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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뉴스 어찌할까]上 진짜보다 더 리얼하다

  • 2018.10.19(금) 16:56

포털에서 SNS로 뉴스 유통채널 변화
기성 언론 빼닯아, 규제 논의 본격화

'가짜뉴스'를 규제하자는 목소리가 정부와 여당을 중심으로 커지고 있다. 유튜브와 페이스북 등 소셜 플랫폼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는 가운데 기존 언론의 대안으로 부상한 1인 미디어 등이 검증안된 통로로 전락, 사회 혼란을 부추기고 있어서다. 하지만 표현의 자유 침해 우려에다 불특정 다수가 끊임없이 생산하고 퍼뜨리고 있어 막을 방법이 마땅치 않다. 가짜뉴스가 무엇인지 조명해 보고 쟁점을 살펴본다. [편집자]
 
유튜브 상에서 '문재인 대통령 치매설'을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는 한 채널. 극우 성향의 유튜버가 활동하는 이 채널은 지상파나 종편 못지 않은 방송 시설을 갖추고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방송사 보도국처럼 대형 디스플레이 화면을 배경으로 앵커가 앉아 진행한다는 점, 패널이 등장한다는 점, 중간중간 자막이 깔리는 점 등은 기존 방송사 뉴스 프로그램을 빼닮았다.
 
시청하다 보면 납득하기 어려운 내용이 많다. 특정 사진을 제시하면서 앞뒤 맥락에 대한 설명 없이 대통령의 정신이 이상한 것 아니냐고 지적한다. 불분명한 출처를 인용해 황당한 주장을 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파급력이 상당하다. 인기 동영상은 조회수 100만건에 달하고 수백개 댓글이 달린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라 구독자가 몰릴 수 밖에 없다.  
 


◇ 유튜브 타고 창궐, 뉴스룸 갖추고 전문화

 
최근 가짜뉴스의 특징은 기성 언론의 뉴스 형태를 그대로 따라하면서 전문적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찌라시'라 불리던 사설정보지 형태를 벗어났으며 진짜 뉴스보다 더 포장이 리얼한 경우가 적지 않다. 유튜브 등의 플랫폼을 타고 확산하기 때문에 영향력이 만만치 않다. 어느 한 곳에서 제작한 콘텐츠를 다른 채널에서 추종하는지라 SNS 여기저기에서 쉽게 노출된다.

  
가짜뉴스는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미국에서는 지난 2016년 대선을 앞두고 대통령 후보자를 둘러싼 루머가 SNS 상에서 기사 형식으로 돌아다니면서 문제가 된 바 있다.

 

2016년 말에는 파키스탄 국방장관이 온라인 사이트의 가짜 뉴스를 진짜로 착각, 자신의 트위터로 이스라엘에 경고 메시지를 보내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세계신문협회는 지난해 가장 주목해야할 저널리즘의 이슈로 가짜뉴스(fake news)의 확산을 선정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선 언론 단체와 학회를 중심으로 가짜뉴스에 대한 논의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긴 했으나 크게 부각되진 않았다. 온라인 뉴스가 주로 네이버와 다음 등 검색포털을 중심으로 유통되면서 정보 출처가 비교적 명확한데다 기존 언론의 오보와 가짜뉴스를 어떻게 구분할 것인지 애매해 가짜뉴스에 대한 정의를 내리기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양상이 달라졌다. 검색포털보다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와 SNS 페이스북 등을 통한 뉴스 소비가 확대되면서 출처 불분명의 정보들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동영상 기반 가짜뉴스는 기성 뉴스를 그대로 모방해 실제 보도인 것처럼 유포되고 있으며 웬만한 중소형 매체 못지 않은 수준으로 성장한 것도 달라진 점이다.
 

◇ 정부·여당 중심 규제 논의 본격화


이에 따라 가짜뉴스를 규제하자는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이달 초에는 이낙연 국무총리가 '가짜뉴스와 전쟁'을 선포하고 엄단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이에 법무부는 가짜뉴스가 나오는 초기 단계부터 엄정 수사하겠다고 호응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8일 가짜뉴스 근절을 위한 범정부 차원의 대책을 발표하려다 미룬 바 있다. 가짜뉴스 확산을 막기 위한 민간기관의 팩트체크 기능을 활성화하는 방안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여당은 가짜뉴스 규제를 위한 법안 발의를 준비하고 있다. 우선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0일 '가짜뉴스대책 특별위원회'를 꾸리고 본격적인 대응에 들어갔다. 특위에는 현직 의원들 뿐만 아니라 변호사와 시민사회, 학계 등 다양한 인사가 참여했다. 특위는 모니터링단 뿐만 아니라 팩트체크단, 홍보기획단 등으로 구성됐다.

 

아울러 가짜뉴스와 일반 뉴스의 차이점을 명확히 구분하고 이를 토대로 법적 제재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특위는 지난 17일 국회 도서관에서 교수와 시민단체 관계자, 언론사 기자 등이 참석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는 가짜뉴스라는 용어를 허위조작정보로 바꾸고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오해부터 불식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김창룡 인제대 교수는 가짜뉴스 플랫폼을 제공하는 유튜브 등 인터넷 사업자들의 책임을 강화하고, 표현의 자유와 인격권이 대립할 경우를 대비해 법제를 재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위를 이끄는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러한 의견을 반영하고 관련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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