할 경우 현재 장기적으로 저평가된 기업가치가 신속하게 회복돼 주주가치 제고가 가능할 것"이라며 "△실질적인 감시,감독의무가 이행되는 투명한 이사회구성 △합리적인 배당정책수립 △액면분할 및 무상증자를 통한 유동성확대 △주주친화적인 정책을 포함하는 IR 계획 수립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 1년간 회사 경영진과 비공식 대화를 통해 이 같은 점을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했으나 회사 측이 성실하게 대응하지 않았다"며 "조만간 주주서한을 보내 기업가치 개선안을 정식으로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트러스톤운용은 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ESG 가치 제고라는 투자철학에 따라 관련법상 주주에게 허용된 권리행사를 포함해 회사와 위법·부당행위에 관련된 경영진에 대한 제반 법적 조치 등 기업가치와 주주가치 제고에 필요한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