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비자 차별을 막고자 새로운 규제인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 작년 10월부터 시행됐지만 소비자 불만은 여전하다. |
작년 10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 도입됐다. 정책 목표는 소비자간 혜택차별을 방지하자는 것이다. 시간대 별로, 판매점 별로 휴대폰 판매가격이 다르다 보니 같은 모델이라도 어떤 소비자는 50만원에, 어떤 소비자는 공짜에도 사는 경우가 발생했다.
단통법 이후 문제점은 해결됐을까. 최근 삼성전자 갤럭시S6 사례를 보면 답을 찾을 수 있다. 갤럭시S6 예약 가입자들은 출시 일주일 뒤 구입한 소비자에 비해 평균 10만원 이상씩 비싸게 주고 샀다. 출시 일주일 만에 이동통신시 공시지원금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단통법 하에서는 일주일에 한번씩 공시지원금을 변경할 수 있다.
즉 특정 시점에선 모든 소비자가 균등하게 구입할 수 있지만, 시간대 별로 판매가격이 달라지긴 단통법 이전과 비슷하다. 일부 판매점에선 제조사와 이통사가 지급하는 판매장려금을 보조금으로 전환시켜 불법으로 보조금을 더 지급하는 경우도 종종 나온다. 이에대해 정부는 단통법이 안착하고 있다는 입장이고, 소비자는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여전히 `호갱님` 소리듣기는 마찬가지란 불만이다.
또 최근에는 정부가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 폭을 12%에서 20%로 늘렸다. 통신사의 마케팅 수단인 요금할인을 정부가 직접 손 댄 것이다.
◇융합은 이뤄지는데…
ICT 융합분야는 규제가 현실을 더욱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단일 기술만 이용한 서비스는 찾아보기 힘들다. 의료, 교육, 보안, 금융, 자동차 등 모든 분야에서 ICT 기술과 접목되고 있다. 하지만 기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제도적으로 불가능한 서비스가 많다.
특히 현행 의료법은 통신사의 헬스케어 사업 진입을 사실상 차단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 한 통신사는 헬스케어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고객 개인정보 관리를 소홀히했다는 이유로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이고 했다.
금융 분야도 마찬가지다. 금융당국이 핀테크 사업에 대한 규제를 풀고 제도정비에 나서겠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시장진입 자체에 대해 금융당국의 허가를 요구하고 있다.
권은희 새누리당 의원은 "정부의 정보통신기술(ICT) 정책이 네트워크 등 개별 시장에 대한 규제에 집중돼 있다"면서 "관련 규제를 완화하거나 합리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직적 칸막이 규제를 수평적 규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중장기 로드맵 만들라
700MHz 대역 주파수를 놓고 정부정책이 오락가락 하고 있다. 현재 700MHz 주파수 대역 108MHz 가운데 20MHz는 국가재난통신망에 분배키로 결정됐다.
당초 나머지 88MHz 중 40MHz 대역은 이동통신 용으로 분배키로 했다. 하지만 지상파 UHD 방송을 위해 해당 대역을 방송용으로 분배해야 한다는 지상파 방송사와 국회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에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주파수 배분을 놓고 고심을 거듭한 끝에 양쪽간 분배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주파수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조치다.
▲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제2차 주파수정책 소위원회 회의가 열린 지난 1월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미방위 소회의실에서 조해진 소위원장과 의원들이 700MHz 대역 용도결정 등 주파수정책을 논의하고 있다. |
최근 통신업계 이슈 중 하나인 요금인가제 폐지도 문제다. 지난 24년간 유지된 요금 인가제는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경우 요금을 마음대로 올리거나 내리지 못하도록 사전에 규제기관에 허가받도록 한 조치다. 현재 유선통신 분야에서 KT, 무선통신 분야에서 SK텔레콤이 대상이지만 유선통신 입지가 약화되면서 SK텔레콤에만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가 휴대전화 요금 인가제를 폐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다만 완전 폐지시 일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어 유보 신고제를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유보 신고제는 SK텔레콤이 제출한 신규 요금제에 대해 소비자의 편익을 해치는 내용이 없는지 정부가 일정기간 살펴보는 절차를 거치는 방식이다. 요금 인가제와 요금 신고제의 중단 형태다.
이에 대해 통신 사업자 누구도 만족하지 않는 눈치다. SK텔레콤은 이름만 바뀌었을 뿐 또 다른 규제가 남은 셈이란 입장이다. 경쟁관계에 있는 KT와 LG유플러스는 요금 인가제 자체가 흔들렸다는데 불만이다. 무선통신 사업자의 시장지배력이 강력한 만큼 규제를 완화시키면 안된다는 주장이다.
정부가 어떤 대안을 발표해도 모두가 불만을 갖는 이유는 규제철학을 바탕에 둔 중장기 로드맵이 없기 때문이다. 일정한 기준이 없다면 정부정책에 진정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상황에 따라, 정권에 따라 정책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의문만 키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