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ESG연구소가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 안건으로 올라온 집중투표제 도입에 찬성을 권고했다. 이로써 국내 3대 의결권자문사(한국ESG기준원·한국ESG연구소·서스틴베스트) 중 2곳이 집중투표제를 도입하는 것이 적합하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사 선임에서는 경영진이 추천한 후보 4명, 영풍·MBK측이 추천한 후보 3명에 찬성을 권고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을 필두로 현 고려아연 경영진이 경영활동을 이어가도록 하되, 이들을 견제할 수 있도록 영풍·MBK측 이사도 선임할 필요가 있다고 본 것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ESG연구소는 최근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 의안분석보고서를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전달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ESG연구소는 앞으로 고려아연 이사회 구성에 중대한 영향을 줄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정관변경 안건에 찬성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집중투표제가 도입되면 1주당 선임할 이사수 만큼 표를 줘 원하는 후보에게만 몰아줄 수 있다.
한국ESG연구소는 "고려아연의 집중투표제가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지만 경영권 분쟁상황에서 집중투표제 도입은 일반주주에게 캐스팅보트 역할을 부여할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일반주주 권익보호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설명했다. 현 경영진이 집중투표제를 경영권 유지를 위해 악용할 것이란 영풍·MBK 측 우려를 인지하고 있지만 긍정적인 효과가 더 크다고 본 것이다.
아울러 한국ESG연구소는 경영진이 제안한 이사 수 상한 설정 관련 정관변경 안건에 대해서도 찬성을 권고했다. 현재 경영진은 7명의 후보와 MBK 측은 14명의 후보으로 최대 21명의 신규 이사가 이사회에 진입하게 된다. 이 자문사는 "주주(영풍·MBK) 제안 안건이 무력화될 가능성이 있더라도 이사회가 적정 수로 구성돼 효율적이고 책임있는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것이 장기적 주주가치 제고에 부합한다"며 해당 안건이 가결되더라도 영풍·MBK측이 추천한 이사후보가 선임될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부연했다.
한국ESG연구소는 이사 선임에 관해 양측이 추천한 후보에게 고루 지지를 보냈다. 한국ESG연구소가 찬성을 권고한 후보는 △최재식 카이스트 교수 △제임스 앤드류 머피 올리버와이먼 선임 고문 △정다미 명지대 경영대학장 △이형규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등 경영진 측 후보 4명과 △강성두 ㈜영풍 사장 △변현철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등 영풍·MBK 측 후보 3명이다.
한국ESG연구소는 고려아연 경영진의 중장기 배당정책과 밸류업 로드맵 제시가 주주가치에 긍정적이라고 평가한 동시에 영풍·MBK측이 제기한 투자실패 사례와 일반공모 유상증자 사태 관련 논란이 이사회의 흠결이라고 봤다.
한국ESG연구소는 "고려아연 경영진의 그동안의 경영실적을 고려하고 기존에 수립된 주주친화적 정책을 경영안정성 측면에서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하되, 이를 예리하게 감독하고 견제할 수 있는 영풍·MBK측 이사후보들을 일부 선임할 것을 권고한다"고 전했다.
한편, 한국ESG연구소는 영풍·MBK측이 제안한 집행임원제도 도입과 이사회가 제안한 발행주식 액면분할·소수주주 보호 관련 정관 명문화·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배당기준일 변경·분기배당 도입 등 안건에 찬성을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