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이 기관전용 사모펀드(PEF) 업계에 "인수 기업에 대한 감원이나 수수료 인상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PEF 감독 방향으로는 동남아 차량공유업체인 '그랩' 인수 사례를 들며 해외 투자대상의 적극적인 발굴을 요청했다.
정 원장은 9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PEF 운용사 대표들과 간담회를 열고 "미국 금리인상, 코로나 지속 등으로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사모펀드 전반에 대한 불신의 우려가 남아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인수기업에 대한 과도한 인력 구조조정과 수익모델 위주의 과도한 수수료 인상 등은 서민경제에 부담이 될 수 있는 사항"이라며 "이에 대해 같이 고민해달라"고 덧붙였다.
2004년말 간접투자자산 운용업법 개정으로 출범한 국내 PEF는 당시 펀드 2개, 출자 약정액 4000억원에 불과했지만, 작년 3분기말 기준 펀드 981개, 약정액 108조원 규모로 확대됐다. 특히 PEF 제도는 경영참여목적의 투자만 가능했지만, 작년 10월부터 메자닌, 대출 등 다양한 운용전략을 채택해 구사할 수 있게 됐다.
정 원장은 "지난해 PEF는 국내 주요 인수·합병(M&A) 상위 20건중 17건(85%)에 참여하며 시장을 주도했다"며 "크래프톤, 하이브의 사례처럼 기업공개(IPO)와 블록딜 등을 통해 25조원의 투자금을 회수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사례처럼 해외 PEF가 소위 '기업사냥꾼'으로 비난받기도 했지만, 현재 국내 PEF들은 명확한 전략과 경영 효율화로 인수 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려 곤경에 처한 기업의 구원투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PEF 감독 방향으로는 관리 또는 감시보다 적극적인 '지원'에 무게를 실었다.
정 원장은 "앞서 국내 기업들은 PEF와 공동으로 그랩을 인수해 동남아 시장을 공략했다"며 "이처럼 PEF가 다양한 해외 투자대상을 발굴해 고수익을 창출하고,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 지원을 위해 협력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금융감독원도 투자목적회사(SPC)의 공동투자 방법을 개선하는 등 PEF의 해외 진출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는 정 원장을 비롯해 김수민 유니슨캐피탈 대표, 김경구 한앤컴퍼니 부사장, 김영호IMM프라이빗에쿼티 대표, 박태현 MBK파트너스 대표, 임유철 H&Q코리아파트너스 대표, 채진호 스틱인베스트먼트 대표 등이 참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