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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고용안정' 수차례 강조한 영풍‧MBK, 약속 지킬까

  • 2025.01.16(목) 16:36

영풍‧MBK, 의결권 위임권유 서류에 '고용안정' 강조
'고용안정' 단어 10번 사용…사모펀드 비판 의식한 듯
과거 홈플러스‧ING생명 등 문제제기, MBK 적극 반박
고용안정 약속에도 고려아연 근로자들 '불안감' 느껴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고려아연영풍‧MBK파트너스 간의 경영권 분쟁 승기를 누가 가져갈지 확인할 수 있는 임시주주총회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현재 양측은 주주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 의결권 위임권유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이 과정에서 영풍‧MBK는 고려아연 주주들에게 자신들이 내세운 이사후보들이 고려아연 이사회에 진입해 경영권을 확보하더라도 고려아연 직원들의 '고용안정'을 지속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번 경영권 분쟁을 주도하고 있는 MBK는 사모펀드다. 차익실현 목적으로 기업 경영권에 손을 대는 과거 사모펀드들의 행태에 대한 불신감도 여전하다. 

아울러 과거 MBK가 인수했던 롯데카드, 홈플러스, ING생명 등이 인수 후 고용분쟁을 겪은 사례를 볼 때 MBK가 고려아연 경영권을 확보한 뒤에도 고용안정이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구심도 팽배한 상황이다. 고용안정 언급만 10번…부정여론 의식

영풍‧MBK가 이달 초 고려아연 주주들에게 보낸 의결권 위임권유 서류 및 주주행동주의 플랫폼 비사이드코리아에서 공개중인 자료를 보면, MBK는 고려아연 이사회 진입 이후에도 고려아연 직원들의 고용안정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강조한다.

고려아연 임시주총 의안분석 및 의견 자료에서 총 14명의 이사후보를 소개하며 사업전략 부문을 담당할 예정인 △김재섭 전 두산공작기계 대표 △손호상 경북대 교수 △정창화 전 포스코홀딩스 미래기술연구원장의 이사회 합류를 통해 고려아연 내의 작업환경 및 안정개선과 고용안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 고려아연의 ESG 및 거버넌스 부문을 담당할 후보로 △윤석헌 전 금융감독원장 △천준범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부회장 △김용진 서강대 교수 △홍익태 전 해양경비안전본부장을 제시하면서, 이들을 통해서도 조직문화를 개선하고 고용안정을 이어나갈 것을 강조했다. 

영풍‧MBK는 해당 자료에서 총 10번에 걸쳐 고용안정이라는 단어를 반복적으로 사용했다. 그만큼 영풍‧MBK가 사모펀드의 경영권 개입에 대한 세간의 부정적 인식을 의식하고 있는 것이다. 홈플러스‧ING 등 노사갈등 이어진 과거

다만 단지 사모펀드가 경영권 분쟁에 뛰어들었기 때문에 부정적인 시선이 쏟아지는 것은 아니다. 실제 과거 MBK가 다른 기업들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다수의 피인수 기업들이 고용불안정과 노사갈등을 겪었기 때문이다. 

롯데카드는 2019년 MBK에 인수된 후 임원수와 임원 평균 급여가 급격히 늘어났다. 반면 직원 평균 급여는 업계 최하위를 기록하면서 경영진만 이익을 독식하고 일반 직원들에겐 불평등한 대우를 한다는 비판이 일었다. 

2015년 MBK가 인수한 홈플러스도 잡음이 나오고 있다. MBK는 인수 후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실적이 부진한 점포를 정리하면서 직원들 스스로가 회사를 떠날 수밖에 없는 환경을 조성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해 6월 홈플러스 노조는 직원들의 생존권은 고려하지 않고 MBK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움직임만 있다고 비판했다. 

MBK는 2013년 ING생명을 인수하면서 10년 이상의 고용승계를 약속했지만 인수 후 5개월 만에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이에 대해 MBK는 의결권 위임권유 서류를 통해 개별 사례를 반박했다. 

홈플러스 사례에 대해 MBK는 "온라인, 오프라인 유통업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지만 비정규직 1만4000명의 정규직 전환을 통해 고용안정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ING생명에 대한 구조조정 역시 MBK 자신들이 한 일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MBK는 "ING생명의 희망퇴직은 MBK가 인수하기 전 네덜란드 ING그룹 시절부터 추진되어 온 것"이라고 말했다. 

MBK는 롯데카드 문제제기에 대해선 해명하지 않았다. 다만 김광일 MBK 부회장의 롯데카드 기타비상무이사 경험 및 김수진 사외이사 후보자의 롯데카드 사외이사 경험을 내세우면서 롯데카드의 내부통제 기능을 강화했다고 자신했다. 고려아연 직원들 "숨막히는 불안감"

영풍‧MBK는 주주들에게 고려아연 직원들의 고용안정을 약속하고 과거 인수했던 기업들의 노사갈등 문제도 해명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럼에도 고려아연 직원들은 사모펀드 MBK의 고려아연 경영권 확보 시도에 대한 불안감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사모펀드의 적대적 M&A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 참석한 문병국 고려아연 노동조합위원장은 "MBK와 영풍은 고용안정에 대해 걱정 말라고 하지만 근로자들은 매일 숨막히는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고 호소했다. 

아울러 고려아연이 16일 공개한 근로자(응답자 1010명)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고려아연 근로자 76%가 경영권 분쟁으로 불안과 스트레스가 더 커졌다고 응답했다. 

고려아연 근로자들은 'MBK의 적대적 M&A성공 시 미칠 가장 부정적인 영향'을 묻는 질문에 고용과 급여, 복지 등 근로조건 악화(18.6%)을 꼽았다. 이어 인력감축과 구조조정에 따른 노사대립도 커질 것이라는 응답(16.3%)도 다수를 차지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4개월 넘게 이어지는 경영권 분쟁으로 임직원들이 정신적‧신체적으로 매우 피폐해져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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