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첫째 주 뉴욕증시는 둔화된 경기지표를 확인하며 부진한 흐름을 이어갔다. 고용지표와 제조업 지표가 잇달아 예상치를 밑돌며 경기침체 터널에 들어갔다는 시그널을 시장에 전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산유국들의 원유감산 결정이 인플레이션 공포를 부추기며 시장에 찬물을 끼얹었다.
고용 활황도 끝?...경기침체 신호 빨간불
월초에 쏟아진 지표는 고용시장의 활황이 종료됐음을 알렸다. 4일 나온 미국 노동부 2월 구인·이직보고서(JOLTs)에 따르면 구인건수는 993만건으로 2021년 5월 이후 2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하루 뒤 나온 민간 고용정보업체 ADP 3월 고용보고서는 민간기업 고용이 전월대비 14만5000건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월 증가분(26만1000건) 대비 44% 감소한 수치이며 시장 예상치(21만건)도 밑돌았다.
그간 시장은 고용지표가 나쁘게 나올수록 긍정적으로 해석해왔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물가와 고용 두 가지 축을 바탕으로 통화정책을 결정하는데, 고용이 부진하면 연준이 경기침체를 우려해 통화긴축 속도에도 제동을 걸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장의 시각이 바뀌었다. 이제 고용지표 부진을 긴축 속도 조절 시그널로 바라보기 보다는 경기 하강 시그널로 인식한 것이다. 고용부진이 더 이상 증시 호재가 아닌 악재로 보기 시작했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매크로 지표 부진이 긴축 종료 기대의 근거가 되며 주식시장에 우호적이었으나 최근 지표 부진이 주가에 하방 재료로 작용한다"며 "3월 비농업고용 발표 후 '악재'가 '악재'로 작용할 수 있는 변곡점이 될 가능성이 있는 구간"이라고 분석했다.
제조업, 서비스업 지표도 악화됐다. 미국 3월 ISM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6.3으로 2020년 5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지수의 하위 구성요소는 전부 50 미만이었다. ISM 서비스업 PMI는 51.2로 전월대비 3.9포인트 하락했다. 시장 전망치인 54.5마저 밑돌았다.
원유 감산 발표에 인플레이션 공포 확산
산유국들의 원유 감산 발표는 인플레이션 공포심을 높였다. 유가 상승은 곧 근원물가 강세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러시아 등 비 OPEC 회원국의 합의체인 OPEC플러스는 원유 생산량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다음달부터 하루 116만배럴을 추가 감산하겠다는 발표였다.
이에 국제유가는 배럴당 80달러선을 웃돌며 급등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1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UBS는 오는 6월까지 브렌트유 가격이 100달러에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러시아의 생산량 감축으로 공급량이 줄어드는 가운데 중국의 경제 회복에 따른 원유 수입은 증가하고 있어 국제유가가 강세를 띨 것이란 관측이다.
다음 주 뉴욕증시에서는 3월 전미자영업연맹(NFIB) 소기업 낙관지수(현지시간 11일),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12일), 3월 생산자물가지수(PPI)(13일), 미국 3월 소매판매, 미국 3월 산업생산, 미국 4월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이상 14일)가 발표된다. 또한 미국 3월 FOMC 회의록에도 이목이 쏠린다. 주목할만한 행사로는 전세계 3대 암학회 중 하나인 미국 암연구학회(AACRP)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