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풀앱, 택시 중개앱 등 모빌리티 서비스를 운영하는 회사들이 좀처럼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카풀앱회사 풀러스는 구조조정에 돌입했고 카카오택시를 운영하는 카카오 모빌리티는 5000원대 유료 호출 서비스 도입이 무산됐다. 모빌리티 서비스회사는 규제에 걸리고 유료 서비스에 대한 비판에 부딪치면서 수익화가 불투명한 상태다. 해외사례와 비교해 규제의 파고를 넘어설 대응방안과 유료 서비스 개선방향을 살펴본다. [편집자]
1위 사업자마저 경영난에 부딪친 카풀(Carpool)앱 업계의 부진 원인으로 과도한 국내 규제가 지목되면서 논란을 빚고 있다. 영업시간 제한 등 해외보다 강도 높은 규제로 카풀앱회사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카풀서비스의 경우 해외에서도 지방자치단체의 사업 인가를 받도록 하거나 엄격한 운전자 자격요건을 요구하는 등 결코 약하지 않은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다만 해외 카풀앱 회사들은 이 같은 규제 속에서도 신규 서비스로 성장세를 유지해 국내업체에 시사점을 던져준다.
◇ 해외도 규제 까다로워
국내 카풀앱회사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의 영업시간 제한 규정을 들어 국내 규제가 지나치다고 목소리 높인다. 아침과 저녁 출퇴근 시간대에만 서비스를 운영하도록 해 성장이 가로막혔다는 주장이다.
그래서 국내외 규제실태를 살펴봤다. 국내에선 카풀사업에 착수하거나 운전자를 수급하기에 비교적 쉽다. 국내에선 국토교통부나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인가를 받지 않고도 카풀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다.
카풀 운전자 자격요건도 느슨하다. 별도의 자격증을 취득하거나 시험을 거치지 않고도 일반 운전면허만 있으면 운전자로 일할 수 있다. 범죄이력도 법적으로 문제되지 않는다. 다만 카풀앱회사들이 이용자의 운전자 평가를 토대로 자격 심사를 하면서 자체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반면 영국과 독일은 지방자치단체의 심사를 거쳐 영업면허를 받아야 카풀사업을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영국 런던, 독일 베를린 등 주요 도시에서만 카풀사업을 허용하고 있다. 런던에선 안전성 문제로 우버가 퇴출될 뻔했으나 관할부처를 대상으로 한 소송에서 이기면서 간신히 영업면허를 연장하기도 했다.
운전자 자격요건도 해외가 더 엄격하다. 미국은 카풀회사에 범죄기록 등 신원 조회를 의무적으로 실시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음주운전이나 약물 복용 이력이 단 한 건이라도 있으면 퇴출된다.
외국인이 많은 지역에선 언어능력에 대한 자격요건도 두고 있다. 이민자가 많은 영국 런던에선 영어시험을, 프랑스에선 영어와 불어시험을 통과해야 운전사가 될 수 있다. 이용자와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는 사람에게만 자격을 부여하는 셈이다. 중국 베이징, 상하이, 선전 등 6개 도시는 시민 일자리 확보차원에서 해당지역 거주자만 운전사로 일할 수 있다.
◇ 해외사업자, 신규 서비스 확대로 돌파
한국 못지 않은 규제가 전세계적으로 실시되는 만큼 우버, 디디추싱 등 해외업체도 영업 제약을 받고 있다. 그럼에도 이들은 위축되기 보다 시장 영향력을 확대하며 건재한 모습이다.
실제로 우버는 약 80개국 600여개 도시에서 서비스를 하고 있고 운전자 수도 700만명을 돌파했다. 디디추싱은 중국을 중심으로 세계 200개 도시에서 사업을 추진 중이며 약 150만명의 운전자를 확보했다.
규제 속에서도 양사가 시장 영향력을 키울 수 있었던 비결은 신규 서비스를 통해 사업모델을 다각화했기 때문이다.
예를들면 우버는 레스토랑 음식을 집으로 배달해주는 우버이츠를 선보였다. 자동차, 오토바이, 자전거, 전동휠 등을 등록한 운전자가 음식을 전달해주는 이 서비스는 앱 다운로드 수 1000만건을 돌파하고 세계 200개 도시에서 시행되면서 우버의 주요사업으로 자리잡았다.
디디추싱은 카풀 외에도 대리운전, 중고차 거래 등 다양한 모빌리티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자전거 공유 플랫폼 준비에 돌입하면서 주요 출퇴근 수단이 자전거인 중국 시장에 보다 최적화하고 있다.
나승권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해외 카풀앱회사도 규제 문제에 봉착하다 보니 신규 서비스에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면서 "차량 공유라는 기본 아이디어를 토대로 사업을 다각화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