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자본시장 핵심공약인 주식 양도소득세(양도세) 폐지가 자칫 공약(空約)이 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국내 주식에 대한 양도세 과세가 시행까지 8개월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우선순위가 부동산 감세 등에 밀리는 데다 세법 개정이란 난관까지 뚫어야 하기 때문이다.
주식 양도세 폐지 내용에 대한 형평성 논란도 만만치 않다. 근로소득 과세 등을 고려할 때 세제의 일관성이 무너지고, 특히 대주주 과세를 없앨 경우 부자 감세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시행 8개월 남기고 논의 난망…법개정 사실상 불가능
13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주식 투자로 5000만원 이상을 벌면 개인투자자라도 주식 양도세를 내는 금융투자소득세법이 내년부터 시행된다. 대주주 여부에 상관없이 금융투자상품에 대한 합산 손익이 5000만원 이상이면 20%, 3억원 초과 시 25%의 세금을 부과하는 게 골자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는 후보 시절 이 주식 양도세를 전면 폐지한다고 공약했다. 그러나 아직 정책의 뚜렷한 방향이나 시행 계획은 나오지 않고 있다. 앞서 개인투자자 5만명 이상이 가입한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가 지난 4일 기자회견을 열고 주식양도세 폐지를 촉구하기도 했지만, 관련 내용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 업무보고에서 제대로 다뤄지지도 못했다.
이런 배경에는 도입을 불과 8개월 앞두고 현실적으로 입법이 어렵다는 점이 깔려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2020년 12월 국회를 통과해 2년이란 준비 기간을 거친 만큼 다시 이를 폐지하려면 법률을 재개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시행시기와 과세범위, 공제한도, 과세표준, 세율 등 세세한 내용이 모두 법률에 명시돼 있어 시행령을 통한 변경도 어려운 상황이다.
임대차 3법 폐지나 종부세 완화 등 부동산 관련 이슈가 워낙 크다 보니 주식 양도세는 정책 우선순위에서도 상대적으로 밀린다. 안팎으로 추진 동력 자체가 떨어지는 것이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식 양도세는 금융세제 선진화 방안의 일환으로, 입법이나 대통령령을 통한 변경도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시행이 1년도 남지 않은 만큼 시간적으로도 여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조세 원칙 훼손·형평성 논란…선진국선 원칙
주식 양도세 폐지가 '소득 있는 곳에 과세 있다'란 조세 원칙을 훼손하는 등 과세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도 당면 과제다. 단적으로 주식 투자로 번 돈엔 세금을 안 물리고, 근로·사업으로 발생한 소득엔 과세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세제의 일관성이 무너지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대주주에 대한 특혜로 부자 감세란 비판이 인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실에 따르면 2017~2020년 국내 전체 주식 양도세의 93.2%는 양도 소득액 상위 10%가 냈다. 폐지에 따른 혜택이 상위 소수에게만 돌아갈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세계 주요 선진국들은 주식 양도세를 부과하고 있다. 미국은 보유기간이 1년 미만인 주식 양도소득에 대해 종합소득으로 약 40%를 과세한다. 프랑스는 종합과세로 최고 60%까지, 호주는 45%가 최고 세율이다. 이들 국가는 양도소득이 1원이라도 발생하면 과세한다는 원칙을 지키고 있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주식 양도세 폐지와 관련한 논쟁에서 가장 중요한 과세 형평성에 대한 논의가 빠져 있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부자 감세라는 불만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