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IPO)를 진행 중인 LG에너지솔루션이 수요예측을 시작하면서 코스피 상장을 눈앞에 두고 있다. 상장 초반 대규모 자금이 몰리면서 시가총액이 100조원을 넘을 것이란 기대감이 시장을 휩쓸면서 카카오페이 상장 이후 잠잠했던 IPO 시장의 열기도 점점 달아오르는 모양새다.
기대감이 가득한 시장의 분위기와 달리 LG에너지솔루션의 모회사 LG화학의 주주들은 울상을 짓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의 물적분할 소식으로 주가가 하락하면서 한 차례 쓴맛을 봐야했던 LG화학 주주들은 LG에너지솔루션이 상장에 나서면서 추가적인 주가 하락을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한편 LG에너지솔루션의 경쟁사인 삼성SDI의 주주들은 LG에너지솔루션 상장을 내심 반기는 분위기다. 그간 저평가됐던 삼성SDI 주가가 LG에너지솔루션 상장으로 재평가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오고 있어서다.
LG엔솔, 자금 유입으로 초반 상승세 탈까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이날부터 12일까지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하는 수요예측을 시작으로 이달내 상장 절차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수요예측에서 공모가를 확정하고 18~19일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공모청약을 진행한 후 27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하는 일정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희망공모가는 25만7000원~30만원으로 이에 따른 시가총액은 60조1380억~70조2000억원에 이른다. 희망공모가 최하단을 기준으로 해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이은 코스피 시가총액 3위 규모다.
시장에서는 상장 초반 자금이 몰리면서 LG에너지솔루션의 시가총액이 100조원을 넘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상장 직후 유통가능물량이 적어 공급이 적은데 비해 패시브 자금과 상장지수펀드(ETF) 자금 등이 유입되면서 수요는 클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 SK하이닉스(약 93조원)를 제치고 코스피 시가총액 2위에 오르게 된다.
LG에너지솔루션의 주식 2억3400만주중 최대주주인 LG화학이 가진 1억9150만주와 우리사주조합에 배정된 850만주는 각각 상장후 6개월, 1년간 매도가 제한된다. 여기에 기관투자자에게 배정되는 물량 중에서도 의무보유확약 물량이 다수 나올 예정이어서 상장 직후 유통 가능 물량은 더욱 줄어든다.
카카오페이(41%)와 현대중공업(40%), 카카오뱅크(40%) 등 최근 진행한 대형 IPO에서 기관투자자 물량중 보호예수 미확약 물량이 40% 수준이었다는 점을 감안해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면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 직후 유통 가능 주식은 전체 주식의 9%에 불과할 것으로 보인다.
공급 가능 물량이 제한된 상황에서 주요 지수 조기 편입이 예상되면서 이에 따른 패시브 자금 유입은 이어질 전망이다. 유진투자증권은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과 상장 직후 주가 상승 가능성을 고려하면 LG에너지솔루션은 FTSE(Financial Times Stock Exchange)와 MSCI(Morgan Stanley Capital International), 코스피200 등의 지수에 조기 편입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에따른 패시브 자금 유입은 시가총액 70조원을 기준으로 9500억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다.
LG화학을 담고 있던 2차전지 ETF들이 구성 종목을 LG에너지솔루션으로 변경하면서 교체 수요도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강송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외에서 LG화학을 편입한 ETF들의 LG화학 보유 규모는 7000억원이 넘는다"면서 "이들 중 대부분이 LG에너지솔루션을 편입하면서 LG화학 비중을 줄이거나 완전히 편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자회사 장밋빛 미래에도 눈물 짓는 LG화학 주주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으로 가장 속이 쓰린 건 모회사 LG화학의 주주들이다. LG화학 주주 대부분은 2차전지 사업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고 주식을 샀다. 그러나 2차전지 사업을 따로 떼어낸 LG에너지솔루션이 물적분할한 데 이어 상장에 나서면서 LG화학 주가는 큰 폭의 조정을 겪고 있다.
LG화학은 지난해 초 105만원으로 최고가를 찍은 후 꾸준한 하락세를 그리며 지난해말 기준 61만1000원까지 떨어졌다. 2020년말 기준 58조원으로 코스피 시가총액 3위까지 올라갔던 LG화학은 지난 한 해 동안 시가총액이 15조원가량 줄어든 43조원을 기록했다. 코스피 시가총액 순위에서도 5계단 떨어진 8위로 하락했다.
증권가에서는 LG화학 목표주가를 하향하면서 보수적인 입장을 드러내고 있다. 유안타증권은 LG에너지솔루션 상장 후 LG화학의 지분율 하락과 석유화학 산업이 하락 사이클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며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LG에너지솔루션의 지분 가치 32조원, 석유화학 사업의 가치를 15조원으로 평가해 목표주가를 당초 97억원에서 78만원으로 낮춘다"며 "보수적으로 평가하면 LG에너지솔루션의 지분가치는 23조원, 석유화학 산업의 가치는 11조원으로 이에 따른 주가는 55만원까지 하락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경쟁사 삼성SDI, LG엔솔 상장 좋은 이유
반면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으로 경쟁업체인 삼성SDI가 상대적 수혜를 입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2차전지 사업이 계속해서 성장하는 상황에서 그동안 저평가됐던 삼성SDI 주가가 LG에너지솔루션 상장을 계기로 재평가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삼성SDI의 전기차 배터리 매출액은 지난해 4조5000억원에서 2025년 13조원으로 연평균 31% 성장할 전망이다. 2차전지 사업 외에도 반도체 소재와 OLED 소재 등 전자재료 사업부가 꾸준한 실적을 내고 있어 이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투자도 가능하다.
증권업계에서는 삼성SDI가 그동안 과도하게 저평가 받아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SK증권에 따르면 삼성SDI의 EV/EBITDA(시장가치를 세전영업이익으로 나눈 값)는 10.2배로 경쟁사인 LG에너지솔루션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EV/EBITDA는 공모가 기준으로 18.4배, 적정가치인 100조원을 기준으로는 25.5배에 달한다.
윤혁진 SK증권 연구원은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일이 다가오면서 자금이 빠져나가 최근 삼성SDI 주가가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LG에너지솔루션이 상장하면서 그간 저평가돼있던 삼성SDI 주가는 반등 계기를 마련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도 "삼성SDI 주가가 중국 2차전지 업체 CATL과 LG에너지솔루션에 비해 과도하게 저평가된 만큼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을 계기로 재평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2차전지 시장의 발목을 잡았던 반도체 부족 문제가 점차 해소되면서 성장세는 더욱 가팔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