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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경영권분쟁 분수령 임시주총…오늘 국민연금 결정에 촉각

  • 2025.01.17(금) 06:30

수탁자책임위 열어 고려아연 임시주총 의결권 방향 결정
집중투표 안건 의결권 5% 보유…가결 여부 직간접 영향
한화계열도 10.7% 사용 가능…표결 내역 드러나는 상황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가 엿새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오늘(17일) 국민연금의 결정에 시장의 이목이 쏠린다. 국민연금은 오후 수탁자책임위원회(수책위) 열어 고려아연 임시주총 안건에 관한 주주권 행사 방향을 결정한다.

치열한 경영권 분쟁 속 '캐스팅보터'로 떠올랐던 국민연금의 존재감은 지분 일부 매도로 이전보다 약해진 상황이긴 하지만, 이번 주총의 핵심 안건인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정관변경에서는 여전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집중투표 도입 안건은 일반적인 표결과 다르게 주주별 의결권이 3%로 묶이는 '3%룰'로 진행한다. 비즈워치 분석 결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과 영풍·MBK파트너스가 각각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대로 결과를 얻으려면 양측 모두 의결권 10% 추가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최 회장 측과 영풍·MBK를 제외한 남은 의결권은 약 19%로 추정하는 가운데 5%를 사용할 수 있는 국민연금의 선택은 '캐스팅보터'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한편 최윤범 회장의 우군으로 분류해온 한화그룹 계열사들의 표심이 어떤방식으로든 드러날 것으로 보이는 점도 관심이다. 

고려아연 주요주주별 의결권 보유현황 추정

남은 의결권 19% 중 국민연금 5%...타 기관에도 영향

비즈워치가 고려아연 주주구성을 분석한 결과, 현재 고려아연 지분율(자사주·경원문화재단 제외한 의결권주식 기준)은 영풍·MBK 46.7%, 최윤범 회장 측 20.4%다.

의결권이 부족한 최윤범 회장은 일반적인 표결 방식, 즉 의결권을 모두 쓰는 방식으로는 다소 불리하다. 다만 1주당 선임할 이사의 수만큼 투표권을 주고, 표를 자유롭게 사용하는 집중투표를 실시하면 상황은 바뀐다.(아래 관련기사 참고)

▷관련기사: 한달 남은 고려아연 임시주총...최윤범 '노림수'와 MBK '경우의수'(2024년 12월 25일)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정관변경 안건은 3%룰(주주별 3% 초과분은 의결주식총수에서 제외) 방식으로 진행한다. 3%룰을 적용한다는 것은 3% 초과분을 '분모'에 해당하는 의결주식총수에서도 제외한다는 의미다. 이에따라 일반안건에 사용하는 의결권과 3%룰 적용시 사용 가능한 의결권 비율은 달라진다.

3%룰 적용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은 34.1%, 영풍‧MBK는 23.2%를 행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아울러 최윤범 회장 측 우호지분으로 분류해온 법인주주(한화계열, 현대차, LG화학 등)도 23.7%를 행사할 수 있다.

이를 감안하면 최 회장 측 57.8%, 영풍·MBK 23.2% 수준으로 파악된다. 집중투표제는 3%룰을 적용하는 동시에 특별결의(주총 참석주식의 3분의 2이상 찬성) 안건이다. 따라서 찬성을 위해 67%, 반대를 위해 33% 이상의 의결권이 각각 결집해야한다. 최 회장 측(찬성)과 영풍·MBK(반대) 모두 각자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기 위해서는 추가로 약 10% 의결권을 확보해야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3%룰 적용시 최윤범 회장 측과 영풍·MBK측을 제외한 나머지 주주(이하 3%룰 환산 기준)는 국민연금 5%, 국내외 기관 등 소수주주 14%가 남는다. 이들의 선택에 따라 크지 않은 차이로 결과가 나뉘는 상황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단일주주로 의결권 비중이 높은 국민연금의 판단은 17일 오후에 나온다. 경영권 분쟁이라는 첨예한 대립 상황에서 국민연금은 시장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날 수책위 결과를 오후 늦게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은 5% 의결권을 사용할 수 있는 만큼 그 자체로 집중투표 가결 여부에 상당한 영향을 동시에 아직 표심을 정하지 않는 다른 기관투자자에도 간접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 수책위는 기본적으로 집중투표제에 우호적이다. 수탁자책임 활동에 관한 지침에 따르면, 집중투표 배제를 반대하고, 도입(배제 조항 삭제)하는 안건에 찬성한다. 다만, 단서조항이 달려있다.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이러한 원칙을 따르지 않아도 된다. 

