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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슈퍼리치]②넷마블 방준혁 '괴력의 신흥 부호'

  • 2017.09.19(화) 17:47

지분가치 3.1조, 부자 지형도 바꿔
계열 개발사 상장시 추가 잭팟 예고

흥행 산업인 게임에선 부자가 많다. 잘 만든 게임 하나로 돈벼락을 맞은 창업자나 개발자가 자주 등장한다. 회사를 키워 지분 가치를 점프시키거나, 과감한 투자 회수 및 재창업, 화려한 복귀로 세간의 이목을 끄는 슈퍼리치가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외부에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아 알려진 것이 많지 않다. 돈이 얼마나 많은 지도 명확하지 않다. 게임만큼 흥미로운 이 분야 부자들의 베일을 벗겨본다. [편집자]


방준혁(49) 넷마블게임즈 이사회 의장은 올해 게임 업계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많이 받은 인물이다. 그는 넷마블게임즈를 단기간에 국내최대 모바일게임사로 키웠다. 이에 힘입어 넷마블게임즈는 지난 5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황금어(魚)' 대접을 받았다.


현재 방 의장의 넷마블게임즈 지분 가치는 무려 3조원 이상이다. 재벌 총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미국 경제매체 포브스는 지난 4월 '한국의 50대 부자'란 제목의 기사에서 방 의장(24위)이 넷마블게임즈 IPO를 통해 억만장자로 데뷔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방 의장은 이미 13년 전 넷마블 '신화'로 게임 업계에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지금은 우리나라 부자의 지형도를 뒤흔든 신흥 주식 부호로 성장했다. 승부사 기질이 강한 방 의장이 여기에 만족하지 않을 것 같다. 터트릴 '잭팟'이 아직 남았기 때문이다. 게임 유망 개발사를 비롯해 다양한 사업 영역에서 도전이 멈추지 않고 있어서다.

 


◇ 독특한 경영 행보

 

게임 업계에서 방 의장만큼 드라마틱하게 살아온 인물도 없을 것이다. 서울에서 태어나 가리봉동에서 어렵게 자란 그는 학벌이 좋지 않다. 보통 벤처 창업주들이 풍요로운 가정 환경에서 엘리트 코스를 거쳐 두각을 나타내는 것과 비교된다. 방 의장을 종종 '흙수저 신화'로 수식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2000년에 넷마블게임즈의 전신인 게임포털 넷마블을 창업했다. 이후 2004년 넷마블을 800억원에 CJ그룹에 매각하면서 자신의 이름을 인터넷 업계에 각인시켰다. 방 의장은 CJ그룹의 넷마블(이후 CJ인터넷으로 사명 변경) 사장직을 맡다 2006년에 물러나며 게임 업계에서 발을 빼는 모습을 보였다.


이후 5년 만인 2011년 CJ E&M 게임부문의 상임고문으로 복귀했다. 당시 CJ E&M의 물적분할로 떨어져 나온 게임개발 지주사 CJ게임즈(현 넷마블게임즈) 유상증자에 참여, 주주로서 이름을 올렸다. 옛 오너를 맞은 넷마블게임즈는 방 의장이 최대주주로 있던 하나로드림게임즈를 흡수합병했다. 이때 방 의장의 넷마블게임즈 보유 주식도 확대되면서 CJ E&M의 이어 2대 주주로 부상했다.


2014년에 넷마블게임즈가 중국 텐센트로부터 5330억원 규모 외자를 유치하면서 방 의장은 비로서 '오너' 타이틀을 갖게 됐다. 당시 CJ E&M이 보유 주식 일부를 텐센트에 매각하고 2대 주주로 내려오면서 방 의장이 자연스럽게 최대주주가 된 것이다. 방 의장은 자신이 만든 회사를 과감하게 매각한 이후 10년 만에 다시 오너로 돌아오는 독특한 경영 행보를 보인 것이다.

 

▲ 방준혁 넷마블게임즈 이사회 의장.

 

◇ 지분가치 3.1조, 재벌 총수들과 어깨


방 의장이 방향키를 잡은 넷마블게임즈는 간판작인 '세븐나이츠'와 '모두의마블' 등의 성공을 발판으로 연매출 1조5000억원 규모의 국내최대 모바일게임사로 도약했다. 이들 게임은 서비스 기간이 2~3년을 넘었음에도 식지 않은 흥행 열기를 과시했다. '폰게임은 흥행 주기가 짧다'는 통념을 깨기도 했다.

 

주력 게임의 안정적인 흥행에 힘입어 '리니지2 레볼루션' 같은 경쟁력 있는 신작들이 이어졌다. 넷마블게임즈는 국내를 넘어 일본과 동남아시아 등 세계로 영토를 확대할 수 있었다.
 
넷마블게임즈의 성장세를 보고 있으면 입이 벌어진다. 올 상반기(1~6월) 연결 매출은 작년 연간 매출(1조5000억원)의 82%에 해당하는 1조2273억원을 달성했다. 같은 기간 5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엔씨소프트를 가뿐히 제쳤다. 업계 1위 넥슨(원화 환산 1조2375억원)을 아슬아슬한 격차로 추격하고 있다.

현기증 나는 성장세 덕에 지난 5월 코스피 시장에 순조롭게 입성했다. 다만 넷마블게임즈 주가는 상장 이후 좀처럼 공모가(15만7000원)를 넘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방 의장의 지분 가치는 현재 3조1198억원(전일 종가 기준)으로 상장 직후(3조2545억원) 보다 살짝 빠졌다.
 
그럼에도 웬만한 대기업 오너 부럽지 않은 수준이다. 증권사이트 FN가이드가 넷마블게임즈 상장일(5월12일) 기준으로 집계한 국내 개인주주 랭킹 자료를 보면 당시 방 의장의 지분평가액은 이재현 CJ그룹 회장(7위)을 제치고 6위를 기록했다.

