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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결권 자문사, 고려아연 주총 분석 마무리…표심 영향은 제각각

  • 2025.01.16(목) 18:50

임시주총 핵심 안건 집중투표제 도입 찬성 3곳, 반대 2곳
이사선임은 MBK측 찬성 우세...이사수 상한 모두 찬성
외국계, ISS 비중 높아... 국내는 ESG기준원·연구소 영향
국민연금은 자문사 의견 참고만...수책위가 주주가치 판단

국내외 주요 의결권 자문사들이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 의안분석을 마무리한 가운데, 실제 주총 표결에서 어떤 영향력을 미칠지 시장의 이목이 집중된다. 

시장참여자들의 관심이 높은 이유는 경영권 분쟁의 당사자인 최윤범 회장, 영풍·MBK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중립적 입장의 국내외 기관투자자는 개별 기업 안건 분석에서 자문사 의견에 의존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의결권 자문사들은 이번 주총의 핵심안건인 집중투표제 도입과 이사 선임에 엇갈린 목소리를 냈다. 고려아연 주주구성 상 지분이 상당한 외국계는 상대적으로 ISS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한다. 국내는 한국ESG기준원과 한국ESG연구소를 이용하는 비율이 높다. 

의결권 기준 5%를 가지고 있는 국민연금의 표심은 단순히 자문사 의안분석만으로 예견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모든 자문사 의견을 참고할 뿐만 아니라, 자체적으로 주주권 행사를 결정하는 수탁자책임위원회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외 메이저 자문사가 바라본 고려아연 주총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 글래스루이스와 국내 3대 의결권 자문사 한국ESG기준원, 한국ESG연구소, 서스틴베스트는 오는 23일 열리는 고려아연 임시주총 안건에 대한 의안분석 보고서를 기관투자자에게 배포했다. 초미의 관심을 모으는 주총인 만큼 이들의 안건분석 내용은 모두 명확하게 알려졌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는 12명(최윤범 회장 측 11명, 영풍 1명)인데, 추가로 어느 쪽 후보가 몇 명이나 진입할지가 이번 주총의 승패를 가른다. 이에 따라 시장이 주목하는 건 △집중투표제 도입(특별결의, 3%룰) △이사 수 상한 설정(특별결의) △이사 선임(보통결의) 3가지 안건이다. 다만 이사수 상한 설정을 위한 정관변경은 의결권 자문사 의견이 모두 '찬성'으로 일치하지만 실제 표결 결과에 영향을 미치진 않는다. 이 안건을 반대한다고 밝힌 영풍·MBK가 이미 특별결의 부결 정족수(33%)를 넘어서기 때문이다.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정관변경 안건에 대해선 글래스루이스와 한국ESG연구소, 서스틴베스트가 찬성을 권고했다. 집중투표제는 이사회 구성원을 선출하는 방식으로 1주당 선임할 이사수 만큼 표를 줘 원하는 후보에게만 몰아줄 수 있는 방법이다. 이 방법으로 이사를 뽑으면 이사회를 경영진이나 대주주에 우호적인 인물로만 구성하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에 소수주주의 권한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반면 ISS와 한국ESG기준원은 반대를 권고했다. 집중투표제가 대표적인 소수주주 보호장치인 것은 맞지만, 현재 경영권 분쟁상황과 지분구조를 고려했을 때 오히려 소수주주의 영향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봤다.

이사 선임에서는 양측 가운데 한쪽으로만 표를 몰아주는 방식이 대다수였다. 글래스루이스는 유일하게 경영진 측 후보에만 표를 집중할 것을 권고했다. 반면 ISS와 한국ESG기준원, 서스틴베스트는 영풍·MBK측 후보에만 찬성을 추천했다. 

