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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주주 동의 없는 주식교환 괜찮나…신세계푸드 사례가 던진 질문

  • 2026.06.04(목) 17:40

지배주주 영향력 큰 한국 기업집단…일반주주 보호 취약 지적
근거 불명확 이유로 MOM 제외…법무부 가이드라인 역효과

/사진=AI 생성 이미지

대주주와 일반주주의 이해가 엇갈리는 합병이나 주식교환에서는 대주주 표를 제외하고 일반주주의 의견을 별도로 물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마트와 신세계푸드의 포괄적 주식교환을 둘러싼 교환가 논란을 계기로 MOM(Majority of Minority·소수주주 다수결)을 제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한국서 MOM 논의가 필요한 이유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4일 한국경제인협회 컨퍼런스센터에서 '이해상충 거래에 소수주주 다수결(MOM) 도입 검토'를 주제로 52차 세미나를 열었다. MOM은 합병이나 포괄적 주식교환처럼 대주주와 일반주주의 이해관계가 엇갈릴 수 있는 거래에서 쓰이는 제도다. 거래 안건을 의결할 때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표는 제외하고, 나머지 일반주주들의 표만 따로 계산해 과반의 찬성을 얻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날 전문가들은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 특성상 MOM 논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임성윤 달튼코리아 대표는 국내 기업집단의 피라미드형 구조를 문제로 짚었다. 창업자 가문이 지주회사 지분 30% 안팎을 보유하고, 지주회사가 다시 자회사와 손자회사 지분을 보유하는 방식이다. 상당수 계열사가 상장돼 있어 각 회사에는 일반주주도 존재한다.

임 대표는 "각 계열사에 일반주주가 존재하더라도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서는 결국 지배주주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며 "특히 계열사 간 거래나 합병 과정에서는 일반주주의 이해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4일 한국경제인협회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이해상충 거래에 소수주주 다수결 도입 검토' 세미나에서 임성윤 달튼코리아 대표가 발표하고 있다./사진=백유진 기자 byj@

실제 국가별 대형 상장사 가운데 가족기업 비중은 한국이 압도적으로 높다. 창업자와 특수관계자, 이들이 보유한 법인의 지분을 합쳐 20% 이상인 기업을 가족기업으로 분류하면 한국은 73%에 달한다. 미국은 6%, 유럽은 14%, 일본은 4% 수준이다.

이사회와 특별위원회가 이해상충 거래를 충분히 견제할 수 있는지도 쟁점이다. 사외이사 중심의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MOM을 적용하더라도 일반주주의 범위를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제도의 실효성이 달라질 수 있다.

임 대표는 토요타가 토요타인더스트리즈를 공개매수해 상장폐지하는 과정에서 MOM을 도입한 사례를 들었다. 토요타 측은 토요타자동차(TMC)와 도요다 아키오 회장, 토요타부동산만 이해관계인으로 분류했다. 이들의 지분을 제외한 나머지 주주의 동의를 받으면 MOM 요건을 충족하는 구조였다.

하지만 토요타그룹 계열사인 아이신과 덴소, 토요타통상은 일반주주로 분류됐다. 이에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는 계열사를 일반주주로 포함한 산정 방식은 부당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임 대표는 "MOM을 도입했다고 해서 무조건 공정한 거래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특별위원회가 과연 독립적으로 운영될 수 있느냐는 의문도 남는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보완하려면 이해관계가 있는 주주의 범위를 엄격하게 정하고 실질적으로 독립된 일반주주의 동의를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도 "이사회의 역할이 제한적이고 많은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면 결국 주주총회에서 주주 권리를 제대로 행사하고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이사회 권한이 비대한 측면이 있고 상위 200대 기업의 93%에 지배주주가 존재하는 구조라 주주총회에서 MOM을 통해 일반주주 권리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법무부 가이드라인이 되레 걸림돌?

다만 MOM 도입에는 법적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 현행 상법에는 일반주주 표를 별도로 집계하는 MOM 절차가 명확히 규정돼 있지 않다. 최근 법무부도 '기업 조직개편 시 이사의 행위규범 가이드라인'에서 MOM을 일반적인 공정성 강화 조치로 권고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일부 주주에게 지분보다 큰 영향력을 줄 수 있고 의결 절차상 혼선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다.

4일 한국경제인협회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이해상충 거래에 소수주주 다수결 도입 검토' 세미나에서 심혜섭 변호사가 발표하고 있다./사진=백유진 기자 byj@

심혜섭 변호사는 이 같은 법무부 가이드라인이 기업들이 MOM을 적용하지 않는 근거로 활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표 사례가 이마트와 신세계푸드의 포괄적 주식교환이다. 최근 신세계푸드 특별위원회는 주주 측이 제안한 MOM 표결 방안에 대해 "주주총회에서 소수주주만 의결권을 행사해 결의할 상법상 근거가 없어 실현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법무부 가이드라인이 지적한 법적 불확실성을 그대로 적용한 셈이다.

심 변호사는 이 같은 해석이 MOM의 취지를 잘못 이해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MOM은 모든 안건에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절차가 아니다. 지배주주와 일반주주의 이해가 충돌하는 거래에 한해 일반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라는 설명이다. 지배주주의 의결권을 박탈하거나 소수주주만 참여하는 별도 주주총회를 여는 제도도 아니다. 기존 주주총회에서 지배주주도 정상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한 뒤 일반주주의 표만 따로 집계하면 된다는 설명이다.

심 변호사는 "미국에서도 지배주주는 정상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하고 찬성표를 던진다"며 "그런 다음 일반주주의 표를 별도로 세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법과 판례가 없는 상황에서 법무부 가이드라인이 가장 권위 있는 해석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며 "신세계푸드 사례처럼 MOM을 적용하지 않는 핑계로 사용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순석 전남대학교 교수도 법무부 가이드라인이 실제 현장에서 MOM 도입을 막는 근거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법무부 가이드라인과 한국상장회사협의회 가이드라인을 비교한 결과 MOM의 문제점을 설명한 내용이 상당 부분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충분한 실증 근거 없이 기존 가이드라인의 논리를 반복한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다.

특히 김 교수는 신세계푸드 사례에서 MOM 부재에 따른 부담을 금융감독원이 떠안고 있다고 봤다. 일반주주 의견을 사전에 확인할 절차가 마련돼 있었다면 주식교환 안건을 주주총회에 올려 판단을 받을 수 있었지만 제도적 공백이 남아 있어 금감원이 증권신고서 심사를 통해 공정성 문제를 반복적으로 살펴보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MOM 같은 제도가 있었다면 안건을 상정해 미리 주주 의견을 반영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지금은 금융감독원이 게이트키퍼로서 제도적 공백을 메우고 있는 구조이지만 금감원의 인력과 자원에도 한계가 있는데 언제까지 이런 역할을 계속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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