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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톺아보기Ⅰ]②'졸면 죽는다'…사활건 기업들

  • 2017.03.23(목) 14:42

서비스 경쟁력 위한 '선택 아닌 필수'

네이버는 지난해 10월 '파파고(Papago)'라는 번역앱을 출시했다. 기존에도 어학사전 사이트 내에서 번역 서비스를 제공했으나 굳이 새로운 브랜드를 달아 내놓은 것은 품질이 놀랄 만큼 개선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파파고는 기계학습의 하나인 '인공신경망' 기술 등을 도입하고 나서 번역이 눈에 띄게 매끄러워졌으며 음성 인식률도 급격히 향상됐다. 이는 기계가 사람처럼 엄청난 분량의 데이터를 스스로 학습, 서비스 품질을 급격히 끌어올리는 '두뇌'를 탑재해서 가능하다. 

 

▲ 네이버가 지난해 10월 출시한 인공지능 번역앱 '파파고(Papago)'


 

흥미로운 점은 파파고 출시 이후 불과 한달 후에 구글도 한국어를 비롯한 영어 등 8개 언어 조합에 신경망 기계번역 기술을 적용했다. 네이버가 간발의 차이로 세계적인 검색업체 구글보다 앞서 인공지능 번역을 시작한 것이다. 

 

네이버 뿐만 아니라 구글과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도 인공지능 시업에 사활을 걸다시피 하고 있다. 국내서도 인터넷 서비스와 통신, 단말기 제조사들이 너나 할 것 없이 관련 기술 고도화에 혈안이다.

 

인공지능 신기술을 도입함에 따라 서비스 경쟁력이 획기적으로 강화될 수 있다. ICT 업계에서 많이 회자되는 '졸면 죽는다'는 말처럼, 기술 변화 속도가 빠른 이 분야에서 한 발만 늦어도 곧바로 몰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엿볼 수 있다.

 

◇ 생태계 구축…패권 강화 속내

 

카카오톡을 운영하는 카카오는 자체 인공지능 기술을 외부 업체에 개방하면서 일종의 '연맹체'를 구축하고 있다. 카카오는 사람 대신 기계가 자동으로 응답을 해주는 '챗봇(대화형 로봇)'을 운영하는데, 이를 유통 업체인 GS샵과 스마트폰 제조사 LG전자 등이 이용중이다.

 

GS샵은 카카오톡 기업계정인 '플러스친구'를 통해 상품 주문을 사람 없이 기계가 대신 받고 있다. LG전자 역시 플러스친구를 통해 에어컨 등 가전제품을 원격으로 제어하는 서비스를 한다. 플러스친구 참여 업체 수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데, 이는 카카오를 중심으로 인공지능 연합이 꾸려지는 모습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제조사는 스마트폰을 비롯한 가전 제품의 편의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인공지능을 활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에 음성인식 기반의 인공지능을 탑재, 터치 대신 말로 전화를 건다든지 앱을 실행시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달말 선보일 차세대 전략폰 '갤럭시S8'에 인공지능 ’빅스비(Bixby)’를 최초로 탑재할 계획이다. 기본 앱들도 말로써 실행시킨다는 청사진도 내놨다.

 

삼성전자에서 인공지능 연구 개발을 이끄는 이인종 무선사업부 부사장은 삼성 블로그에 올린 기고문을 통해 "빅스비의 적용분야를 확대해 음성명령만으로 사용자들이 음식을 주문하거나 물건을 구매할 수 있는 시대를 열겠다“고 밝혔다.

 

▲ LG전자 G6에 도입된 구글 어시스턴트 (구글 어시스턴트 홈페이지 캡처)


LG전자도 지난 10일 프리미엄 스마트폰 'G6'를 출시하면서 구글의 인공지능 비서인 ‘구글 어시스턴트(Google Assistant)’와 휴대폰 상태를 자체적으로 진단하는 ‘스마트 닥터’ 등을 도입했다. 삼성·LG전자가 나란히 차세대 스마트폰에 인공지능 기술을 심어 넣은 것이다.

 

애플이 일찌감치 음성 비서 '시리(Siri)'를 아이폰을 비롯한 스마트기기 전반에 탑재하면서 서비스 혁신을 이끈 이후 글로벌 제조사들간 경쟁이 한층 격화되고 있다. 

 

◇ 통신, 인공지능과 찰떡궁합

국내 이동통신 3사는 차세대 이동통신 5G(5세대) 상용화를 앞두고 인공지능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5G는 지금의 4G 서비스인 롱텀에볼루션(LTE)보다 통신 속도가 최대 100배 빨라진다. 그만큼 다뤄야할 데이터 용량이 확대되는데 이를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것은 인공지능 밖에 없다.

 

통신사들이 일단 주목하는 분야가 인공지능 기반 스피커나 셋톱박스 기기다. SK텔레콤의 '누구(NUGU)'와 KT의 '기가지니' 등이 대표적. 이들 기기는 음성비서 역할 뿐만 아니라 거실 안에 있는 다른 가전 제품을 말로 제어할 수 있는 일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

 

▲ 글로벌 스마트홈 시장 규모는 점점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자료 :유진투자증권]

 

IT업체 델테크놀로지스는 인터넷에 연결된 기기가 2015년 80억개에서 2020년 500억개, 2031년에는 2000억개에 달할 것으로 분석했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도 2019년에는 글로벌 스마트홈 시장 규모가 12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KT관계자는 “지금은 사람이 직접 가서 통신설비를 연결하는데 향후 5G가 상용화되면 인공지능이 중앙에서 제어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라며 “모든 것을 연결하는 중심에는 5G가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분석업체들은 인공지능 사업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한화투자증권 김소혜 연구원은 "2017년은 인공지능이 폭발적으로 발전하는 원년이 될 것"이라 분석했다. 아울러 “인공지능은 다양한 분야에 범용으로 적용될 수 있는 만큼 경제, 사회, 문화 등에 미칠 파급력이 매우 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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