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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림길 선 에스엠 공개매수...하이브-카카오 다음 행보는

  • 2023.02.21(화) 10:48

오스템임플란트와 달리 반대진영 견제 극심
하이브, 매수조건 상향 가능하지만 실탄 관건
카카오 맞대응 카드 관건..가처분 결과 분수령

경영권 분쟁의 중심에 선 에스엠엔터테인먼트의 주가가 12만원을 웃돌면서 하이브의 공개매수 성패가 갈림길에 섰다. 순조롭게 진행 중인 오스템임플란트 사례와는 달리 '에스엠 이사회-카카오-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연대 진영의 견제로 난항을 겪는 모습이다. 

하이브는 공개매수 조건 변경이라는 추가 카드가 남아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하이브가 쥐고있는 실탄을 고려할 경우 매수가격을 높이는 게 쉽지 않다는 관측이다. 하이브 측도 정해진 조건을 변경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하이브의 공개매수가격이 '상수'로 자리 잡는 가운데, 또 다른 '변수'인 에스엠 이사회와 카카오의 다음 행보에도 시선이 쏠린다. 대항 공개매수, 블록딜, 우호지분 확보 등이 맞대응 카드로 거론된다.  

/그래픽=비즈워치

순항 중인 오스템과 달리 암초 투성이 에스엠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에스엠은 지난 20일 12만1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 거래일보다 6.38% 하락한 수준이다. 지난주 장중 13만3600원까지 치솟으며 사상 최고점을 찍었던 주가는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현 주가는 지난 10일 하이브가 제시한 공개매수 가격인 12만원을 넘어선 수준이다. 하이브는 에스엠 최대주주인 이수만 전 총괄프로듀서와 주식양수도 계약을 체결하는 동시에 공개매수를 진행하기로 했다. 소액주주들의 지분을 주당 12만원에 최대 595만1826주(25%)까지 사들여 지분율을 39.8%까지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주가가 매수가 이상으로 치솟으며 차질이 빚어졌다.  

이는 순항 중인 오스템임플란트 사례와 비교되고 있다. MBK파트너스와 유니슨캐피탈코리아가 연합해 세운 덴티스트리인베스트먼트는 오스템임플란트 주식을 주당 19만원에 최소 239만주, 최대 1117만주까지 공개매수하겠다고 밝혔다. 덴티스트리는 실패 시 공개매수를 다시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며 배수의 진을 쳤다. 공개매수 성패의 변수로 여겨졌던 KCGI도 공개매수에 응하며, 성공이 점쳐지고 있다. 

반면 하이브의 공개매수 계획은 에스엠 이사회 진영의 적극적인 반대로 곳곳에서 암초에 부딪히고 있다. 이사회와 손을 잡은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은 하이브의 공개매수 발표 직후 매수가가 영업이익 상승여력에 비해 너무 싸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경영권 확보를 위해선 일부가 아닌 100% 지분을 인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에스엠 이사회도 20일 "하이브의 공개매수는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라며 반대 의사를 공표했다. 같은 날 IR과 유튜브 영상 발표를 통해 주주들을 향해 주주가치 훼손 우려를 강조하며 공개매수에 참여하지 말 것을 호소했다. 

에스엠 경영권 분쟁 일지 /그래픽=비즈워치

하이브, 공개매수 가격 상향 카드 버리나

그렇다면 이 상황에서 하이브는 공개매수 가격을 더 올릴 수 있을까. 자본시장법과 공시 규정에 따르면 가능성은 열려있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공개매수 기간 종료 전까지 신고서를 정정할 수 있다. 매수가격을 낮추거나, 매수 수량을 줄이거나, 혹은 매수대금 지급일자를 늦추는 등 투자자에게 불리한 조건으로 변경하는 게 아니라면 말이다. 다시말해서 투자자들에게 유리한 매수가격을 높이는 방식의 신고서 정정은 가능하다.

