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동해에 대량 석유·가스가 매장돼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탐사 결과를 공식 발표했다. 올 하반기 시추에 돌입해 사업성을 평가한 뒤 2035년부터 본격 가동할 방침이다. ▷관련기사: 尹 "포항 앞바다에 140억 배럴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6월 3일)
이에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정유, 화학, 가스 관련 주를 비롯해 시추를 담당할 건설, 조선 업종 주가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주가 급등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초기 조사 결과인 만큼 당장 기업 실적에 수혜를 기대하긴 이르다고 경고다.
'140억배럴 매장' 정부 발표에 상한가 행렬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후 12시 15분 기준 한국가스공사는 전날보다 14.86% 오른 4만4450원에 거래 중이다. 동양철관은 장 초반부터 29.98%까지 뛰며 상한가에 도달했다. 이밖에 한국석유(29.81%), 한국ANKOR유전(24.94%), 흥구석유(23.48%), 대성에너지(20.20%), 대동스틸(12.93%) 등 에너지 관련 업종이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이들은 연이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3일 증시에서도 한국가스공사는 가격제한폭(29.87%)까지 오른 3만87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이밖에 흥구석유, 한국석유, 대성에너지, 한국ANKOR유전, 동양철관 등이 전날 대비 30% 뛰며 상한가를 찍었다.
이는 정부의 동해 석유 가스 매장 및 시추 계획 승인 발표에 따른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정브리핑을 열고 "경북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서 막대한 양의 석유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물리 탐사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어 "최근 140억배럴에 달하는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결과가 나왔고, 유수 연구 기관과 전문가들의 검증도 거쳤다"고 말했다. 정부의 설명에 다르면 140억배럴 가운데 4분의 3이 가스, 4분의 1이 석유로 추정되며 이는 각각 29년, 4년간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정부 발표는 석유 가스개발의 초기단계인 물리탐사 결과를 바탕으로 나온 것으로 추정 매장량이다. 하반기 시추를 통해 실제 부존량을 확인한 후 2027년 착공, 2035년 상업운전에 착수할 계획이다.
시장이 들썩이자 증권가에서도 관련 리포트를 쏟아내고 있다. KB증권은 리포트를 통해 정유, 화학 업종의 수혜를 기대해볼만하다고 밝혔다. 전우제 KB증권 연구원은 "원유 수입 의존도 축소에 따른 협상 우위 선점으로 정제마진 방어가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화학기업은 가스 조달이 원활해지면서 설비를 고효율화할 수 있다고 봤다. 가스기업은 장기 LPG 내수 정책에 유리하게 작용해 수혜를 볼 것으로 내다봤으며, 특히 과거 동해-1,2 가스전 운영 당시 가스 유통을 맡았던 한국가스공사는 실제로 가스부존량이 확인될 경우 이익 증가가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시추 역할을 담당하게 될 건설, 조선주에도 관심이 쏠린다. IBK투자증권은 국내 건설사는 육상 원유 및 가스 처리시설 EPC를 수주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조정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해양 개발은 국내 건설사들의 주력 시장이 아니기 때문에 조선사와 역할을 나눠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확신하기 이른 시점" 투자 경고
다만 아직 기업 실적을 끌어올릴만한 단계는 아니라는 경고도 나온다. 정부의 발표가 개발 작업의 초기 단계에서 나온만큼 추가적인 확인이 필요하다 지적이다.
유재선 하나증권 연구원은 "매장 예상 자원은 가스 75%, 석유 25%로 각각 3.2~12.9억톤, 7.8억~42.2억배럴 가량 부존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되며 통상 최소치가 신뢰성이 높다"며 "아직 탐사 초기단계로 확신을 갖기에는 다소 이른 시점이기 때문에 추가적인 진행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전했다.
변용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실패 가능성이 높은 자원개발이라고 마냥 허황된 소리로 치부할 것만도 아니고, 올해 하반기부터 있을 시추공 작업 등의 진행 과정을 지켜 볼 일"이라면서도 "다만 장기적 관점이 요구되는 유전개발의 특성상 이로 인한 조선사의 과도한 단기 주가 급등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투자비용이 예상치를 뛰어넘을 가능성이 있어 경제성을 추정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 연구원은 "천해가 아닌 심해이기 때문에 비용 집행이 상당한 수준으로 이뤄질 수 있다"며 "생산까지 이어진다고 가정하는 경우 단가는 투자비와 직결되기 때문에 시추 횟수 및 비용 등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경원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발표된 자원량은 미국 액트지오사에 의뢰한 결과로 실제 매장량 즉, 회수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양과는 구별할 필요가 있다"며 "만약 사업이 시작되더라도 채굴 원가가 경제성 있을지도 불확실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석유공사가 개발을 주도하는 가운데 한국가스공사가 가스전 지분을 보유하게 될지, 민간 혹은 외국 자본도 개발에 참여할 수 있을지는 아직 불확실하다"며 "과도한 기대는 금물"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