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인공지능(AI) 기업 루닛이 유상증자와 무상증자를 동시 진행한다고 밝혔어요.
▷관련공시 : 주요사항보고서(유무상증자결정)
▷관련공시 : 증권신고서(지분증권) (2023.10)
루닛은 딥러닝 기술을 활용해 암, 질병 진단을 보조하는 인공지능(AI) 솔루션을 판매하는 회사인데요. 지난해 기술특례상장으로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어요.
성장성있는 기술을 보유했지만 당장의 수익성이 부족한 기술특례상장기업인 만큼 향후 성장을 위한 자금조달이 필요한데요. 이번 유상증자도 회사를 성장시키기 위한 자금 조달 차원이란게 회사측 설명이에요.
루닛은 자금 조달을 위한 유상증자를 실시하면서, 자금 유입 효과가 없는 무상증자도 함께 진행하기로 했어요. 공시를 살펴보면서 유·무상증자를 동시에 하는 이유와 투자자들이 살펴볼 내용을 확인해 볼게요.
유상증자로 2019억원 조달하려는 루닛
유상증자는 신주를 발행하고 팔아서 자금을 마련하는 방식이에요. 지난 23일 루닛은 기존발행주식수의 약 15%에 해당하는 신주 185만7150주를 발행하는 유상증자를 발표했어요. 이 주식을 주당 10만8700원에 팔아 총 2018억7220만원의 자금을 조달한다는 계획이죠.
증자방식은 주주 배정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이에요. 신주 구매 의사를 기존주주들에게 먼저 물어보고, 남은 주식은 일반 투자자들에게 파는 방식이죠. 루닛이 결정한 1주당 신주배정주식수는 0.14999995주. 즉 기존주주가 100주를 가지고 있다면 14주(14.99)의 주식을 살 수 있고, 200주를 가지고 있다면 29주(29.99)를 살 수 있어요.
루닛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기존주주를 판단하는 신주배정기준일은 오는 9월 25일이에요. 유상증자에 참여하고 싶다면 기준일 2거래일 전인 9월 21일까지 루닛 주식을 매수해야 해요.
9월 21일까지 주식을 매수해 주주명부에 등록됐다면 신주를 청약할 수 있는 권리인 신주인수권을 받아요. 신주인수권도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는데요. 오는 10월 17일부터 23일까지 5영업일 간 거래할 수 있어요.
신주인수권은 '루닛(숫자)R' 이러한 이름으로 부여되는데요. 만약 신주를 사고 싶지 않다면 해당 기간 팔면 되고, 신주를 살 생각이 있다면 11월 1일과 2일 이틀간 진행하는 청약에 참여하면 돼요. 이 기간에 청약하지 않는다면 신주인수권은 사라져요.
유상증자 참여하기 전 꼭 봐야 할 점
지금까지 유상증자 방식과 일정을 살펴봤는데요. 이제는 유상증자 참여를 판단하기 위해 확인할 부분을 볼게요.
가장 먼저 회사가 유상증자로 조달할 자금을 어디에 사용하려는 것인지 확인해 봐야 해요. 유상증자로 새로운 주식을 대거 발행하는 행위여서 기존 주식가치를 희석시키는 만큼 희석에 대한 우려를 해소할 정도의 자금 활용 계획을 잘 마련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하는 거죠.
루닛은 조달 자금 약 2019억원 중 1111억원은 운영자금, 907억원은 타법인 증권 취득자금으로 활용하겠다고 공시했는데요. 제출한 증권신고서를 통해 구체적인 자금 활용 계획을 확인해 볼게요.
루닛은 중장기적으로 의료 생태계 내 의료인, 환자, 의료기업을 연결해 환자의 진단·치료·모니터링 등 질병 치료 모든 주기에 함께하는 의료 AI 플랫폼 회사로 거듭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어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많은 연구개발비가 필요하겠죠.
따라서 가장 많은 자금은 연구개발비로 사용할 예정이에요. 707억원을 사용할 계획인데, 우선 주력 제품인 '루닛 인사이트'의 학습을 위해 의료 데이터를 구매하는데 217억원을 쓸 계획이라고 해요. 영상의학전문의 및 병리학자가 정답을 표기한 의료 데이터가 AI의 학습에 필요하기 때문이에요.
또 제품 고도화를 위한 연구 및 임상비용으로 290억원을, 신약후보물질 탐색을 위한 임상비용으로 200억원을 사용한다고 해요.
