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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주총, 예상대로 무승부… 갈등 불씨 여전

  • 2024.03.19(화) 13:24

'주당 5000원 배당' 회사 측 안건 통과
신주발행 정관변경 영풍 뜻대로 부결
'캐스팅보트' 국민연금, 회사 측 지지

영풍그룹 공동창업자 집안간 표대결이 벌어진 고려아연 정기주주총회가 예상대로 무승부로 끝났다.

쟁점 안건 중 배당안건은 이사회가 올린 1주당 5000원의 결산배당이 채택됐다. '캐스팅보트' 국민연금은 결산배당 1만원을 달라는 영풍 측 제안 대신 이사회 안건에 찬성했다. 반면 특별결의 안건인 정관변경에서는 예상대로 영풍이 안건 저지에 성공했다. 

배당은 이사회 승리, 정관변경은 영풍 승리

고려아연은 19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영풍빌딩 별관에서 제50기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주총은 당초 9시부터 시작할 예정이었지만 의결권 위임 확인 절차가 지연돼 9시45분께 시작했다.  

의결권 있는 총주식 2080만4696주 가운데 위임을 포함해 90.31%가 참석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장형진 영풍 고문은 주총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최 회장을 중심으로 한 이사회와 장 고문이 사실상 지배하는 영풍 측은 최근 지분율을 경쟁적으로 확대하며 힘 겨루기를 이어왔다. 양측은 올해 주총에서도 배당과 정관변경 안건에서 표 대결을 펼칠 것으로 예상돼 시장의 관심이 집중됐다. 

이날 주총에서는 1호 안건인 연결 및 별도 재무제표(이익잉여금처분계산서 포함) 승인은 61.4%의 찬성을 얻어 통과됐다. 그 결과 이사회가 제안한 결산배당 1주당 5000원이 확정됐다. 

이에 따라 영풍 측이 제출한 1주당 1만원의 수정동의 안건에 대해선 표결이 이뤄지지 않고 자동 폐기됐다.

2호 안건인 정관변경은 찬성율이 53.02%에 그쳐 부결됐다. 이사회는 외국 합작법인에만 신주발행을 허용하는 내용을 삭제하고 표준정관에 따라 국내법인에도 발행할 수 있다는 내용의 정관변경 안건을 올렸지만 영풍 측 반대에 부딪혔다. 당초 정관변경은 특별결의(출석 주주의 3분의 2, 발행주식의 3분의1 이상의 동의 필요) 사안인만큼, 의결권 지분 32%를 가진 영풍의 저지가 예상됐던 내용이다.

이날 관심을 모은건 국민연금이다. 배당과 정관변경 안건에서 모두 이사회 측 안건에 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의 지분율은 작년 말 기준 8.39%로 이번 주총의 최대 '캐스팅보트' 였다.

3호 안건인 최윤범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장형진 고문의 기타비상무이사 재선임 등 이사선임안은 별도 표결 없이 박수로 통과됐다. 이밖에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안건과 이사 보수한도 승인 안건도 원안대로 의결됐다.

이에 따라 성용락, 김도현 후보는 사외이사인 감사위원으로 재선임됐다. 이사 수는 13명, 사외이사수는 7명, 보수총액 한도는 100억원으로 정해졌다. 

고려아연이 19일 서울 강남구 영풍빌딩 별관에서 제50기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했다./사진=백지현 기자 jihyun100@

고려아연 "정관변경 재추진"... 영풍 "SM엔터 주식투자 문제"

주총은 끝났지만 갈등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는 모습이다.    

영풍 관계자는 이번 주총과 관련해 "많은 주주 들이 표를 모아 준 덕분에 주주권을 침해하는 현 경영진의 전횡에 제동을 걸 수 있게 되었다"며 "최대주주인 영풍은 앞으로도 전체 주주의 권익 보호와 가치 제고에 더욱 힘쓰겠다"고 밝혔다.

고려아연 측은 부결된 정관변경을 향후 재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개정을 추진한 정관은) 상장사협의회의 표준정관 문구를 차용한 방안이고 영풍도 그렇게 하고 있다"며 "부결될줄 알면서도 주총에 올린 것은 상법이나 상장사협의회에 맞춰 표준화하겠다는 것"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관을 변경하면 주주 지분의 희석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데 제3자배정 유상증자의 한도를 기존 100분의 40에서 절반인 100분의 20으로 줄이는 안을 다음 주총에 올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영풍은 고려아연의 사모펀드(PEF)를 통한 SM엔터 주식 투자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고려아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SM엔터 주식 400억9800만원어치(지분율 2%)를 보유하고 있다. 앞서 고려아연은 PEF인 원아시아파트너스가 조성한 하바나1호에 1016억원을 출자했다. 이 펀드가 청산되면서 SM엔터 지분을 현물로 취득한 것이다.   

영풍 측은 청산 과정에서 고려아연이 165억원의 투자손실을 입게 됐으며, 원아시아파트너스를 통해 투자한 다른 펀드에서도 수십억원 상당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저스티스 제1호, 탠저린 제1호 등의 청산 과정에서 한진그룹의 계열사인 정석시업 지분 12%, 여행플랫폼 업체인 타이드스퀘어 지분 22%도 떠안게 됐다는 주장이다.

고려아연에 2년 전부터 5000만원을 투자하고 있는 개인투자자 한 명은 기자를 만나 이사회의 배당과 정관변경 안건에 각각 반대표를 던졌다고 밝혔다. 이 주주는 "소액주주로서 안건에 반대했지만 이사회의 우호지분이 많아 승산이 없었던 것 같다"며 "사모펀드 투자도 회사가 손실을 확정지은 건 아니라지만, SM엔터테인먼트 등은 본업과 관련이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아직 해당 주식을 매각한 것도 아니고, 평가손실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박기덕 대표이사는 주총장을 빠져나오며 향후 영풍 측과의 경영권분쟁에 대응해 "시간을 두고 결정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올해 사업전망에 대해선 "전반적으로 회복할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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