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주식시장이 약세장 한 가운데를 가로지르고 있습니다. 상승보다 하락 마감하는 횟수가 눈에 띌 정도로 많아지고 있는데요. 코로나19 이후 이어졌던 유동성 파티의 대가를 톡톡히 치고 있는 셈이죠.
증권가의 향후 전망도 녹록지 않은 편입니다. 긍정적, 희망적 메시지가 주를 이루고 있지만 방향성을 예측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수익을 내는 상품이 있는데요. 바로 'EMP(ETF managed portfolio)와 인컴 펀드'입니다.
두 유형의 상품 모두 여러 자산에 투자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죠. 여기에 장세에 맞게 유연하게 자산 비중을 조절하는 것도 상품의 장점이라 할 수 있는데요. 길어지는 조정기 속 몇 안 되는 피난처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혹독한 유동성 파티 대가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와 코스닥지수는 연초 이후 현재까지 종가 기준으로 각각 10%, 12% 넘게 하락했습니다. 올해 첫 장을 3000포인트 부근에서 시작한 코스피는 어느 덧 2600포인트 대로 내려왔고, 코스닥지수는 900선 마저 무너진 상황입니다.
지수를 끌어내린 주범은 '긴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유동성 회수에 나선 것이죠. 사실 긴축은 전통적으로 인플레이션 제어를 위한 대표 수단으로 활용돼 왔습니다.
그 일선에서 가장 빈번하게 꺼내드는 카드가 바로 금리 인상입니다. 금리가 오른다는 것은 이자 수익이 높아진다고 해석할 수 있는데요. 금리를 올림으로써 사람들의 돈을 은행으로 모으고, 은행은 필수 보유분을 제외한 나머지 자금을 중앙은행에 보관하는 방식으로 유동성을 회수하는 것이죠.
지난달초 공개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을 보면 보다 강도높은 금리 인상을 예고했고 실제 이달 4일(현지시간) 열린 정례회의에서 기준 금리를 0.50% 올리는 이른바 '빅 스텝'을 단행했습니다.
금리를 인상할 때는 통상 0.25% 씩 올렸는데요. 이번에는 그 두 배를 단번에 올린 셈이죠. 여기에 보유자산을 축소하는 양적긴축(QT) 계획도 같이 발표했습니다.
QT는 양적완화(QE)와 대척점에 있는 개념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각종 채권 등을 매입해 시중에 돈을 푸는 QE와 달리 QT는 이렇게 사들인 채권에 만기가 도래하면 재투자하지 않거나 매각해 돈을 끌어오는 게 QT입니다.
보통 금리 인상 효과가 크지 않을 때 병행해서 실시하는 긴축정책중 하나입니다. 연준은 당장 다음 달 1일부터 8조9000억 달러(약 1경1200조원) 규모로 보유자산을 축소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렇게 유동성이 회수되면 당연히 주식시장에서도 돈이 빠져나갈 수밖에 없는데요. 거래가 감소하는 만큼 주식의 가치도 전반적으로 떨어지게 됩니다. 지수를 구성하는 종목들의 주가가 하락하면 주가지수도 내리막을 탈 수밖에 없죠.
즉 긴축의 재료로 쓰이는 금리 인상과 QT는 주식시장에 치명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강현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현재 주식시장을 압박하는 핵심은 지속적으로 오르는 물가, 이를 잡기위한 중앙은행들의 고강도 긴축, 그 여파로 나타나는 글로벌 전반의 수요 위축"이라며 "물가 상승률이 꺾인다면 주식시장은 이를 반길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하락장에서 더욱 빛나는 상품
증권가에서는 주식시장이 단기간 내 전향적인 반등은 힘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증시 조정기가 더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는 의미죠. 시장의 경색 국면이 이어지면 직접 투자에 대한 난이도도 더욱 오를 수밖에 없는데요.
이런 장세 속에서도 수익을 내는 상품이 있습니다. 바로 EMP와 인컴 펀드입니다. 물론, 모든 펀드들이 수익을 내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시장 수익률 이상의 성과를 내기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투자 수단이 될 수는 있습니다.
EMP펀드는 투자 자산의 절반 이상을 상장지수펀드(ETF)로 구성하는 상품입니다. 원래 분산 투자 효과가 가장 큰 특징인 ETF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짜기 때문에 초분산 효과를 낼 수 있죠.
인컴펀드는 이자 등 정기적인 수익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자산에 투자하는 상품입니다. 불안한 변동성 장세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해 볼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입니다.
실제 몇몇 상품들을 중심으로 기간별 수익률에서 고무적인 성과를 엿볼 수 있는데요. 한국투자신탁운용에서 내놓은 EMP 펀드인 '한국투자다이나믹헤지인컴증권자투자신탁(채권-재간접형)(A)'와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에서 출시한 '한국밸류글로벌리서치배당인컴증권자투자신탁(주식)(A)'가 그 주인공입니다.
두 상품 모두 규모가 140억원, 111억원 수준인 중소형 펀드인데요. 약세장 속에서도 크지는 않지만 쏠쏠한 수익을 올리고 있습니다.
한국투자다이나믹헤지인컴증권자투자신탁(채권-재간접형)(A)의 경우 연초 이후 현재까지 7.8%의 수익률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최근 석 달 동안에는 6.4%, 한 달 기준으로는 0.2%의 성과를 올리고 있습니다.
인컴 펀드인 한국밸류글로벌리서치배당인컴증권자투자신탁(주식)(A)의 행보도 이에 못지않은데요. 올 들어서는 1% 가량의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최근 석달간 3.8%의 실적을 내고 있습니다.
한국투자다이나믹헤지인컴펀드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다양한 채권 ETF에 투자하는데요. 그 중에서도 투자자산내 해외채권 비중이 74%로 압도적입니다. 나머지는 다른 펀드나 현금성 자산에 투자하고 있죠.
한국밸류글로벌리서치배당인컴는 배당 수익률이 높고, 주가 변동성이 낮은 자산에 주로 투자합니다. 더불어 신성장 기업들의 주식도 일부 들고 있죠. 자산 비중은 해외 주식이 82%로 13.5%의 국내 주식이나 4.5%의 현금성 자산 대비 월등히 높습니다.
포트폴리오 내에는 신흥국 주요기업 4000개사에 투자하는 ETF인 'Vanguard FTSE Emerging Markets·VWO)를 비롯해 삼성전자 우선주, 월 배당 매력을 자랑하는 'Invesco S&P 500 High Dividend·SPHD) ETF 등이 담겨있습니다.
다만 투자 전 유의할 점도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데요. 상품 성격부터 완벽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합니다. 그래야 투자 기간, 목표 수익률 등을 세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EMP나 인컴 펀드 모두 일부 상품에 한 해 양호한 성과를 올리고 있고 대다수의 상품은 시장 수익률 보다는 좋지만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두 상품 모두 국내시장에서 주류가 아닌 만큼 각 상품이 어디에 투자하고, 자산 비중이 어떠한지 등을 전반적으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그래야 상품이 가진 한계, 예상 가능한 수익률, 투자 기간 등을 명확히 설정할 수 있다"며 "사전에 이런 작업을 거쳐야 상품의 실제 수익률과 투자자 본인의 기대 수익률간 간극 등을 좁힐 수 있어 보다 수월히 투자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