루닛은 해외사업 확장을 위해 미국 및 유럽법인에 추가 출자비용으로 505억원을 사용하고, 의료 AI 스타트업 투자를 위해 403억원을 활용해 벤처캐피탈을 설립할 예정이에요.
주주배정 유상증자에서는 최대주주와 주요 임원의 증자 참여율도 확인해 봐야 해요. 회사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데 핵심 관계자들이 참여하지 않는다는 것은 성장성에 대한 자신감이 부족한 것으로 볼 수 있죠.
루닛 주식 85만6700주(6.92%)를 보유한 최대주주 백승욱 이사와 22만주(1.78%)를 가진 서범석 대표이사는 이번 유상증자에 100% 참여하기로 했어요. 주당 0.14주의 신주를 배정받을 수 있으므로 백승욱 이사는 12만8504주, 서범석 대표는 3만2999주의 신주를 배정받게 되죠.
신주발행가가 10만8700원이니까 백 이사와 서 대표는 각각 140억원, 36억원을 투자한다는 건데요. 적지않은 자금을 투자한다는 것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죠. 다만 두 이사 외에 미등기임원들의 유상증자 청약 의사는 확정되지 않았고, 지분 6.26%를 보유한 2대주주 가던트헬스(Guardant Health)도 유상증자에 참여할 가능성이 매우 낮은 상황이라고 루닛은 설명했어요.
"유상증자 참여해 주세요"…1+1 행사 함께 진행
지금까지 루닛의 유상증자를 살펴봤는데요. 회사 성장을 위한 자금 활용 계획, 최대주주 및 대표이사의 유상증자 참여 등 긍정적인 부분이 있죠.
그럼에도 대규모 신주 발행을 수반하는 유상증자는 기존 주식 가치 희석을 불러온다는 점에서 기존주주들이 마냥 좋다고 생각하긴 힘들죠.
따라서 주주들의 참여를 높이기 위해 루닛은 유상증자와 함께 무상증자도 함께 진행할 예정이에요.
루닛처럼 유상증자와 무상증자를 동시에 진행할때는 보통 유상증자에 참여한 주식에도 무상증자 권리를 부여해요.
루닛 역시 유상증자 납입일(11월 09일) 하루 뒤인 11월 10일을 무상증자 신주배정기준일로 정했고, 이는 곧 유상증자 후 주주명부에 기재된 주주(자기주식 제외)에 대해 모두 무상증자 권리를 부여한다는 의미예요.
유상증자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당근책을 주는 셈이에요. 물론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11월 10일 기준 주주 모두에게 무상증자 권리가 있지만, 유상증자에 참여하면 무상증자로 받을 주식수도 더 늘어난다는 점에서 유상증자 참여 유인이 생기도록 하는 것이죠.
루닛 관계자는 "유상증자로 주식 가치가 희석되기 때문에 주주환원정책상 무상증자를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어요.
루닛은 1주당 1주의 신주를 새로 지급하는 1대 1 무상증자를 진행하기로 했어요. 루닛의 현재 총 발행주식수는 1238만1004주인데요. 유상증자를 진행한 후에는 1423만8154주로 늘어나고, 무상증자로 주식수가 2배로 늘어나게 되니까 최종적으로 총발행주식수는 2847만6308주가 되겠죠.
발행주식수가 늘어나는 만큼 기존 주식의 가치도 인위적으로 낮춰지는데요. 무상증자 신주를 받을 수 있는 마지막 거래일이 11월 8일이었죠. 이날 다음날인 11월 9일은 권리락일이에요. 무상증자를 받을 권리가 떨어지는 날이라는 뜻이죠. 권리락일에 주식을 사는 주주들은 신주를 받을 권리가 없기 때문에 주가를 인위적으로 낮춰서 거래하게 돼요.
무상증자로 발행하는 신주의 상장 예정일은 오는 12월 1일로 이날부터 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어요.
하나 더 확인할 점은 무상증자로 임직원에게 부여한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행사주식수도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에요. 유무상증자 완료 예정시점 이후 1년안에 행사 가능한 주식수는 55만3610주. 무상증자 이후 110만7220주로 늘어나게 돼요. 이는 전체 발행예정주식수의 3.89%로 적은 숫자는 아니에요.
한편 루닛의 유무상증자 발표이후 주가는 긍정적 흐름이 이어지는 모습이에요. 유무상증자를 발표한 지난 23일 14만5000원이던 주가는 지난 30일까지 5거래일 연속 상승하면서 17만3900원으로 올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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