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합병·주식교환 등 상장사의 조직개편 공시심사를 강화하면서 기업들의 대응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교환비율 산식과 이사회 결의 내용을 중심으로 공시가 이뤄졌다면 최근에는 특별위원회 운영 내용, 외부자문 검토 과정, 주주 소통 절차, 반대주주 보호 방안까지 구체적으로 담는 흐름이다. ▷관련기사: [단독]"검토했다"만으론 부족…금감원, 합병·주식교환 공시 손본다(5월 14일)합병·주식교환 공시 문턱 높아졌다
금감원 심사의 기본 틀은 법무부가 지난 2월 발표한 '기업 조직개편 시 이사의 행위규범 가이드라인'이다. 금감원은 합병·포괄적 주식교환 등 주주 간 이해가 엇갈릴 수 있는 거래에서 기업이 가이드라인에 담긴 절차를 충실히 이행했는지를 중점적으로 보고 있다. 특별위원회 설치 유무뿐 아니라 실제 어떤 내용을 논의했는지, 주주 의견을 어느 단계에서 어떻게 들었는지까지 확인하는 방식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상법이 개정됐고 법무부도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는데 심사 단계에서 이를 보지 않고 그대로 통과시킬 수는 없다"며 "첫 사례부터 꼼꼼하게 살펴야 이후 심사 기준도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법무부 가이드라인 발표 이후 금감원이 처음으로 심사한 조직개편 증권신고서는 이마트와 신세계푸드의 포괄적 주식교환 건이다. 이마트는 신세계푸드를 완전자회사로 편입해 상장폐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금감원은 이마트가 제출한 증권신고서와 신세계푸드의 주요사항보고서를 심사하면서 일반주주 보호 절차와 판단 근거를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이마트와 신세계푸드는 정정요구 이후 공시 내용을 보강했다.
신세계푸드는 지난달 21일 정정 주요사항보고서에 금감원의 정정제출 요구와 두 차례 주주간담회 결과를 반영했다. 지난 4월 24일과 5월 7일 주주간담회를 연 뒤 5월 8일 이사회 결의로 특별위원회를 다시 설치했다. 특별위원회가 주주간담회에서 나온 소수주주 요구사항을 어떤 방식으로 검토했는지도 공시에 담았다.
주주 측이 제시한 방안은 MoM(소수주주 다수결) 표결 도입, 교환비율 변경, 자기주식 매입·소각, 공개매수 가격을 높인 2차 공개매수, 반대주주 주식매수청구권 가격 인상 등이었다.
신세계푸드는 이 가운데 주식매수청구권 가격 인상을 택했다. 주식교환에 반대하는 주주가 회사에 주식을 팔 수 있는 매수예정가격을 기존 4만8876원에서 6만3348원으로 높였다. 기존보다 29.6% 높은 수준이다. 공개매수 직전 영업일 종가인 4만100원과 비교하면 약 58% 높다.
특별위원회는 당초 기준시가에 10%를 할증한 5만3602원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이사회는 여기에 추가 할증을 적용해 기준시가 대비 30% 높은 6만3348원을 최종 가격으로 정했다. 일부 주주가 청산가치를 기준으로 가격을 높여야 한다고 요구한 점과 공개매수 참여 주주와의 형평성, 회사의 현금 보유 규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는 설명이다.우리금융도 정정요구…휴온스까지 번질까
우리금융지주와 동양생명도 금감원의 정정요구를 받았다. 우리금융은 동양생명 1주당 우리금융 보통주 0.2521056주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동양생명을 완전자회사로 편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달 26일 우리금융에 주식의 포괄적 교환·이전 관련 정정 증권신고서 제출을 요구했다. 동양생명에도 주요사항 정정공시를 요구했다. 주식교환 목적과 특별위원회 구성·운영 내용, 투자자 보호 관련 설명 등을 보다 구체적으로 기재하라는 취지로 알려졌다.
당초 우리금융은 오는 7월 24일 주식교환 승인을 위한 이사회를 열 계획이었다. 동양생명도 같은 날 주주총회를 개최할 예정이었다. 이후 8월 31일 동양생명 상장폐지를 마무리한다는 구상이지만 정정요구가 나오면서 일정에도 변수가 생겼다.
쟁점은 교환비율이다. 동양생명 소액주주들은 교환비율 산정 과정에서 동양생명의 기업가치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외부 평가기관 검토가 충분했는지를 두고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우리금융은 이사회와 실적발표 콘퍼런스콜, 국내외 투자자 기업설명회, 주주간담회 등을 통해 주식교환 목적과 기대효과를 설명해왔다는 입장이다. 다만 금감원의 정정요구가 나온 만큼 특별위원회가 실제 어떤 내용을 검토했는지와 주주 보호 방안을 어떻게 마련했는지를 신고서에 더 구체적으로 담을 것으로 보인다.
향후 휴온스 등 다른 조직개편 거래에서도 같은 기준이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휴온스그룹은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상장사 간 합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어느 회사를 합병 대상으로 정할지를 두고 주주 이해관계가 엇갈릴 수 있는 구조다.
합병 상대를 어디로 정할지는 원칙적으로 기업의 경영판단 영역이다. 다만 합병을 결정한 이후 각 회사 이사회가 주주 충실의무를 다했는지, 주주 의견을 어떤 방식으로 듣고 반영했는지는 공시심사 과정에서 확인 대상이 될 수 있다.
"기업별 보완엔 한계"…공시서식 개정 추진
조직개편 거래를 둘러싼 공시 기준과 주주 보호 요구가 강화되면서 금감원의 기업별 보완 요구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다만 기업별로 같은 내용을 반복해 보완하도록 요구하는 방식에는 한계가 있다. 금감원이 공시서식 개정을 추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금감원은 특별위원회 구성과 운영 내용, 외부자문 검토 과정, 주주 소통 절차 등을 조직개편 공시서식에 구체적으로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서식이 마련되면 기업도 합병이나 주식교환을 추진하는 단계부터 필요한 내용을 사전에 준비할 수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회사마다 필요한 내용을 하나씩 설명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제도 시행 초기라 기본적인 내용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사례가 있어 공시서식 개정을 서두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서식 개정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공시서식에 반영되면 기업이 따라야 하는 의무사항이 되는 만큼 법무부와 협의해 가이드라인의 취지와 맞는지 확인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공시서식 개정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도 남아 있다. 신세계푸드 사례에서 제기된 MoM(소수주주 다수결) 도입 요구가 대표적이다. 신세계푸드는 현행 상법상 소수주주만 의결권을 행사하도록 할 근거가 없어 적용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만 합병·주식교환처럼 주주 간 이해가 엇갈릴 수 있는 거래에서 일반주주 의견을 어느 단계까지 반영할지는 향후 조직개편 논의에서도 반복적으로 다뤄질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