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지난 16일 발표한 정책의 제목은 '주식시장 변동성 대책'이 아니라 '단일종목 레버리지 보완방안'이다. 보완이란 무언가 보충해서 완성도를 높이는 것인데, 정부는 시장 전반의 변동성 보다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규모의 급속한 확대가 보완의 대상이라고 밝혔다.
문제 인식의 출발이 단일종목 레버리지 거래규모의 급속한 확대였으니, 보완의 방향도 거래 규모를 줄이겠다는 것에 맞췄다. 다른 말로 '수요안정'이란 표현도 했다. 정부가 생각하는 수요안정의 기준은 현재 10~13조원 수준의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거래 규모를 3분의 1 수준(4~5조원)으로 떨어뜨리겠다는 것이다.
이미 존재하는 상품의 개수를 강제로 줄이거나(상장폐지), 거래를 일시적으로 못하게 하는 등 극단적 방안은 꺼내 들지 않았다. 대신 투자자들의 거래를 좀 더 불편하게 만들어서 거래 규모를 줄이겠다는 방식을 선택했다.
그것이 개인투자자의 기본예탁금을 1000만원(현금+주식)에서 3000만원(현금)으로 높이겠다는 구상으로 나타났다. 예탁금 상향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시장에서 37% 수준의 거래비중을 차지하는 개인만 해당하고, 나머지 60%가 넘는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는 대상이 아니다. 개인 중에서도 전문투자자로 분류하는 이들은 제외다.
따라서 이번 정부의 보완방안은 일반적인 평범한 개인들에게 초점을 맞춘 '진입장벽 높이기'로 요약할 수 있다.
일단 급한대로 당장 겉으로 드러나는 상처가 큰 부분, 손 대기 쉬운 것부터 처방하고, 그 다음 경과를 보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이번 방안을 내놓으면서 얘기하지 않은 몇가지를 짚어봤다. ①현금 더 채워넣어라...그런데 이자는 더 못준다
앞으로는 현금 3000만원을 상시적으로 주식계좌에 유지하고 있어야 단일종목 레버리지 거래가 가능하다.
그런데 주식계좌에 돈을 넣어두면 이자를 1% 밖에 못 받는다. 증권사가 책정한 이자율(예탁금이용료율)이 매우 낮다. 심지어 1% 이하, 제로금리에 가까운 곳도 있다.
정부는 레버리지 ETF를 신규 거래하려면 현금을 더 채워야한다면서도 이 부분을 언급하지 않았다. 만약 정부 의도대로 단일종목 레버리지 거래가 줄지 않고 예탁금만 늘어난다면 증권사 이자장사만 키워주는 셈이다.
물론 민간회사가 자율적으로 정하는 예탁금이용료율을 정부가 직접 통제하기는 어렵지만, 의지만 있다면 간접적 압박 방법은 얼마든지 많다. 그럼에도 정부는 진입장벽 높이기에만 집중한 나머지 강제로 묶어둬야하는 현금은 신경쓰지 않았다.
의도한 방치로 보인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증권계좌에 6000만원이 있는 사람이 앞으로 삼성전자 2배 레버리지에 투자하려면, 3000만원을 현금으로 유지하고, 나머지 3000만원으로 레버리지를 살 수 있다. 반면 같은 자산으로 삼성전자 보통주를 산다면 굳이 현금잔액을 유지할 필요없이 6000만원 모두 투자할 수 있다.
3000만원으로 2배(레버리지) 수익을 추구하는 것과 6000만원으로 1배(보통주) 수익을 추구하는 것의 이론적 결과는 같다.
따라서 사실상 계좌에 6000만원 또는 그 이하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투자자라면, 앞으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로 얻을 금전적 실익이 없어 보인다.
정부가 3000만원을 채워놓으라면서도 이자율을 방치한 것은 단순한 제도적 미비가 아니라 이러한 '현금 족쇄' 효과를 위한, 즉 실제 체감 장벽을 더 높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의 함정을 숨겨둔 느낌이다. ②거래 줄면 성공? 섣부른 제도였다는 방증
실질적인 진입장벽 6000만원으로 인해 앞으로 개인투자자의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거래는 지금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다만 거래대금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외국인과 기관은 당장 영향이 없다. 그럼 정부의 목표인 단일종목 레버리지 거래 규모 줄이기는 성공할까.
한 시장전문가는 "개인 거래가 줄어들면, 외국인·기관의 차익실현 물량을 받아줄 상대방이 줄어드니 시장 규모가 지금보다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정부의 마음 속에도 이러한 생각이 자리잡고 있는걸까.
그 결과 정부 의도대로 단일종목 레버리지 거래 규모가 진짜 줄어든다면 아마도 정부는 '보완 방안이 효과를 내고 있다'고 자평할 듯 싶다.
하지만 그건 개인투자자의 희생(손실은 봤지만 3000만원이 없는 이들의 강제 퇴장), 의도적인 시장 고사 전략으로 인한 결과물일 뿐이다.
오히려 애초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자체가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한 제도였다는 점, 섣부르게 도입한 것이란 점을 방증하는 것이다. ③두 달만에 문제는 인정...그런데 사과는 없어
사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상품 구조는 다른 복합적인 ETF에 비해 단순하고 미국, 런던, 홍콩 다른 나라에도 많다. 그러나 충분한 검토를 거쳐 도입했는지는 의문이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1월 16일 "금융위원회에 관련 검토를 지시했다"고 언급했고, 이틀 뒤 1월 18일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상품 출시 허용 계획을 밝혔다. 같은 달 30일 금융위는 상품 허용을 담은 자본시장법 시행령 및 금융투자업규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당시 입법예고 자료를 보면 "2026년 2분기 중 시행령 및 규정개정·시스템 개발 등 후속 조치를 완료하고, 이후 금감원·거래소 심사를 거쳐 상품 출시가 가능할 전망"이라고 했다. 그러나 상품 출시까지 2분기 중(5월 27일) 일사천리로 마무리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단순 금융상품이 아니라 정부와 금융당국이 의욕적으로 앞당긴 '제도'다.
시작한 지 두 달도 지나지 않은 제도를 다시 보완하겠다는 것은 애초 잘못 예측하고 섣부른 판단을 했다는 건데 책임 있는 이들의 사과가 없다. 최근 시장 흐름에서 책임의 무게를 느끼는 발언이나 행보를 찾아보기도 어렵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현 시점 가장 비판받아야 한다. 누가 뭐라고 지시하든 정부에서 가장 금융전문가들만 모아놓은 집단인 금융위원회의 수장 아닌가. 지난 16일 보완방안을 발표하는 브리핑에도 국장급만 내세운 채 나타나지 않았다. 시간이 해결해주기를 바라는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