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자본시장 정책 방향에 대한 얼개가 나왔다. 국내 증시의 고질적인 문제로 꼽혀온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고 실물경제 성장을 뒷받침하는 자본시장으로의 도약이 골자다.
20대 대선을 전후로 '뜨거운 감자'가 된 주식 양도소득세(양도세) 폐지는 2년 유예가 확정됐다. 다만 그전까지 현행 대주주 과세를 유지하되, 그 기준을 종목당 1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대폭 상향한다. 증권거래세는 당장 내년부터 0.20%로 인하한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을 위한 진척 또한 있을 것으로 보인다. 새정부가 외환시장 운영시간을 24시간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지목…소액주주 보호 법제화
16일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는 자본시장을 △민간중심 역동경제 △체질개선 도약경제 △미래대비 선도경제 △함께가는 행복경제 등 4대 경제 정책방향 가운데 '체질개선 도약경제'의 한 부문으로서 활성화해야 할 대상으로 꼽았다.
정부는 우리나라 기업들의 만성적인 저평가 현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가장 먼저 거론했다. 현재 코스피 주가수익률(PER)은 약 9배 수준으로 미국(21.2배)이나 MSCI 선진국 평균(18.4배)은 물론 MSCI 신흥국 평균(12.1배)보다도 크게 낮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은 최근 급락 탓에 1배 미만으로 떨어져 역시 선진국(2.8배)과 신흥국(1.6배) 평균을 모두 하회했다.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이란 위치를 감안하면 심각한 저평가다.
정부가 이에 대해 제시한 카드는 소액주주 권리보호 강화와 자본시장거래질서 확립, 규제 혁파 등 크게 3가지다. 먼저 카카오페이 경영진의 '먹튀' 사건이 이슈화된 만큼, 기업이 신사업을 분할해 별도 자회사를 상장할 경우 모회사 소액주주의 피해를 막는 장치가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내부자 지분 매도시 처분계획을 사전 공시토록 하고, 주식양수도에 의한 경영권 변경시 소액주주 보호 방안이 법제화될 수 있다.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척결에는 더욱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이미 현 정부 출범 이전인 지난 3월 금융당국의 자본시장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이 출범한 가운데 정부는 자본시장거래 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제재 실효성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양도세 폐지 유예됐지만 대주주 기준 상향
주식 양도세 폐지는 결국 2년 유예가 확정됐다. 다만 2025년 이전까지 양도세 부과 대상은 현행 종목당 10억원에서 100억원 이상 보유 대주주로 그 기준이 상향됐다. 초고액 주식 보유자를 제외한 대다수 주주에 대해서는 사실상 주식 양도세가 부과되지 않는 것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다만 2년 후 주식 양도세 폐지가 다시 유예될 가능성은 있다. 고광효 기재부 조세총괄정책관은 경제정책방향 브리핑에서 "(주식 양도세 폐지는) 일단 2년을 유예하고 이후 시장 상황을 봐서 (시행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행 0.23%인 증권거래세는 내년부터 0.20%로 내려간다. 당초 주식 양도세와 연계해 인하한다는 게 정부 계획이었지만 선제적으로 거래세부터 내리겠다는 입장이다.
우리나라 자본시장의 대외 신뢰도 향상과 해외 투자자금 유입 효과가 기대되는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에도 한 걸음 더 다가간다. 지난해 MSCI 워치리스트 등재의 불발 원인으로 지목된 외환시장 자유도를 높이는 방안이 구체화됐다.
정부는 먼저 현행 오전 9시~오후 3시30분인 외환시장 운영시간을 영국 런던 마감 시간인 새벽 2시까지로 연장하고, 향후 단계별 절차를 밟아 24시간까지 늘릴 예정이다. 아울러 해외소재 금융기관이 국내 외환시장에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는 방안도 본격 추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