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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치기' 단통법]③이통사·제조사 속보이는 속셈

  • 2014.10.27(월) 13:57

보조금 적게 쓰고도 점유율 유지 가능한데 왜…
'소비자는 안무서워'..정부 압박에 그제서야 시늉

국회와 정부는 10월부터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이 시행되면 소비자 후생이 올라갈 것으로 예측했다. 모든 소비자가 보조금을 균등하게 받을 수 있다는 논리에서다. 다만 이동통신사와 단말기 제조사는 '단통법에 따른 시장 변수가 많다'면서 끝까지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겉으로 보이는 변수는 많아 보이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10월 1일 단통법 시행과 함께 이통사 웹사이트에 단말기·요금제별 보조금이 공시되자 이통사와 제조사가 말했던 변수가 무엇인지 드러났다. 대부분 사람들은 이통사와 제조사가 서로 보조금을 상한선에 근접하게 책정할 것이라 기대했는데, 상황은 정반대였던 것. 가장 최신폰인 삼성전자 갤럭시노트4에 붙은 보조금은 10만원 내외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공짜폰에 마이너스폰까지 뿌렸던 이들이 180도 돌변한 셈이다. 왜 그랬을까.

 

▲ SK텔레콤 휴대폰 지원금 공시

 

◇보이지 않는 줄다리기

 

이통사와 단말제조사는 지난해 단통법 법안이 논의 초반에 있을 때부터 마찰을 일으켰다. 이통사는 제조사가 마음대로 장려금 규모를 늘리고 줄이면서 유통채널에 뿌려 시장혼탁이 가속화됐다는 입장이다. 때문에 단통법 시행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보조금 분리 공시를 강력히 주장했다.

 

반면 제조사는 보조금 분리 공시를 강력히 반대했다. 이통사 보조금이 얼마며, 제조사 장려금이 얼마인지 구체적으로 나타날 경우 해외 판매에 막대한 악영향을 초래한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삼성전자는 '제조사가 시장혼탁의 주범'이라는 논리를 적극적으로 펼친 곳으로 SK텔레콤을 주목하면서 암묵적인 기싸움에 돌입했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보조금 분리 공시는 무산됐고, 이통사는 마케팅 전략에 변수를 고려해야 했다. 이 상황에서 낮은 보조금 책정이 이통사의 마케팅 전략이었다는 분석이다.

 

이통사 입장에서는 이통3사간 시장점유율 싸움만 치열하지 않다면 신규 단말기를 한 대 더 팔고 덜 팔고는 별다른 의미가 없다. 어차피 해지율만 관리하면 각 사별 가입자는 큰 차이 없이 유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최신폰에 굳이 보조금을 상한선에 근접할 정도로 많이 지급해 제조사를 도와줄 이유가 없는 셈이다. 이런 계산이 이통3사간 비슷하게 작용했다는게 업계 해석이다.

 

이 상황이 지속될 수 있다면 제조사가 결국 출고가 인하에 들어가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왔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통신사 입장에서도 제조사 장려금 증액 없이 통신사 보조금만 상향하진 않을 것이고 당분간은 혼란은 지속될 것"이라면서도 "낮은 수준의 보조금으로 인해 가장 아쉬운 쪽은 결국 제조사일 것이다"고 밝혔다.

 

즉 정부의 보조금 상향에 대한 직·간접적인 압박 속에서 제조사와 통신사간 줄다리기가 펼쳐질 것이고, 결국 제조사가 손을 들 가능성이 높을 것이란 분석이다. 

 

▲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왼쪽)과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장관이 지난 17일 이동통신사 및 단말기 제조사 CEO를 불러 압박하고 있다.

 

◇정부 압박에 마지못한 움직임

 

단통법 부작용에 대한 비판이 커지자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과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은 이통3사 및 제조사 CEO를 불러 긴급 회동을 가졌다. 최 장관은 이 자리에서 "단통법의 취지와 다르게 소비자가 아닌 기업 이익만을 위해 이 법을 이용한다면 정부 입장에서는 소비자를 위해 특단의 대책을 검토할 수 밖에 없다"고 압박했다.

 

그러자 기업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단통법 시행 초부터 소비자 여론이 악화됐어도 꼼짝하지 않던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SK텔레콤은 23일 주요 단말기에 대한 보조금 확대와 함께 요금제 개편안을 내놨다. 내달부터 가입비 1만1880원을 면제하기로 했다. 이는 정부의 단계적 가입비 인하 계획에 따라 내년 9월에 폐지하려던 가입비를 10개월 앞당겨 시행키로 한 것이다. 갤럭시노트4, 갤럭시S5, G3캣6 등 소비자들의 수요가 많은 기기 5종에 대한 보조금도 대당 5만∼8만원씩 올렸다.

 

KT는 요금 약정 없이 기본요금을 할인해주는 순액요금제를 12월께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이 요금제는 가입 시 일정기간 이상 사용하겠다고 약정하면 주는 할인금액 만큼 기본료를 낮춘 요금제다. LG유플러스도 단말기 구입 12개월 뒤 제품을 반납하면 잔여할부금과 단말 지원 위약금을 면제해주는 'U클럽' 등 새로운 제도를 발표했다. 또 이통3사는 제조사와 협의해 갤럭시S4, G3 비트 등 일부 모델의 출고가도 대당 5만∼9만원씩 낮췄다.

 

그러나 이번 보조금 상향 조정도 '눈 가리고 아웅' 식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보조금을 받으려면 이통사가 제시한 고가 요금제에 가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보조금을 지급하되 고가 요금제 가입을 통해 가입자당매출(ARPU)을 올리는 전략은 단통법 시행전 만연했던 이통사 마케팅 수단이었다. 또 일주일 단위로 변경되는 보조금 공시에서 현 보조금 수준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지 여부도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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