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기조에 지수는 내리고 금리는 오르자 증권가에서는 이와 연동되는 파생결합상품에 자금이 몰리는 모양새다.
앞서 코로나19 이후 증시 활황기에 주가연계증권(ELS)이 꾸준한 인기를 끌었다면, 최근에는 일반 투자자들에겐 다소 생소할 수 있는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다.
ELB는 자금 대부분을 채권에 투자하고 원금은 발행사가 보장한다는 점에서 채권에 가까운 파생상품이다. 최근 시장 변동성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서 일정 수익률과 원금이 동시에 방어되는 이 상품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LB 발행, 30%가량 급증…증권사들 발행 행진
22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들어 발행된 ELB 금액은 10조113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7조9408억원)보다 27% 넘게 늘었다. 공모와 사모 발행 모두 각각 26%, 36% 이상씩 불어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증권사들의 발행 자체가 빈번해진 영향이 컸다. ELB는 증권사 자체 신용으로 발행되는 특성상 그간 대형 증권사에서 판매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중소형 증권사들도 ELB 발행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이 코스피200지수를 추종하는 ELB 2종을 각 2000억원 한도로 오는 24일까지 공모 중인 가운데, DB금융투자도 코스피200 및 양도성예금증서(CD) 91일물이 기초자산인 ELB를 25일까지 모집한다. 수익률은 만기와 조건별로 상이하지만 최대 연 7%가 넘는다.
교보증권의 경우 연초 이후 ELB 발행금액만 9585억원에 달한다. 전체 증권사 가운데 그 규모가 세번째로 많다. 대형사인 삼성증권의 같은 기간 ELB 발행금액(8787억원)을 뛰어넘는 수치다.
미래에셋증권은 ELB 시장점유율 1위 증권사답게 코스피200부터 미국증시 대표지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까지 다양한 기초자산의 ELB를 발행하고 있다. 이 증권사는 올해 발행한 ELB 금액이 1조1476억원에 달한다. 증권사중 가장 많다.
사실상 '원금보장형 ELS', 수익·안정성 다 잡아
ELB는 ELS처럼 주가지수나 개별주식을 추종해 조건별로 수익을 내지만, 금융투자상품 중에선 드물게 발행사인 증권사가 파산하지 않는 한 원금을 보장한다. 기초자산 가격이 가입 기간 안에 한번이라도 녹인(Knock-in·원금손실) 구간에 진입하면 원금을 잃는 ELS와는 다르게 ELB에는 녹인 자체가 없다.
자금 대부분을 채권에 투자하고 일부만 위험자산인 주식이나 주가지수를 추종하기 때문에 사실상 '채권' 같은 안정성을 보장한다. 물론 중도에 상환하면 수수료는 물어야 한다.
이같은 특성 때문에 ELB는 ELS보다 수익률이 낮다. 그렇다고 은행 대비 수익률에 경쟁률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간 저금리 기조에서 ELB에 대한 투자 유인이 크지 않았던 까닭이다.
그런데 올들어 기준금리가 계속 뛰면서 ELB 쿠폰금리(표면이자)도 같이 오르자 제법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는 평가다. 앞서 보듯 일부 증권사는 연 7%대에 ELB를 공모하고 있다. 반면 주가지수는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ELS 상품 다수는 '녹인' 공포에 떨고 있다.
ELB 수요와 발행이 모두 늘면서 증권사별로 더 높은 쿠폰금리를 내세우고 있는 것도 투자자들에겐 희소식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시중금리가 뛰다 보니 ELB 수익률도 같이 올라오는 상황"이라며 "원금을 보장하면서 높은 이자를 준다는 장점 때문에 문의도 많이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