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미래창조과학부 주최로 지난 2월 열린 SK텔레콤-CJ헬로비전 인수합병 전문가 토론회가 열렸다. |
뜨거운 감자가 된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과 관련, 이해관계자의 움직임을 보면 미디어산업이 얼마나 격변기인지 더욱 쉽게 알 수 있다.
당사자인 SK텔레콤은 부진한 이동통신 매출 성장세를 만회하려 미디어를 포함한 3대 플랫폼 사업을 미래먹거리로 꼽았다. 과거 미디어 사업은 유선망을 통해 주로 서비스 했지만, 지금은 네트워크 진화로 무선망을 통해 스마트폰 개인화 서비스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기술발전이 통신사로 하여금 미디어 영역을 넘볼 수 있게 만든 셈이다.
특히 미디어 플랫폼 사업은 일정 수준 이상의 가입자를 확보해야 투자대비 효율성을 낼 수 있는 구조다. M&A가 필요했다. SK텔레콤은 초반 딜라이브(구 씨앤앰)와 M&A를 논의했지만 매각가격 차이가 너무 커 돌아섰다. 그때 CJ헬로비전이 치고 들어왔다. 최근 통신사가 미디어에 목숨을 걸게 된 배경이다.
CJ헬로비전은 현재 케이블TV 업계 1위다. 얼핏보기엔 팔 이유가 없다. 하지만 CJ그룹이 판단하기에 케이블TV의 미래 성장성은 부족했다. 당장은 괜찮아 보여도 가까운 미래에 문제가 될 수 있음을 직감했다. 그렇다면 한푼이라도 몸값 높을 때 팔아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CJ그룹은 CJ헬로비전을 버리는 대신 CJ E&M에 더욱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즉 미디어 영역에서의 전통적 플랫폼 사업은 포기하되 콘텐츠 사업을 더욱 키워보겠다는 생각이다. 실제로 CJ E&M의 성장세는 무섭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방영한 '응답하라 1988'은 최고 시청률 21.6%를 기록했다. 또 디지털 점유율, VOD, 콘텐츠파워지수(CPI) 1위를 달성했다. 뿐만 아니라 '삼시세끼 어촌편2' '시그널' '치즈인더트랩'에 이어 최근에는 '또 오해영'까지 연타석 홈런을 쳤다. 콘텐츠 시청률이 뒷받침 되니 광고매출도 호조세다.

▲ CJ E&M 2016년도 사업전략 |
여기까지가 M&A 당사자들 입장이다. 미디어 시장 격변은 이번 M&A를 둘러싸고 다양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이해관계자들 시각에서 더 잘 드러난다.
CJ그룹의 미디어 전략에 가장 발끈한 쪽은 지상파방송이다. SBS를 중심으로 KBS, MBC는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M&A를 결사 반대하고 있다.
표면적 반대 이유는 방송의 공공성, 도덕성 등에서 문제가 있다는 논리다. 앞서 지난 7일 경찰청 특수수사과가 CJ헬로비전의 100억원대 탈세와 분식회계 정황을 포착해 수사에 착수한 것도 결과에 따라 문제요소가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경찰청은 "CJ헬로비전이 물품이나 용역 거래가 있는 것처럼 가장해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급하는 방식으로 매출액 부풀리기를 한 정황을 확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들의 속내는 CJ E&M의 성장을 견제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M&A 추진과정에서 SK텔레콤이 가장 두려워 하는 이해관계자가 SBS 라는 소리까지 나올 정도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지상파방송은 TV를 통해 볼 수 있었던 유일한 콘텐츠 생산자 였지만, 지금은 CJ E&M을 비롯한 수 많은 PP(방송채널사용사업자)들이 나눠하고 있다"면서 "그 과정에서 지상파방송의 매출이 줄고 성장성 우려까지 생긴 것이 미디어 변화를 둘러싸고 목숨걸고 싸우고 있는 원인이다"고 말했다.
또 한축의 이해관계자는 경쟁 통신사다. KT와 LG유플러스는 최고경영자(CEO)까지 나서서 이번 합병을 반대하고 있다.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인수할 경우 경쟁제한성이 생기고 유료방송시장 황폐화가 일어난다는 우려다. 단일 M&A건에 찬반 논쟁이 붙은지 벌써 180일이 지났다. 이들은 회사의 명운을 걸 정도로 반대하고 있으니, 최근 일어나고 있는 미디어 시장 변화가 얼마나 위협적인지를 잘 방증해준다.
케이블TV 한 업체 관계자는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건에 이렇게 수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사활을 걸고 싸우는 모습은 국내 미디어 시장이 얼마나 위기 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면서 "정부의 정책결정이 중요한 순간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