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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ESG채권에 투자한다 

  • 2022.02.24(목) 13:55

1200개 종목, 164조원 규모로 성장 
환경·사회에 기여 '그린워싱'은 주의

지난 23일 LG디스플레이가 4450억원 규모의 '녹색채권' 이른바 '사회책임투자(SRI)채권'을 발행, 상장했어요. 아마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채권이라는 말이 더 익숙하실 텐데요. 

ESG라는 개념은 본래 투자업계에서 나온 것으로, 큰손으로 불리는 기관투자자들이 투자 시 단순 수익률만을 따질 것이 아니라 해당 기업이 환경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지배구조까지 투자원칙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어요.

최근 심각해지는 기후·환경 문제와 맞물리며 전 세계적으로 ESG 관련 경영이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죠. 기업뿐 아니라 국가 경영과도 맞물려 있어 대선을 앞둔 후보자들의 주요 공약에도 ESG 내용은 빠지지 않고 있어요.

때문에 ESG채권 시장도 빠르게 규모가 성장하고 있는데요. 2018년 산업은행이 발행한 녹색채권을 시작으로 매년 두자리수 이상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어요. 

현재 국내 ESG채권 시장은 164조원 규모. 상장종목도 1200개를 넘어섰어요. 주식만큼은 아니지만 변동성이 심한 장세에서는 시중금리보다는 높고 비교적 안정적인 투자자산인 채권투자를 고민하는 투자자들도 계실 텐데요.

그래서 ESG채권에 투자를 고민 중인 투자자들이 알아 두면 좋을 점, 주의해야 할 사안들을 짚어봤어요.

ESG채권이 뭐간디
 

ESG채권은 기업, 공공기관들이 채권을 발행해 조달한 금액을 환경이나 사회적 이득을 창출하는 프로젝트에 사용하는 것을 말해요. 사회책임투자(SRI)채권, 테마틱(Thematic)채권, 사회공헌채권 등으로도 불려요. 

종류로는 녹색채권, 사회적채권, 지속가능채권이 있어요. 

* 녹색채권(그린본드) : 신재생에너지 등 친환경 프로젝트나 사회기반시설에 투자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발행하는 채권
* 사회적채권(소셜본드) : 사회가치 창출 사업에 투자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발행하는 채권
* 지속가능채권 : 환경친화적으로 사회가치를 창출하는 사업에 투자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발행하는 채권 

사회적책임투자채권 상장 현황//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ESG채권은 일반채권처럼 똑같이 시장에서 거래되지만 발행 전에 ESG채권이라는 것을 인정받기 위해 외부기관으로부터 반드시 평가를 받아야 해요. 이 평가는 국제 기준을 반영해 개별 평가사들의 까다로운 기준을 넘어서야 하죠.

또 발행 후에도 실제 자금을 의도한 목적에 맞게 썼는지, 기업이 기대했던 환경이나 사회적 가치 등을 달성했는지를 증빙하는 내용도 의무적으로 공시해야 해요. 

최초 보고 시점은 발행 후 이듬해까지. 이후에는 자금을 모두 사용할 때까지 매년 내야 해요. 조달한 자금을 다 쓰고 난 이후에는 예상했던 환경·사회적 가치를 실제 달성했는지 '임팩트보고서(환경영향보고서 등)'도 내야 하죠. 

채권을 발행하는 기업이나 공공기관 입장에서는 일반채권보다 신경 써야 할 것도 많고, 품도 많이 들지만 세계 주요 투자자들이 ESG를 주요 투자기준으로 삼고 있어 ESG채권을 발행하고 인정받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 됐어요.

때문에 이러한 ESG채권 발행을 독려하고 관리하기 위해 한국거래소에서는 별도의 'SRI채권 전용 세그먼트'를 운영하고 있어요. 

ESG채권이 상장되면 SRI채권 전용 세그먼트에 등록이 되는데요. 투자자들은 이 세그먼트를 통해 신규상장한 채권이나 상장현황, 거래현황을 비롯해 앞서 얘기한 자금사용 보고서 등 공시 내용도 확인할 수 있어요. 

나? ESG에 투자하는 투자자야 
 

기업들은 최근 앞다퉈 ESG경영 강화를 추진하고 있는데요.

국제 기준에 맞춰 외부평가를 받아야 하는 ESG채권을 발행하면 지속가능경영을 추구하는 기업이라는 인식이 높아져 기업가치 평가에 이점이 있고, 매출에 큰 영향을 미치는 기업 이미지 제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죠. 

앞서 언급했듯 글로벌 주요 투자자들이 투자지침 1순위로 ESG를 강조하면서 자금조달도 일반채권 대비 유리해요. 

그럼 일반투자자 입장에서 ESG채권은 어떤 이점이 있을까요? 

원금과 이자를 돌려받을 수 있어 비교적 안정적인 투자상품인 채권에 투자하는 동시에 환경개선과 사회가치 창출 등 지속가능한 사회실현에 이바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또 ESG채권은 특수목적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채권으로 대체투자로 분류될 수 있어 분산효과를 통해 투자위험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죠. 

