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외 주식시장의 너울이 심해지면서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있습니다. 점차 속도를 내고 있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인상 시계에 글로벌 증시가 민감하게 반응했기 때문인데요.
시장의 방향성을 예측하기 힘든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배당성장주들을 한 대 모은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한 관심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배당을 통해 손실의 일부를 상쇄할 수 있고 시시각각 변하는 시장 상황에 따라 시세 차익도 올릴 수 있기 때문이죠. 이 때문에 일시적 피난처로 매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서학개미, 'VIG' 'DGRO' 주목
야후 파이낸스에 따르면 미국 상장 ETF중 배당성장형 상품으로 유명한 'Vanguard Dividend Appreciation Index Fund ETF Shares(VIG)'와 'iShares Core Dividend Growth ETF(DGRO)'의 최근 1개월 수익률은 각각 1.67%와 2.24%로 집계됐습니다.
같은 기간 미국의 대표 벤치마크인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 나스닥 지수는 4~10% 가량 뒷걸음질 쳤습니다. 미국이 긴축 일정을 앞당기면서 이에 대한 충격이 증시로 전이됐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두 상품 모두 지수 대비 양호한 성과를 거뒀다고 해석할 수 있는데요.
전통적으로 약세장이 지속되는 시기에는 배당주가 대표 방어주로 관심을 받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배당과 함께 성장에 대한 과실을 일부 얻을 수 있는 배당성장주가 더욱 주목받고 있는 추세입니다.
미국 상장 ETF중에서는 VIG와 DGRO가 이에 부합할 수 있는 상품으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두 상품 다 공통적으로 금융 및 기술주 투자 비중이 큽니다. 이달 4일 기준 VIG의 경우 32.41%, DGRO는 38.13%로 3분의 2 이상을 이들 섹터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구성 종목에서는 다소 차이를 보이고 있는데요. 편입 상위 종목 3개를 살펴보면 VIG는 마이크로소프트를 4.46% 들고 있고, JP모건과 존슨앤드존슨을 3.73%, 3.69% 비율로 담고 있습니다. S&P 미국 배당성장 지수(S&P U.S. Dividend Growers Index)를 기초지수로 삼고 있죠.
DGRO는 마이크로소프트에 3.41%를 투자하고 있고 애플과 화이자 주식도 각각 3.32%, 3.05%로 편입하고 있습니다. 이 상품의 벤치마크 지수는 모닝스타 미국 시장 지수(Morningstar US Market Index)입니다.
두 상품 모두 공통적으로 분기 배당을 실시하는데요. VIG는 매 분기 마지막 달 20일 분배금을 지급하고, 20일이 비영업일일 경우 다음 거래일에 지급합니다. DGRO의 경우 매 분기 마지막 달 중순 또는 하순을 지급 시점으로 삼고 있죠.
미국 ETF 정보 제공 업체 ETFdb닷컴에 따르면 VIG의 연 평균 배당금은 2.55달러, 배당수익률은 1.53%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DGRO는 1.05달러에 1.94%를 기록 중입니다.
국내서도 미국 배당성장주에 투자할 수 있다
국내에서 출시된 상품 중에서도 미국 배당성장주에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이 있는데요. 지난 2020년말 키움투자자산운용이 내놓은 'KOSEF 미국방어배당성장나스닥'이 그 주인공입니다.
이 상품도 주가 변동성이 적지만 꾸준히 배당을 실시한 미국 기업들을 대상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습니다.
나스닥 미국 저변동성 배당 달성 지수(Nasdaq US Low Volatility Dividend Achievers Index)를 기초지수로 삼고 있는 이 ETF에는 미국 최대 통신사중 하나인 버라이즌 커뮤니케이션(Verizon Communications Inc)이 2.5%로 비율로 담겨 있고, 생활용품 제조업체 프록터 앤 갬블 (Procter&Gamble)과 초콜릿으로 유명한 허쉬가 2.4% 비율로 편입돼 있습니다.
배당성장주에 투자하는 상품인 만큼 분배금 지급이 중요한데요. 이 상품도 미국 상장 ETF처럼 연 4회 분배금을 제공합니다. 키움투자자산운용이 작성한 투자설명서에 따르면 이 상품은 매 1월과 4월, 7월, 10월의 마지막 영업일에 분배금을 지급합니다. 지급일이 영업일이 아닐 경우 직전 영업일에 지급합니다.
기간 수익률은 대체로 준수한 편입니다. 최근 한 달 동안 2.7%의 손실을 기록한 것을 제외하면 석달간 4.8%, 6개월은 8.6%의 성과를 올렸습니다. 강세장과 약세장이 혼재돼 있는 최근 1년 동안은 24.8%의 수익을 거두고 있습니다.
주의해야할 점도 있는데요. 환노출형 상품이라 원달러 환율에 따라 수익률에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와 함께 펀드 순자산이 75억원에 불과한 소형 펀드라 거래가 활발하지 않은 점도 다소 아쉬운 대목으로 꼽힙니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이 높아지는 시기에는 배당성장주들에 투자하는 상품들의 성과가 상대적으로 양호했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합니다.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수록 투자 매력이 부각된다는 의견입니다.
하재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장기적으로 S&P500의 배당 증가율은 물가 상승률보다 높았다"며 "특히 배당을 꾸준히 늘리는 배당 성장주는 물가 상승률이 높은 시기 더욱 우수한 성과를 냈다"고 평가했습니다. 배당을 꾸준히 늘리는 기업들을 담는 배당성장주 ETF 투자가 효과적인 시기라는 것이 그의 설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