문제는 실탄과 의지다. 공개매수가격이 12만원일 때, 예상 인수자금은 이수만 전 총괄의 지분의 매입대금(4228억원)과 공개매수규모(7142억원)을 합쳐 대략 1조1000억원이다. 작년 3분기 말 기준 하이브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9030억원으로 집계되며 단기차입금은 4400억원이다. 이미 QC미디어홀딩스 인수에 3000억원을 지출한 하이브의 주머니가 넉넉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일단 하이브는 공식입장을 통해 "최초 제안한 공개매수가 변동 없이 그대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매수가 상향 가능성을 여전히 열어두고 있다. 한 증권사 엔터업종 애널리스트는 "이미 프리미엄을 얹어 12만원을 제시함으로써 지분 인수에 대한 의지를 충분히 보여줬다"며 "가능한 테두리 안에서 에스엠을 쟁취하겠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추가 펀딩 없이 최대 15만원까지 올릴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SM엔터테인먼트 지분 구조 시나리오 /그래픽=비즈워치

에스엠 이사회와 카카오 앞에 놓인 선택은

이사회-카카오 측은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저지하는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하이브가 이미 15%에 달하는 지분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의결권 싸움에 불리한 상황이다. 활용할 수 있는 수단으로 공개매수, 블록딜, 우호지분 확보, 자사주 매입 등이 거론된다. 

일단 카카오의 공개매수 맞불과 블록딜은 추가적인 재정 부담이 존재한다. 하이브에 대응해 공개매수을 진행한다면 12만원 보다 단연 높은 가격을 제시해야 한다. 물량도 하이브보다 많아야 명분 싸움에 유리하다. 향후 신주와 전환사채 발행을 통해 9%가량의 지분을 확보하더라도 최소 30% 이상을 소액주주들로부터 매입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주머니 사정은 양호하다는 평가다. 카카오는 싱가포르투자청(GIC)과 사우디국부펀드(PIF)로부터 총 1조1500억원 규모를 유치받을 예정이다. 이중 절반만 타법인 증권 취득 목적으로 사용하기로 공시했지만, 사업전략에 따라 운용처를 바꿀 수 있다는 점을 명시해놨다. 계열사 차입 가능성도 존재한다.  

블록딜을 통해 기관투자자들로부터 지분을 넘겨받거나, 협력 관계를 맺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우선 5.12%의 지분을 쥐고 있는 KB자산운용의 경우, 이수만 전 총괄의 개인회사 문제를 수년 전부터 제기해온 기관투자자로서 이사회 진영에 유리한 방향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 

관건은 국민연금과 컴투스다. 국민연금과 컴투스는 각각 8.96%, 4.16%의 지분을 쥐고 있다. 이들 지분을 합치면 약 13%로 결코 적지않은 지분율이다. 만일 KB자산운용을 비롯해 이들의 지지까지 얻게 된다면, 이사회 진영에 우호적인 지분은 27%(제3자배정 신주 배정 및 전환사채 발행으로 인한 지분 희석시)까지 늘어나게 된다. 

컴투스의 경우 지분 획득 당시 이수만 전 총괄의 '백기사' 역할을 할 것이란 해석이 나왔지만 시장에서는 차익 실현을 위해 지분을 처분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컴투스는 작년 10월 주당 6만7700원에 99만여주를 매입했다. 그런데 주가가 경영권 분쟁 이슈로 12만원대로 뛰며 20일 종가 기준 550억원에 이르는 수익을 냈다.  

다만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 금지에 대한 가처분 신청 결과를 앞두고 카카오 운신의 폭은 당분간 제한받을 가능성이 우세하다. 앞서 이수만 전 총괄은 카카오를 대상으로한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을 막아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기했다.

법조계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카카오에 신주 발행을 결정했을 당시 에스엠 이사회가 경영권 분쟁에 대한 판단 여부가 중요하다. 이 상황에서 카카오가 가처분 심리 도중 지분 확보에 나선다면 입장이 난처해질 수 있다. 법원이 이수만 전 총괄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인다면, 카카오가 3자배정 유상증자와 전환사채 인수로 지분 9%를 획득하는 것은 '없던 일'이 된다.

주당 9만원 초반의 가격으로 지분을 확보하려던 카카오의 계획이 틀어지는 셈이다. 또 다른 증권사의 애널리스트는 "주당 9만원에 사려던 지분을 공개매수로 13만~14만원대에 사야한다면 인수 대금에 큰 차이가 생기므로 지금으로써는 가장 큰 변수"라고 봤다.  

시장에서는 한 치의 물러섬 없는 양측 행보를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에스엠 이사회는 내주 카카오와의 전략적 제휴와 'SM 프로듀싱 3.0'을 발표할 예정이다. 또 카카오와의 시너지와 사업방향을 설명하겠다고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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