결과적으로 이러한 투자가 커질수록 기업은 사회, 환경적인 부분들에 관심을 더 기울일 수밖에 없어요. 온실가스 감축, 지구온난화 방지, 에너지 절감, 환경보전 등 사회·경제적 문제를 개선하는 선순환 구조를 가져올 수 있겠죠. 더 크게는 우리 경제 전체의 '지속가능 성장'이라는 큰 흐름을 불러올 수 있죠. 

너무 거창하다고요? '겨우 채권투자로 그게 되겠어?'라는 의문도 가질 수 있지만, 이는 전세계적인 움직임이기 때문에 일반인 역시 투자를 통해 이런 선순환이 흐름에 동참할 수 있어요. 

ESG채권 투자, 주의할 점은? 
 

단 ESG채권 투자 시 주의해야 할 점도 있어요. 전문가들은 가장 큰 문제로 '그린워싱'을 꼽는데요. 

그린워싱(Greenwashing)은 친환경을 뜻하는 Green과 세탁(White washing)의 합성어로 '위장환경주의' 또는 '친환경 위장술'을 말해요. 기업이 실제로는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는 제품을 생산하면서도 친환경 상품인 것처럼 속이거나 홍보하는 것을 의미하죠. 

세계적인 기업인 코카콜라는 재활용 페트병을 사용해 환경에 이바지한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으나 실제 재활용 페트병 사용은 홍보한 것에 훨씬 못 미친데다 환경 관련 법안이 통과되지 못하도록 로비를 했다는 의혹도 받으면서 뭇매를 맞았어요. 

가깝게는 지난해 문제가 됐던 스타벅스 리유저블 컵 대란이나 신세계백화점의 세제 리필 코너도 그린워싱 예로 꼽히죠. 세제 리필의 경우 플라스틱을 줄이자는 취지로 신세계백화점이 친환경이라며 홍보했지만 정작 뉴질랜드산 수입세제를 사용해 비판을 받았어요. 수입과정에서 오히려 탄소발자국을 늘려 앞뒤가 맞지 않다는 거였죠.

이런 그린워싱은 외부나 소비자들이 파악하기가 쉽지 않고 단기간에 확인이 어렵다는 문제가 있어요. 또 불시에 논란이 불거져 터져나올 수 있어 예측불허한 점도 있죠.

때문에 투자자들이 ESG채권에 투자한 후에도 기업이 제대로 하고 있는지에 대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요. 

만약 ESG채권에서 이같은 그린워싱이 일어날 경우 세그먼트 등록이 취소되는데요. 거래소 관계자는 "세그먼트 등록이 취소될 경우 거래가 정지되는 등 직접적 페널티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해당 기업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고 ESG채권 자체에 부여된 의미가 희석돼 ESG에 투자하려는 투자자들은 해당 기업의 채권을 사지 않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어요.

즉 채권 거래가 쉽지 않을 것이란 얘긴데요. 이 채권에 투자한 투자자라면 꼼짝없이 만기까지 채권을 들고 있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해 유동성이 떨어질 위험이 있죠. 

기업이 ESG채권으로 조달한 자금을 원래의 계획대로 제대로 배분하지 않거나 실제 환경·사회적인 기대효과를 보지 못했다고 해도 세그먼트 등록이 취소될 수 있어요.

그래서 채권발행 이후 사후평가도 매우 중요한데요. 사후평가는 사전평가와 달리 전세계적으로 외부평가를 의무화하지는 않고 있어요. 

즉 기업이 다소 자의적인 해석이 담긴 평가보고서를 낼 수 있고, 실질적인 환경영향 등은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난 후에야 드러나기 때문에 이에 따른 리스크가 있다는 점도 주의해야 해요.

다만 아직 세그먼트 등록이 취소된 기업은 없어요. 그리고 한국거래소에서 기업과 평가기관에 사후평가에도 외부기관이 참여할 것을 독려하고 있는데요. 몇몇 기업들은 이를 받아들여 사후평가도 외부평가기관에 맡겨 객관적인 평가의견을 반영해 보고서를 내기도 했어요. 

ESG채권의 외부평가를 진행하는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ESG 투자에 관심이 있다면 단순히 'ESG채권'이라는 이름만이 아니라 해당 기업이 추구하는 ESG의 내용, 해당 프로젝트의 성격들에 대해 눈여겨봐야 한다"라며 "기업들이 약속한 부분들이 잘 지켜지지 않으면 ESG채권으로써 얻을 수 있는 효익이 사라지는 것이기 때문에 투자자들도 이를 잘 따져볼 필요성이 있다"라고 말했어요. 

국내 ESG채권 시장은 본격적인 성장기로에 서있어요. 2018년 1조3000억원 규모에 불과했던 ESG채권 상장액은 지난 23일 기준 164조4000억원 규모로 늘었어요. 발행기관과 종목수도 162곳, 1202개로 큰폭으로 성장했죠.
 
아직까지 ESG채권에 투자하는 일반투자자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ESG채권 시장은 이처럼 급속도로 커지고 있고 사회·경제적 문제 개선 흐름에 동참할 수 있는 만큼, 투자자들의 관심이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데요. 똑똑한 투자자라면 투자 전에 알아 둬야할 점들도 꼭 참고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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