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3대 의결권자문사(한국ESG기준원·한국ESG연구소·서스틴베스트) 중 한 곳인 한국ESG기준원이 고려아연이 임시주주총회 안건으로 제시한 집중투표제에 대해 반대를 권고했다. 한국ESG기준원은 오랫동안 집중투표제를 배제해 놓고 경영권 분쟁 상황인 지금 제도를 도입한다는 것은 경영권 방어수단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한국ESG기준원은 고려아연이 제시한 이사후보 7명에 대해 전원 반대의견을 권고했다. 반면 영풍‧MBK파트너스 측이 제시한 이사후보 14명 중 7명에 대해서는 찬성을 권고했다.
한국ESG기준원은 지난 14일 기관투자자들에게 오는 23일 열리는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에서 다뤄질 안건에 대한 의안분석보고서를 발송했다.
보고서 내용에 따르면 한국ESG기준원은 이번 임시주총에서 가장 핵심 안건으로 여겨지는 집중투표제 도입 안건에 대해 반대를 권고했다.
한국ESG기준원은 "장기간 정관 내 집중투표제를 배제해 온 회사가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해당 제도를 도입한다는 점은 상당히 이례적"이라며 "이는 경영권 방어수단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즉 오랫동안 집중투표제를 도입하지 않은 고려아연이 갑자기 경영권 분쟁상황이 되자 집중투표제를 도입하겠다는 것은 이를 경영권 방어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ESG기준원은 "이번에 집중투표제를 도입한다는 것은 본래 목적인 소수주주권 보호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반대를 권고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대주주 및 이에 버금가는 2대주주에 소유구조가 집중된 상황에서 집중투표제를 도입하면 오히려 소수주주권이 제한되는 결과를 맞이할 수 있다"며 "집중투표제 도입취지 및 목저과 더불어 고려아연 지분구조에 따른 집중투표제의 실효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해당 조항의 변경 필요성 및 타당성이 현 시점에서 충분하지 않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한국ESG기준원은 고려아연이 제시한 7명의 이사후보에 대해서도 반대를 권고했다. 반면 영풍‧MBK가 제시한 14명 이사후보 중 7명에는 찬성을 권고했다.
영풍‧MBK가 후보로 올린 일부 이사후보에 대해 찬성을 권고한 이유에 대해 한국ESG기준원은 "일반공모유상증자 사태로 인해 고려아연 경영진에 대한 검찰 수사와 형사 고소가 진행되는 등 상당한 법적 리스크가 발생했다"며 "기존 경영진으로부터 이사회 독립성 확보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한국ESG기준원은 M&A 및 재무회계, 법률 및 리스크관리, ESG등의 분야에서 고려아연의 기업가치 제고가 필요하다고 보고 해당 분야의 전문성을 가진 이사후보 7명에 찬성을 권고했다.
결과적으로 국내 3대 의결권 자문사 중에선 유일하게 한국ESG기준원만이 고려아연이 제시한 집중투표제에 대해 반대를 권고한 셈이다. 앞서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도 고려아연의 집중투표제 도입에 반대를 권고했다.
반면 한국ESG연구소와 서스틴베스트는 고려아연 집중투표제에 찬성을 권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