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저작권 투자 플랫폼 뮤직카우의 증권성 여부에 대한 금융당국의 최종 판단이 임박한 가운데 금융투자업계에선 '증권'으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 경우 소액으로 실물자산에 투자하는 이른바 조각투자가 자본시장법이란 제도권 안에 편입되는 최초 사례가 된다.
뮤직카우가 증권으로 인정받게 될 경우 다른 조각투자 플랫폼들도 긴장을 늦출 수 없을 전망이다. 제도권 편입은 곧 투자자 보호 이슈를 수반하기 때문이다. 최근 음악저작권뿐만 아니라 부동산이나 미술품, 와인, 슈퍼카, 소까지 쪼개 투자할 정도로 자산이 다양해진 만큼 어떤 결론이 나더라도 향후 조각투자 방식엔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주식처럼 매매하고 변동성 큰데 '미인가'?
19일 금융당국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오는 20일 뮤직카우의 증권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지난 2월 증권성검토위원회를 만들어 논의를 시작한 지 두달여 만이다.
뮤직카우는 음악저작권에서 나온 수익에 대한 청구권을 사고파는 플랫폼이다. 투자자가 직접 저작권을 살 수 있는 건 아니다. 뮤직카우 자회사인 뮤직카우에셋이 원작자에게 음악저작권 일부를 사들여 '저작권료 참여 청구권' 형태로 변형하고 이를 양도받은 뮤직카우가 그 권리를 쪼개 투자자에게 파는 식이다. 투자자는 조각 단위로 사들인 지분만큼 매달 저작권료를 받는다. 주식 배당과 같은 원리다.
앞서 걸그룹 브레이브걸스의 '롤린'이 역주행에 성공해 지난해 초 2만원대였던 롤린 1주가 같은 해 9월 130만원까지 뛰면서 뮤직카우도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회사는 이후 유명 연예인들을 모델로 세워 광고에 적극 나서 회원 수를 지난 2월 기준 100만명으로 키워냈다. 거래되는 곡 수는 1000여곳, 누적 거래액 또한 4000억원에 육박할 정도로 커졌다.
이렇듯 화제성이 커지면서 지난해 뮤직카우의 사업 내용이 '유사투자업'이라는 민원이 처음 제기됐다. 주식 거래처럼 매수·매도 주문에 따라 거래가 이뤄지고 변동성이 큰데도 정식 인가는 받지 않은 플랫폼이라는 지적이다. 단적으로 최근 롤린은 37만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지난해 최고가에 사서 지금 팔아야 한다면 70% 이상 손해를 보는 것이다. 주식 투자 못지않게 변동성이 매우 크다.
'소비자보호' 증권 인정 가닥…다른 조각투자 '긴장'
금투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뮤직카우가 증권으로 인정될 가능성은 상당히 큰 상황이다. 앞서 몇 가지 문제점이 드러난 상황에서 투자자 피해를 부를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금융위는 지난달 21일 "뮤직카우가 발행한 저작권료 참여청구권에 증권성이 있는지 전문가 의견 수렴과 실무 법적 검토를 진행 중"이라며 "투자자 보호 측면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국내 적용 사례는 아직은 없지만 최근 금융당국 관계자가 '하위 테스트'(Howey Test) 관련 내용을 언급한 점도 뮤직카우의 증권 인정 가능성을 높이는 대목이다. 하위 테스트는 어떤 거래가 투자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때 사용하는 기준으로 미국 대법원 판례에서 처음 나왔다. △돈(자금)의 투자 △공동의 사업에 투자 △투자 이익의 기대 △타인의 노력으로 인한 이익 발생 등 4가지를 모두 만족하면 '증권'에 해당된다.
이윤수 금융위 자본시장정책관은 지난 1월 자본시장연구원 토론회에서 "대부분의 조각투자는 거래 플랫폼이 부여하는 가상의 권리로, 자산 일부분을 직접 투자하는 것으로 오해할 소지가 있기 때문에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며 "증권형 토큰과 마찬가지로 제3자 노력에 따라 투자 손익이 결정되면 증권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뮤직카우를 증권으로 인정하면 다른 조각투자 플랫폼에도 영향이 불가피해질 것으로 보인다. 당장 투자자 보호 장치를 마련하고 강화하는 방향이 될 가능성이 크다. 작년 12월 혁신금융서비스 연장이 허가된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 카사만 하더라도 증권업에 준하는 절차가 요구됐다. 건물 공모 시 증권신고서를 확인받고 발행 토큰과 동일한 양의 수익증권을 발행해 예탁결제원에 전자등록하는 등 투자자 권리 보호를 강화하라는 주문이다.
금융위는 이번 뮤직카우에 대한 판단을 시작으로 다른 조각투자에 대해서도 증권성 여부를 가릴 계획이다. 송아지 소유권 일부에 투자하는 뱅카우를 비롯해 미술품 소액투자 플랫폼인 테사, 트위그(슈퍼카), 피스(시계 등 현물), 트레져러(와인) 등이 모두 긴장하고 있는 이유다.
금융위 관계자는 "증선위 결과가 나와봐야 최종적으로 알 수 있다"면서도 "뮤직카우가 증권으로 인정되면 당장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금융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