ISS와 한국ESG기준원, 서스틴베스트는 그간 고려아연의 경영 및 투자실적과 주주환원을 고려해 성적을 매긴 결과, 이사회의 견제 기능을 더 키울 필요가 있다는 것에 주목했다. 특히 한국ESG기준원은 지난해 10월 고려아연 유상증자 추진 사태를 언급하면서 "고려아연 경영진에 대한 검찰 수사와 형사 고소가 진행되는 등 상당한 법적 리스크가 발생하면서, 이사회 독립성 확보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반면에 글래스루이스는 비판을 받은 유상증자 계획을 곧바로 철회하고 여러 가지 지배구조 개혁안을 내놨다는 점에서 현 경영진에 가산점을 줬다. 그러면서 분쟁의 상대방인 영풍과 다른 일반주주들 간 이해관계 일치 여부에 의문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ESG연구소는 유일하게 이사 선임에서 양측에 고루 지지를 보냈는데, 경영진 후보 4명 그리고 영풍·MBK 측 후보 3명에게 찬성을 권했다. 최윤범 회장 등 현 경영진이 기존 정책을 계속해서 수행할 수 있게하되, 이를 감독할 인원을 둘 필요도 있다는 의견이다. 

고려아연 임시주총, 주요주주별 의결권 보유현황 추정

외국계 ISS 입김 상대적으로 커…국민연금은 의안분석 참고만

통상 자문사들의 의안분석은 양측 중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중립적 기관투자자들에게 상당한 영향을 준다. 주총에서 표를 행사하는 주체는 주주 즉, 투자자다.

표가 분산된 개인투자자 보다는 큰 덩이의 지분을 쥐고 있는 기관투자자들의 입김이 센 편이다. 기관투자자는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해 자체 기준으로 표를 던지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수많은 기업의 주총 안건을 단시간 안에 분석하기 어려운 현실 때문에 의결권 자문사 의견을 참고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만 주요 의결권 자문사가 모두 똑같은 영향력을 행사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단 캐스팅보트인 소수주주 지분 가운데 외국계 지분 비중이 높다는 점이 변수다.

비즈워치가 고려아연 주주구성을 분석한 결과,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정관변경 안건에 적용될 3%룰(주주 1명당 최대 3%만 사용, 초과지분은 의결주식총수에서 제외하는 방식) 감안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은 34.1%, 영풍‧MBK는 23.2%를 행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어 한화계열 3사 10.7%, 현대차 5%, 국민연금 5% 등으로 추정된다. 

3%룰 적용시 최윤범 회장 측(우호지분 포함)과 영풍·MBK 측, 국민연금을 제외한 소수주주의 지분율은 14%로 추정된다. 여기에 외국계 연기금 및 기관투자자 약 12%, 국내 주주 약 2% 수준으로 보인다.

외국계 기관은 주로 ISS나 글래스루이스를 참고하는데, ISS의 영향력이 70%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2018년 자본시장연구원이 미국자본형성협의회(ACCF) 통계를 인용해 발표한 바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전세계 최대 기관투자자인 블랙록이 주총에서 찬성한 의안 중 87.9%가 ISS가 찬성을 추천한 건이다. 아울러 반대의안 중 69.2%는 ISS가 반대를 권고한 안건이다.

국내 기관투자자들은 한국ESG기준원이나 한국ESG연구소 자료를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의결권 자문시장 초창기에 뛰어든 한국거래소 산하 사단법인인 한국ESG기준원의 시장 점유율이 높았으나, 최근 들어 한국ESG연구소의 점유율도 빠르게 치솟으면서 양측의 의안분석을 모두 참고하는 운용사가 늘고 있다.

5% 의결권을 갖고있는 국민연금은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의 의견을 다양하게 참고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다만, 국민연금은 수탁자책임위원회(수책위)를 통해 자체적으로 주주권 행사 방향을 결정하기로 한 만큼 일반 기관투자자들과 달리 자문사 의안분석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일례로 ISS와 글래스루이스가 지난해 삼성물산 정기 주총에서 행동주의펀드 연합이 낸 배당 안건에 대해 찬성 의견을 냈지만, 국민연금 수책위는 삼성물산 경영진의 배당안건에 찬성했다.  

다만, 주주가치 제고를 최우선시한다는 점은 의결권 자문사들과 동일하다.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활동에 관한 지침에 따르면 이사회 안과 주주제안이 경합하는 경우 기업의 장기적인 주주가치 제고에 더 부합하는 안건에 찬성하도록 되어있다. 국민연금은 17일 오후 고려아연 임시주총 관련, 의결권 방향을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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