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외국인 통합계좌를 통한 투자 대상을 주식에서 ETF(상장지수펀드)까지 확대한다. 올해 들어 통합계좌 거래가 본격화한 만큼 해외 개인투자자의 한국 증시 접근성을 높여 외국인 자금 유입 기반을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코스피가 1년 만에 3배 가까이 오르는 등 국내 증시 체력이 커진 만큼, 금융위는 외국인 투자자 접근성 제고와 코스닥 시장 개편 등 자본시장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외국인 통합계좌에 ETF 허용 추진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21일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해외 개인투자자들이 한국 주식을 사고 싶다는 러브콜을 많이 보내고 있는데, 실제로 이를 담을 장치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부분이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외국인 통합계좌는 해외 증권사가 자기 명의로 국내에 계좌를 개설한 뒤 여러 외국인 투자자의 주문을 모아 국내 주식을 거래하는 제도다. 외국인 투자자가 투자자별로 국내 계좌를 따로 만들지 않아도 자신이 이용하던 해외 증권사를 통해 한국 주식을 사고팔 수 있도록 한 장치다.
제도 자체는 2017년 도입했지만 그동안 활용도는 높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해외 증권사가 국내에 통합계좌를 개설하고 고객 주문을 처리할 수 있는 구조는 마련됐어도 계좌 개설 주체 제한과 보고 의무 등 절차가 복잡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들어 분위기가 달라졌다. 정부가 1월부터 계좌 개설 주체 제한을 완화하고 보고 부담을 낮추면서 통합계좌 거래가 본격적으로 늘기 시작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15일까지 통합계좌 누적 거래대금은 5조8000억원, 순매수 규모는 2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통합계좌를 통한 거래 대상이 주식으로 제한돼 있다는 점은 한계로 꼽혀 왔다. 해외 개인투자자가 지수형·테마형 상품을 통해 특정 국가 시장에 접근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ETF 거래 제한은 제도의 쓰임새를 낮추는 요인이라는 지적이다. 금융위가 ETF 거래 허용을 추진하는 것도 이 같은 제도적 빈틈을 보완하기 위한 조치다.
이 위원장은 "통합계좌를 통해 기관투자자뿐 아니라 해외 개인투자자도 국내에 투자할 수 있는데 지금은 대상이 주식에 한정돼 있어 이를 ETF까지 확대하고자 한다"며 "조만간 규정 변경을 예고할 예정이지만 제도 개정에 시간이 걸리면 준비된 곳에 대해서는 비조치의견서를 통해 빠르게 시행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한국 자본시장을 해외에 알리는 국제 행사도 추진한다. 금융위는 오는 9월 '코리아 프리미엄 위크'를 열 계획이다. 일본의 '재팬 위크', 대만의 '타이완 위크'처럼 한국 자본시장을 대표하는 국제 투자설명회(IR) 행사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이에 대해 이 위원장은 "분산·중복된 행사를 체계적으로 통합 조정해 한국 자본시장 하면 떠오르는 대표 국제행사로 마련하겠다"며 "4분기에는 글로벌 유망기업의 코스닥 상장 유치를 위한 해외 IR도 병행할 예정"이라고 부연했다.중복상장 가이드라인 임박...체질 개선 지속
금융위가 외국인 투자자 접근성에 힘을 싣는 배경에는 최근 국내 증시의 빠른 변화가 있다. 지난해 6월 2일 2698.97이던 코스피 지수는 이달 14일 7981.41까지 오르며 195.7%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코스닥·코넥스 합산 시가총액은 2597조원에서 7204조원으로 늘었고, 시가총액 규모도 세계 13위에서 7위권으로 올라섰다.
이 같은 흐름을 이어가기 위해 금융위는 자본시장 체질 개선을 지속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주가조작·분식회계 근절을 통한 시장 신뢰 회복, 중복상장 원칙 금지 등 주주보호 강화, 코스닥 시장 개편을 통한 혁신기업 성장 기반 마련이 주요 과제다.
먼저 중복상장 원칙 금지 제도는 7월 시행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금융위는 이달 중 두 차례 세미나를 열어 이해관계자 의견을 듣고,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 세부 규정과 가이드라인 초안을 공개할 예정이다.
금융위는 중복상장 금지 원칙과 관련해 특정 산업을 일괄적으로 예외로 두는 방식에는 신중한 입장이다. 미래첨단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중복상장을 허용하기보다는 이사회가 주주보호 의무를 충분히 이행했는지 따져볼 수 있는 절차와 판단기준을 마련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이 위원장은 "이사회의 주주보호, 의무 구체화, 주주보호 노력 충분성에 대한 판단기준 설정 등을 통해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절차와 기준 위주로 가야 한다고 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코스닥 시장 개편을 위해 추진하는 '코스닥 승강제'도 세부 기준 마련을 위한 의견수렴을 이어갈 계획이다. 정부는 혁신기업 성장을 위해 코스닥 시장을 프리미엄·스탠더드 등으로 나누고 요건에 따라 기업이 오르내리는 승강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코스닥이 혁신성과 성장성을 갖춘 기업을 위한 시장이라는 점에서 단순 시가총액이나 실적 기준으로 시장을 나눌 경우 반발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위원장은 "코스닥은 다 함께 섞여 있어 차별성이 떨어지고 코스닥 전체의 발전을 가로막는다는 지적이 많다"며 "승강제를 통해 올라가면서 혁신과 기회, 시장 신뢰를 만들 수 있어 긍정적인 측면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프리미엄과 스탠더드를 어떻게 구분할지는 시간을 갖고 충분히 논의하고 의견수렴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오는 27일 상장을 앞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과 관련해서는 투자자 보호 장치를 강조했다. 금융위는 해당 상품이 ETF로 오인되지 않도록 명칭에서 ETF를 제외하고 일반 레버리지 상품보다 강화된 교육과 예치금 요건을 적용하기로 했다. 또 시가총액, 거래량, 적격투자등급, 파생상품 거래량 등을 기준으로 기초자산을 제한해 상품 거래가 기초자산 가격을 흔드는 '왝더독(Wag the Dog)' 현상을 막겠다는 방침이다.
이 위원장은 "ETF 하면 분산과 안정성 이미지가 있는데 이 상품은 그게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기 위해 이름도 명확하게 했다"며 "실제 시장에 나올 때 효과를 면밀히 보겠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