 

랭킹 10위 안에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1위)과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2위) 등 주로 재벌 총수들이 이름을 올렸다. 인터넷 기업 '오너' 가운데는 방 의장이 유일하다. 자수성가해 막대한 재산을 쌓아올린 인물도 방 의장 빼고 없다. 방 의장이 우리나라 부자 지형도를 바꾼 것이다.

 

◇ 주식 부호 무더기 등장


넷마블게임즈 상장은 방 의장 외에도 새로운 부자들을 탄생시켰다. 지금은 회사를 떠났지만 인기작 세븐나이츠를 만든 넷마블넥서스의 정현호·배봉건 전(前) 공동대표와 모두의마블을 개발한 넷마블엔투의 최정호 대표가 주인공이다. 
 
정현호·배봉건 전 공동대표는 넷마블게임즈 주식을 각각 137만주씩 보유하고 있다. 지분 평가액은 무려 2062억원에 달한다. 넷마블엔투의 최정호 대표 역시 넷마블게임즈 주식 84만주를 들고 있다. 평가액은 1264억원 규모다.
 
이들이 넷마블게임즈 주식을 보유하게 된 것은 상장을 앞두고 추진한 주식교환이 계기가 됐다. 넷마블게임즈는 지난해 6월 자회사 넷마블넥서스와 넷마블엔투의 지분을 100%로 끌어올려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기 위해 주식 교환을 추진했다.


이 때 넷마블넥서스 주식 101만주씩을 보유한 정현호·배봉건 공동대표는 넷마블게임즈 신주 34만주씩을 받고 주식을 맞바꿨다. 비슷한 시기 넷마블엔투의 최정호 대표도 주식을 교환했다.

 

이후 작년 9월 넷마블게임즈의 무상증자 과정을 거치면서 이들의 보유 주식수는 4배로 나란히 불어났다. 넷마블게임즈 상장을 불과 1년 앞두고 실시한 주식 스왑 및 무상증자로 이들은 1000억~2000억원의 주식 부호로 단번에 떠오른 셈이다.

◇ 탁월한 투자 안목

계열사와의 주식 스왑 과정을 보면 흥미로운 장면이 목격된다. 방 의장이 개인 자격으로 계열사 지분을 보유했던 흔적이 드러나서다. 방 의장은 2015년 말 기준으로 넷마블엔투 주식 60만주(12.5%)를 들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난다. 최정호 대표(35만주·7.32%)보다 거의 두 배나 많았다. 주식 스왑을 거치면서 방 의장의 넷마블게임즈 보유 주식 수는 결과적으로 더욱 늘어나게 됐다.


방 의장은 넷마블엔투 뿐만 아니라 현재 넷마블몬스터·넷마블앤파크 등 될성 부른 개발사들의 지분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 원래 넷마블게임즈는 2015년 초만 해도 넷마블몬스터를 비롯해 알짜 자회사인 넷마블엔투 등을 먼저 상장시키려 했다. 하지만 단일 흥행작이 아닌 다양한 라인업으로 지속 성장의 기반을 다진 이후 한다는 방침으로 바꿨다.

 

이후 넷마블게임즈가 먼저 상장하면서 계열사 상장은 수면 밑으로 내려갔다. 달리 보면 방 의장으로서는 또 다른 주식 대박을 터트릴 기회를 갖게 된 것이다. 모바일게임 산업은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넷마블처럼 막강한 자본 체력을 갖춘 게임사에게 유리해진다는 점에서 방 의장이 또 다른 '한방'을 날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 넓은 사업 스펙트럼


방 의장은 게임 말고도 다양한 영역에 손을 대고 있다. 한때 게임 업계를 떠난 이후 방 의장은 인디스앤이란 개인회사(2005년 2월 설립)를 통해 게임과 거리가 먼 분야의 기업을 인수하거나 세운 적이 있다.

 

대표적으로 플라스틱 포대와 봉투 등을 제조하는 인디스에어를 꼽을 수 있다. 2006년 5월에 설립한 인디스에어는 방 의장이 2007년 12월 기준 지분 100%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너지 절감 장치 제조사 화이버텍도 방 의장이 직접 투자한 기업이다. 화이버텍은 지난 2015년 12월 기준으로 방 의장이 37.9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인디스앤(40%)과 인디스에어(14.56%)도 이 곳에 주요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최근 보유 주식을 처분한 인콘이란 회사도 눈길을 끈다. 방 의장은 영상장비 보안업체 인콘의 보유 주식을 지난달 25일 287억원에 전량 매각했다. 인콘은 2005년에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는데 방 의장은 인콘 상장 전부터 주식을 보유한 초기 투자자였다.


개인회사인 인디스앤은 지난 2006년 8월에 자본금 60억원에 설립한 회사다. 정보처리시스템과 네트워크 사업 등을 사업 목적으로 올려놓고 있다. 현재 이 회사는 방 의장의 측근 조일권 씨가 대표이사직을 맡고 있다. 그는 화이버텍을 비롯해 넷마블게임즈 계열사 상당수에 사내이사 및 감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방 의장은 전업 주부로 알려진 부인과 슬하에 자녀를 두고 있으나 가족을 비롯한 친족들의 정보가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내년에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넷마블게임즈가 넥슨에 이어 게임사로는 두번째로 공정위로부터 준대기업집단에 지정될 수 있어서다. 이렇게 되면 방 의장은 총수(동일인) 지위를 받게 되며 친족들의 보유회사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이종사촌이자 유명 작곡가 방시혁 씨의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기업 정보가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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