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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줍줍]교보증권 연이은 대규모 3자배정 유상증자.. 이유는?

  • 2023.08.30(수) 10:00

2020년 이어 두번째 대규모 증자…3자배정만 실시
최대주주 교보생명 지분율 51%→85% 수직 상승
추후 완전자회사 편입 위한 사전포석이란 분석도

교보생명그룹 내 유일한 상장사인 교보증권이 지난 22일 2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발표했어요. 

▷관련공시: 교보증권, 8월 22일 주요사항보고서(유상증자결정)
▷관련공시: 교보생명보험, 8월 24일 특수관계인에 대한 출자

이번 유상증자는 교보증권 최대주주인 교보생명보험(이하 교보생명)을 대상으로 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인데요. 회사 측은 기존 사업경쟁력을 강화하고, 신성장 동력 확보 및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인가를 조기에 추진하기 위해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밝혔어요. 

그런데 이번 유상증자에 대해 일부 교보증권 주주들은 달가워하지 않는 분위기인데요. 총 발행주식수의 76%에 달하는 신주를 교보생명에만 배정하는 방식이어서 기존 주주들의 주식가치 희석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어요. 

이번 교보증권 유상증자 공시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볼게요. 

두번의 제3자배정 유증.. 최대주주 지분율 51%→85%
 
교보증권은 최대주주(지분율 73.06%) 교보생명을 대상으로 신주 4930만9665주를 발행하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어요. 이번 유상증자로 새로 찍어낼 주식은 기존 총 발행주식수의 76%에 달하는 규모예요. 

회사는 1개월, 1주일, 최근일(이사회결의일 전날 주가기준)의 가중산술평균주가(거래량 등 반영)를 기준으로 유상증자 신주발행가격을 1주당 5070원으로 정했어요. 교보증권 주식 액면가가 5000원이니 사실상 액면가에 신주를 발행하는 셈이죠. 

교보증권은 지난 2020년 6월에도 최대주주 교보생명을 대상으로 대규모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진행했어요.  

당시에도 총 발행주식수의 80%에 육박하는 신주를 발행했고, 이 영향으로 교보생명의 교보증권 지분율은 51.63%에서 73.06%로 크게 늘었어요. 이번 두 번째 제3자배정 유상증자까지 마무리하면 교보생명의 교보증권 지분율은 85%로 또 다시 높아지죠. 

교보증권, 교보생명 대상 제3자 배정 유상증자 후 지분율 변화

청산가치보다 낮은 신주발행가 

문제는 연이은 제3자 배정 유상증자로 최대주주를 제외한 다른 소액주주들의 주식가치 희석이 불가피하다는 점. 특히나 증자 규모가 큰 것도 주가에 부담을 주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요. 

실제 지난 2020년 6월 첫 번째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하기 전 교보증권 주가는 6000~7000원대를 오갔고 한때는 8000원을 넘어서기도 했지만, 지난해 9월부터 5000원대로 주저 앉았어요. 29일 기준 교보증권 주가는 5020원으로 사실상 액면가에 근접한 수준이에요.

교보증권 관계자는 이러한 우려와 관련 "이번 자본확충으로 수익성을 극대화하고 교보증권의 덩치도 커지면 그만큼 주가도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어요.

다만 일부 주주들 사이에서는 회사 청산가치보다 낮은 가격에 최대주주가 신주를 대량으로 배정받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와요. 청산가치란 파산시 회사가 가지고 있는 순자산(총 자산에서 총 부채를 뺀 금액)을 1주당 얼마씩 나눠줄 수 있느냐를 의미해요.

청산가치를 확인할 수 있는 지표는 주당순자산가치(BPS)인데요. BPS는 순자산을 총 발행주식수로 나눈 것으로 3월 기준 교보증권의 BPS는 2만5396원로 주가보다 높아요. 

BPS보다 주가가 낮으면, 주가순자산비율(PBR)도 1배 이하일 수밖에 없는데요. PBR은 주당순자산가치 대비 주가가 몇 배 수준으로 거래되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인데, 3월 기준 교보증권의 PBR은 0.2배예요. 

이 얘기는 교보증권의 현 주가는 순자산가치 대비 80% 할인된 수준에서 거래중이란 의미이고, 이처럼 주가가 상당히 저평가된 상황에서 결과적으로 최대주주 교보생명이 대규모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율을 높이는 셈이죠. 

종투사 조기인가 목표.. 추가 증자 가능성은?

교보증권은 이번 유상증자의 이유로 사업경쟁력 강화와 신성장 동력 확보 등을 제시했는데요. 특히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인가를 조기에 추진하기 위한 목적을 강조했어요. 종투사로 인가를 받으면 헤지펀드(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집해 운영하는 사모펀드)에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라임브로커 업무를 할 수 있어요. 증권사의 업무영역이 더 넓어지는 것이죠.

