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예금 시장을 공략할 자산운용업계의 외화표시 머니마켓펀드(MMF) 상품이 지난주 첫선을 보였다. 자산운용업계는 예금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120조원이 넘는 달러예금 시장의 '머니무브'를 기대한다.
하지만 성공적인 머니무브가 가능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외화예금 대비 환매주기가 3~4일 정도 길어 투자자 입장에서 자금활용에 단점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문제로 법인 대상 상품에 이어 개인 전용 상품 출시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20일 금융투자협회 및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지난주 삼성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 우리자산운용이 법인 대상 외화MMF 상품을 연이어 출시했다. KB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IBK자산운용도 출시를 준비 중이다.
처음 10여곳의 자산운용사들이 외화MMF 출시를 검토했으나 시장이 열림과 동시에 출시 준비에 나선 곳은 현재 6곳이 전부다.
외화MMF는 달러 등 외화로 자금을 받아 단기채권 등 외화 단기금융 자산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지금까지는 원화로만 MMF 운용이 가능했는데 금융당국이 공모펀드 경쟁력 제고방안 일환으로 도입을 추진했다. 다양한 공모펀드 출현을 유도하고 수출기업의 외화 운용을 지원하려는 취지에서다.
법인 기업은 환전 없이 달러로 MMF에 직접 투자할 수 있다. 자산운용사들은 주로 미국 초단기 국채인 T-bill, 달러 기업어음(CP), 달러 예금 등에 투자해 약 5%대 수익률을 기대하고 있다. 달러 정기예금 수익률(7일 미만 연 3.4~4.3%, 1개월 연 4.5~4.7%)과 비교해 소폭 높다.
대규모 외화를 보유하고 있는 수출입 기업의 경우 외화예금뿐이던 외화운용 수단의 선택권이 넓어진 셈이다.
달러예금 대비 외화MMF 경쟁력은 '글쎄'
다만 일각에서는 외화 예금대비 경쟁력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5월말 기준 전체 외화예금 잔액은 967억9000만달러, 이중 기업예금은 826억7000만달러 규모다. 우리 돈 약 104조원에 달한다.
20일 현재 외화MMF에 들어온 자금은 7719만달러(설정원본 기준) 규모로 우리 돈 약 973억원 수준이다. 짧은 시간 작지 않은 규모로 볼 수 있지만 달러예금과 비교하면 0.09% 수준에 불과하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외화예금과 수익률 차이가 사실상 1%포인트 내외로 크지 않고 기존 외화RP와 비교해서도 차이가 크지 않다"면서 "대출 등 은행과 자금 문제로 복잡하게 얽혀있는 기업 입장에서 1% 미만 수익률을 위해 대규모로 자금을 이동하기가 쉽지 않아 (외화MMF) 시장이 어느 정도까지 확대될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수시입출금이 가능한 외화예금 대비 환매주기가 긴 부분도 단점으로 꼽힌다. 외화MMF 환매주기는 상품에 따라 T+2~3일 혹은 T+3~4일이다. 원화 MMF는 영업일 기준 다음날 환매가 가능한데 이와 비교해서도 최대 3일가량 환매가 늦어지는 셈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미국 달러로 표시되는 펀드로 미국 국채 등을 편입하다 보니 미국시장내 채권 매매 등 시차 반영으로 환매시기가 길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장을 여는 시간이 다르다 보니 여타 다른 해외채권형 펀드처럼 환매시기가 최대 T+4일 정도까지 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령 월요일 오후 5시 이후 환매를 요청하면 금요일 환급을 받을 수 있다.
자산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상품 출시 전 기업 고객들을 대상으로 사전조사를 실시한 결과 바로 환매할 수 없어 환금성이 부족한 부분이 단점으로 지적됐다"면서 "일부 운용사들이 환매시기를 보다 앞당겨 상품 경쟁력을 확보하려 했지만 외화를 활용하는 만큼 환급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전체적으로 환매시기를 맞추기로 하면서 외화예금과 비교해 경쟁력이 크다고 보기 어렵게 됐다"고 토로했다.
개인형 MMF 출시 여부를 불투명하게 보는 시각도 이 같은 환매주기가 일부 영향이 있다는 분석이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법인은 결제일 등이 정해져 있어 미리 환매시기를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지만, 개인은 이를 짐작하기 어렵다"면서 "환금성을 중요시하는 개인이 환매주기가 긴 상품에 메력을 느끼고 선택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개인형의 경우 법인형 대비 펀드 규모가 작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펀드설정 이전 투자자 모집도 쉽지 않아 규모를 갖추기 위해 자산운용사들이 고유자산을 투입해야 하는 등 부담이 있을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개인형 외화MMF는 제도적인 미비점 등을 보완하고 법인형 외화MMF를 통해 다른 문제가 없는지 모니터링을 통해 결정하게 될 것"이라며 "아직까지 개인형 외화MMF 출시 내용은 결정된 바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