국민연금 이외에 14% 소수주주는 개인보다는 국내외 기관의 비중이 대부분이다. 특히 국내보다는 외국계 기관의 지분 비중이 상당한 것으로 파악된다. 뱅가드, 블랙록 등 외국계 펀드 지분과 노르웨이국부펀드,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CalPERS), 일본공적연금 등 해외 연기금을 합쳐 약 12%에 근접한 수준으로 추정된다.

외국계 표심은 글로벌 의결권자문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와 글래스루이스의 보고서를 참고해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시장지배력이 높은 ISS가 글래스루이스보다 해외기관투자자에 미치는 영향력이 높은 것으로 판단하는 가운데 ISS는 집중투표제 반대, 글래스루이스는 찬성하는 입장으로 엇갈린 상황이다. (아래 관련기사 참조)

▷관련기사: 의결권 자문사, 고려아연 주총 분석 마무리…표심 영향은 제각각(1월 16일)

외국계 개별주주 가운데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 캘퍼스(CalPERS)는 ISS 권고안대로 집중투표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캘퍼스는 지난해 고려아연 정기주총에서도 핵심 쟁점이었던 정관변경 안건에 반대하는 등 ISS와 대체로 일치하는 흐름을 보였다. 세계 최대 인덱스펀드 운용사 뱅가드의 방향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지난해 고려아연 정기주총에서 ISS와 같은 방향으로 의결권을 행사한 바 있다.

반면 약 1% 지분을 가진 것으로 추정되는 노르웨이국부펀드는 경영권분쟁의 상대방인 영풍에 대해 심각한 환경 오염을 유발할 수 있다는 위험을 이유로 투자목록 '블랙리스트'로 지정한 바 있다. 비록 이번에는 영풍이 아닌 고려아연 주총이지만 의결권 판단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다. 

국내 기관은 3대 의결권 자문사(한국ESG기준원, 한국ESG연구소, 서스틴베스트) 의견을 참고할 것으로 보인다. 집중투표 도입과 관련 ESG기준원은 반대, ESG연구소와 서스틴베스트는 찬성 의견을 내놨다.한화 계열사, 집중투표 표결에서 두 자릿수 의결권

한편 집중투표제 도입 관련 3%룰 적용시, 최윤범 회장 측(34.1%) 영풍·MBK(23.2%)를 제외한 주주 가운데 한화 계열사(10.7%)가 유일한 두 자릿수 의결권을 확보한 점도 눈길이 가는 대목이다.

▷관련기사: '집중투표 딜레마'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우군…영풍도 선택 기로(1월 13일)

일반적으로 의결권 내역을 사전·사후 공시하는 기관투자자를 제외한 일반 법인주주는 주총에서의 표결 방향이 알려지지 않는다. 이례적으로 의사를 밝히지 않는다면 비밀투표가 원칙인데 한화 계열사는 의도치 않게 예외적인 상황에 놓였다.

한화 계열사는 ㈜한화, 한화파워시스템글로벌(옛 한화H2에너지 USA), 한화임팩트 3개사가 지분을 분산해 갖고 있어 3%룰로 인한 의결권 손실이 적기 때문이다. 한화파워시스템글로벌만이 3%를 넘는 지분을 보유해 일부 의결권을 쓸 수 없고, ㈜한화와 한화임팩트는 의결권을 다 쓸 수 있다.

한화 계열사가 보유한 의결권 10.7%는 집중투표제 가결을 좌우할 순 없다. 다만 최윤범 회장 측과 영풍·MBK 모두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대로 결과를 얻으려면 의결권 10% 추가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고, 따라서 주총에서 집중투표 도입이 이뤄진다면 적어도 한화가 반대하진 않았음을 가늠케 한다. 

한화 계열사를 포함 현대차, LG화학 등 고려아연 지분을 가진 국내법인 주주들은 스스로는 집중투표를 배척하는 입장인데 고려아연 주총에서 도입에 찬성한다면 자신들의 주주들로부터 집중투표를 도입하라는 요구를 받는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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