종투사 인가를 받으려면 별도재무제표 기준 자기자본(=자본총계)이 3조원을 넘어야 해요. 신주를 발행하면 자본금(자기자본에 속하는 항목 중 하나)이 늘어나고 자연스레 자기자본도 증가해 종투사 요건 충족에 가까워지기 때문이죠.

다만 이번 유상증자를 마무리해도 교보증권의 자기자본 규모는 1조6179억원에서 1조8679억원으로 약 15.5% 증가하는데요. 따라서 종투사 인가를 받기위한 자기자본 3조원 요건을 충족하려면 1조원 이상을 더 확보해야하는 상황이에요.

교보증권은 2029년까지 자기자본 3조원을 돌파한다는 계획인데요. 이를 위해서는 연평균 1800억원 이상의 자기자본 증가가 꾸준히 필요해요. 이 때문에 추가적인 유상증자 가능성도 나오고 있어요. 

이와 관련 교보증권 관계자는 "아직 추가 유상증자 계획은 없다"며 "다만 이번 유상증자 자금수혈을 통해 수익률을 극대화해 종투사 요건인 자기자본 충족을 조기에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어요. 

최대주주인 교보생명 관계자는 "자회사(교보증권) 사업 계획을 면밀히 검토한 후에 투자여력이 필요하다고 생각이 들면 (추가적인 유상증자를) 할 수도 있다"며 "다만 어디까지나 타당성을 면밀히 검토한 후에 한다"고 말했어요.

교보증권 완전자회사 만들기 전략?

그런데 자본 확충을 위한 유상증자라면, 모든 주주에게 신주를 인수할 권리를 주는 주주배정도 가능한데 왜 교보증권은 연속해서 최대주주만을 대상으로한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있을까요. 이에 대해 교보증권 관계자는 "최대주주 교보생명도 주주배정방식을 고려했었다"고 설명했어요.

다만 결과적으로 두 번 연속으로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한 셈이죠. 이와관련, 일각에서는 향후 교보생명의 지주회사 전환과 맞물려 교보증권을 완전자회사로 두기 위해 지속적으로 교보생명이 교보증권 지분율을 높여가는 과정이란 분석도 나와요. 

교보생명은 내년 하반기를 목표로 지주사 전환계획을 공식화한 상태인데요. 금융지주사 전환을 위해 교보생명은 지난 4월 대체투자운용사 교보AIM자산운용(옛 파빌리온자산운용)을 자회사로 편입하기도 했고요. 

금융지주사 전환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교보증권까지 완전자회사로 두면 교보생명을 중심으로 계열사 관리가 더욱 수월해지겠죠. 또 교보증권을 완전자회사로 편입하면 교보생명의 가치도 더 커질 것이고, 이는 자연스럽게 교보생명의 최대주주인 신창재 대표이사 회장(지분율 33.78%)의 지분가치 확대로 이어질 수 있죠.

특히 재무적투자자(FI)인 어피너티컨소시엄과 신창재 회장 사이에서 발생한 풋옵션 분쟁 해결을 위해서라도 교보생명의 가치를 끌어올릴 필요가 있는데요.

어피너티컨소시엄은 2012년 교보생명의 기업공개(IPO)를 전제로 지분 24%를 인수했는데 교보생명이 수차례 IPO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2018년 주당 40만9912원에 풋옵션(회사에 주식을 사가라고 요구)을 행사했어요. 신 회장과 교보생명이 어피너티컨소시엄의 풋옵션 가격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둘 사이에서 분쟁이 생긴 것이죠. 

교보생명이 교보증권을 완전자회사로 끌어와 기업가치를 높이고 추후 교보생명이 상장까지 한다면 어피너티컨소시엄 역시 보유지분 가치가 올라가는 효과를 얻을 수 있어요. 이렇게 되면 신창재 회장과의 분쟁이 해소될 여지도 있는 것이죠. 

교보생명이 교보증권을 완전자회사로 두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면, 추후 공개매수나 포괄적 주식교환 또는 흡수합병 과정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지분율을 지속적으로 높일 필요가 있는 것이죠. 앞서 메리츠금융지주 역시 메리츠증권과 메리츠화재를 포괄적 주식교환 방식으로 완전자회사로 편입한 바 있어요. 

다만 교보생명 관계자는 "교보증권을 완전자회사로 편입하는 문제는 내부적으로 고려하고 있지 않고 있다"고 부인했어요.

한편 이번 유상증자로 총 발행주식수가 크게 늘면서 주주들이 나눠가질 배당금 액수는 상대적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여요. 다만 교보증권은 2020년 유상증자 이후 진행한 차등배당(최대주주보다 일반주주의 배당금을 더 높이는 것) 정책을 계속 유지할 것으로 보여요. 

차등배당 관련 교보증권 관계자는 "이사회에서 결정해야겠지만 차등배당은 계속 유지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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