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우면동 KT연구센터. KT의 기술력이 집대성된 이곳엔 특별히 어두컴컴하고 서늘한 기운이 감도는 장소가 있다. GPU 컴퓨팅 클러스터로 불리우는 이곳은 광범위한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슈퍼컴퓨터가 모인 장소다. 슈퍼컴퓨터가 처리하는 대용량 데이터를 기반으로 인공지능(AI)기술이 개발된다. 이렇게 개발된 기술은 인공지능 서비스 기가지니(GiGA Genie)와 같이 실생활에 활용된다.
이달초 문을 연 KT AI 테크센터(Tech Center)를 25일 다녀왔다. 100여명의 인공지능 인재들을 모아놓은 이 센터는 KT가 진행하는 인공지능 사업의 원천기술을 만든다. 또 이를 기가지니 등 각종 서비스에 접목시킨다.
KT는 AI 테크센터를 개방해 인공지능 기술을 공동개발하고 사업제휴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
실제 연구소 안에는 KT와 인공지능 기술을 공동개발하고 제휴한 업체들이 기술개발공간을 자유롭게 활용하고 있었다.
▲ KT AI 테크센터에서 KT 융합기술원과 제휴사 직원들이 인공지능 서비스를 테스트하고 있다. [자료=KT] |
이날 기술시연을 선보인 업체는 케이뱅크와 콕콕114 두 곳이다.
KT는 지난 6월 말부터 국내 최초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와 협업해 케이뱅크 소개와 모바일앱 다운로드 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실제 기가지니를 통해 "케이뱅크야"라고 부르면 케이뱅크를 안내하는 소개영상이 연동된 TV에 나온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안내 동영상과 동영상 재생중 케이뱅크 앱 설치만 가능하지만 올 하반기부터 잔액조회와 계좌송금서비스를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실생활 정보를 제공하는 콕콕114도 기가지니가 연동돼 진료중인 병원, 영업중인 대형마트, 각종 서비스센터 영업시간 등을 확인할 수 있다. 가령 "콕콕114야 내과 찾아줘"라고 말하면 현재 위치에서 가장 가까운 내과(병원)정보를 제공하고 전화연결까지 가능하다.
이러한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는 건 KT가 AI 테크센터에서 개발된 인공지능 기술을 소프트웨어 개발 키트(SDK)로 만들어 협력업체 서비스와 연동시켰기 때문이다.
이처럼 AI 테크센터에서는 음성인식, 자연어 처리 등 다양한 인공지능 기술을 개발하고 활용할 수 있다. KT는 AI 테크센터를 인공지능 에코시스템(Eco System)으로 조성해 누구나 인공지능 기술을 개발하고 활용할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만들 계획이다.
KT 관계자는 "GPU 컴퓨팅 클러스터는 기가지니와 협력업체들이 서비스를 융합할 수 있도록 데이터를 처리하는 공간"이라며 "약 72만개의 GPU 코어를 사용한 슈퍼컴퓨터가 구축돼 딥러닝 연구를 지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인공지능 기술을 개발하려면 데이터, 알고리즘, 컴퓨팅 파워가 필요한데 가장 중요한 부분이 컴퓨팅 파워"라며 "이곳에 슈퍼컴퓨터를 구축한 것도 컴퓨팅 파워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함"이라고 강조했다.
기가지니를 부르면 사용자가 원하는 대답을 기가지니가 할 수 있는 것도 바로 GPU 컴퓨팅 클러스트에 저장된 빅데이터와 이를 연산처리하는 슈퍼컴퓨터가 있기 때문이다.
▲ KT 융합기술원 AI테크센터장 김진한 상무가 발표를 하고 있다. [자료=KT] |
실제 거주환경과 똑같이 구성해 놓은 '음성성능 평가실'도 공개됐다. 이곳에서는 KT가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시켜 하루에 수백, 수천 건의 시험을 통해 음성인식 기술수준을 평가한다.
이날 공개된 음성인식 서비스는 일반전화용 음성인식 ARS와 114(콜센터)였다. 둘 다 상용화될 서비스는 아니지만 KT가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 기술을 통해 활용할 수 있는 사례로 연구 중이다.
가령 114 콜센터를 활용해 주소를 불러주면 음성인식만으로 해당 주소의 전화번호를 제공받을 수 있다.
이 서비스는 고객음성을 텍스트로 전환하고 고객과 상담사간 녹취 데이터를 자연어 처리해 상담유형을 자동으로 분류, 고객 목소리를 통해 감정을 분석하는데 활용할 수 있다.
류창선 KT AI테크센터 팀장은 "콜센터 직원들이 감정노동에 많이 시달리는데 음성인식을 활용하면 간단한 상담은 AI가 처리할 수 있도록 해 콜센터 직원들의 노동강도를 감소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KT는 인공지능 기술 개발과 서비스 확대를 위해 인공지능 전문 인력 확보에도 나서고 있다. 최근에는 일반분야뿐만 아니라 인공지능 전문분야를 별도로 만들어 인공지능 분야의 석·박사 35명을 신입직원으로 선발했다.
김진한 KT AI 테크센터장은 "지속적인 인재확보를 통해 이들이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육성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KT는 인공지능 분야를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