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장지수펀드(ETF)가 2002년 출범 이후 20년 만에 순자산(AUM) 100조원을 코앞에 두고 있다.
2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1일 기준 국내 ETF 순자산총액은 98조7708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일(99조359억원)과 비교하면 소폭 하락했지만 지난 한 주간 순자산 증감액(유입액+상승분)이 2조7729억원 규모였던 점을 감안하면 이달 내 '100조원 시대'를 열 것이란 예상이 우세하다.
상품수는 국내·외 종목을 포함 총 728개에 달한다. 올해에만 62개 ETF가 새로 상장했다. 직접투자 성향이 강화되면서 공모펀드 시장이 서서히 쇠퇴하고 ETF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는 모습이다.
ETF는 지수에 투자해 장기간 수익을 누릴 수 있도록 설계한 금융상품이다. 최소 10개 이상 종목을 묶어 분산투자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기존 펀드와 달리 주식처럼 쉽게 거래할 수 있고 수수료가 낮은 것이 장점이다.
연금계좌를 통해 투자하면 세제혜택도 받을 수 있어 개인·퇴직연금계좌를 통한 ETF 투자도 늘어나는 추세다. 최근엔 MZ세대를 중심으로 미국 주식 ETF를 통한 분산투자와 상반기 출시된 2차전지, 인공지능(AI), 반도체, 방산 등 테마형 액티브 ETF도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최근 채권형과 단기금리형 ETF의 가파른 순자산 증가세를 감안할 때 머지않아 국내 ETF 시장의 순자산이 1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코스콤 ETF CHECK에 따르면 최근 한주 동안 가장 많은 자금이 유입된 ETF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CD금리투자KIS(합성)으로 총 6233억원이 순유입됐다.
은행이 발행하는 양도성예금증서(CD) 91일 금리 수익률 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이다. 매일 새로운 CD물을 편입해 하루만 맡겨도 이자를 주는 파킹통장과 닮아서 파킹형 ETF로 불린다.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하반기 금리를 0.5%포인트 추가 인상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비치면서 단기적인 금리 수익률에 투자자금이 모인 것으로 보인다.
6월 초 불투명한 금리 인하 시점 등 대내외 변수로 시장 하락에 베팅하는 인버스 ETF 투자가 늘었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이어 TIGER TOP10(5461억원), KODEX 200(1622억원), KODEX Fn Top10동일가중(1605억원), KODEX 삼성그룹(1280억원) 순으로 자급유입이 컸다.
지난 한주 5000억원 넘게 자금이 유입된 TIGER TOP10 ETF는 국내 대형 우량주 10종목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이달 초순까지만 해도 국내 증시가 고점을 찍고 조정에 나설 것이란 분석이 우세해하며 자금이 대거 빠졌나갔지만, 미국의 매파적 발언에도 코스피가 2600선 안팎을 유지하자 다시금 자금이 유입되는 모습이다.
삼성자산운용의 KODEX 200, KODEX Fn Top10동일가중, KODEX 삼성그룹 ETF는 각각 코스피200지수, 시가총액 상위 10종목, 삼성그룹주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대마불사' 기조에 따라 확실한 실적이 담보된 대형주 중심으로 자금이 유입됐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공모펀드 시장이 축소되고 ETF 시장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면서 "이 같은 성장세라면 조만간 ETF 순자산 규모가 공모펀드를 뛰어넘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